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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집

: 그러나 여전히 가끔은 울 것 같은 마음으로

아무튼, OO-06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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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50쪽 | 110*178*12mm
ISBN13 9791188605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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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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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크기와 모양, 함께 사는 이, 살아가는 모양도 계속 바뀌고 있다.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면 스스로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곳은 결국 집이라는 사실이다. 오늘 어떤 일이 있었건 집은 나에게 반드시 익숙한 위로를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p.14

슬퍼할 새도 없이 장례 절차는 시작되었고 나는 할머니의 마지막 새옷인 수의를 챙기러 할머니 집에 갔다. 우리 집이었다가 할머니 집이 된 집. 식탁 위에 물에 만 밥 한 그릇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숟가락이 꽂힌 채로. 김치 하나 없이. 일순간 쓰러진 할머니의 흔적이었다. 목 놓아 울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진짜’ 장례를 치를 땐 울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상상 속 장례식에서는 알지 못했다.
---pp.22-23

물을 수 있다면 묻고 싶었다. 무엇이 김용수 씨를 그렇게 좌절하게 했느냐고. 사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지금 내 안의 무엇이 당신의 그것과 같은 것인가였을 테지만. 영원히 30대 초반인 채로 재가 된 그는 나에게 사랑과 애정 대신 우울과 자살 유전자 같은 걸 준 게 분명했다.
---p.32

수풀집을 정리하고 고치는 일은 생각보다 더뎠다. 가을을 지나고 겨울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해 봄이 되어서야 몸을 누일 수 있는 집이 되었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꿋꿋이 해나갈 수 있었던 건 바스락거리는 마음 덕분이었다. 일과 사람, 도시 생활에 지쳐 피폐해진 마음. 그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 그 마음들이 원동력이 되었다.
---p.65

너무 지친 날에는 먹고 마시는 일, 자는 일, 싸는 일, 삶을 위해 필요한 이런 기본적인 일들조차 번잡스럽게 느껴지고 벅찼다. 그런 날이 다시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쩔 수 없이 또 맞닥뜨리게 될 것을 안다. 그런 순간이 다시 오면 이제 나는 이 순간을 떠올릴 것 같다. 소망이와 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성실했던 이 순간을.
---p.83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도, 이국적인 향기와 음악이 가득한 의류 브랜드 매장도,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에 나오는 크리스피도넛도 모두 서울에 있었으니까. 주말이면 경춘선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 나는 강원도의 아름다운 산과 강에서 시속 백 킬로미터로 멀어지며 서울의 고시원을 그려보곤 했다.
---p.89

자기만의 방이 있다는 것은 그런 것 아닐까. 작은 방에 스스로를 가뒀던 내가 그 문을 열고 나온 것은 어느 회사의 최종합격 소식이 들려온 날이 아니었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이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도착하지는 않는다는 걸, 이렇게 울며불며 살아낸 만큼만 앞으로 간다는 걸 깨닫게 된 날이었다.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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