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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행복을 시작한 사람입니다

문학의전당 시인선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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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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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53*224*20mm
ISBN13 9791158966379
ISBN10 1158966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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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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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 상자는
내 가슴에 있습니다

그곳에
당신이 계시거든요
--- 「보물 상자」 전문

걷다 보면
길이 아닌 곳이 없습니다.

다만 누가 먼저 걸어갔느냐의 차이일 뿐,
앞서간 길을 따라 걸어도
낯선 것이 길입니다.

긍정은 어떤 길도
예쁘고 아름답게 만듭니다.

날마다 거울 앞에서
행복하다고 속삭여 보세요.
습관처럼
미소가 지어질 겁니다.

긍정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 있기에
꺼내 쓰기만 하면 됩니다.

가만 가슴에 손을 얹었을 때
심장이 두근거린다면
나는 이미 행복을 시작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 「긍정의 힘」 전문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우린 이미 닮아가고 있습니다
--- 「운명」 전문

이 별에서

사랑이 죄가 된다는 걸

당신과 이별하고 알았다
--- 「사랑학개론」 전문

당신께 열쇠를 드리겠습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열쇠입니다.

세상에서
오직 단 한 사람만 열 수 있는
특별한 열쇠이기에
이걸 드리고 나면
나는 남는 게 없습니다.

이제부터
난 무주택자입니다.
당신이라는 감옥에 갇힌
수인(囚人)입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내 모든 것 당신에게 달렸으니까요.
이제부터 나는
당신의 세입자입니다.

당신께,
영원히 세 들어 살겠습니다
--- 「세입자」 전문

미안합니다
어제는 사랑한다고 고백해 놓고
깜빡,
그냥 왔지 뭐예요

잠을 깨어 보니
입술만 가득
머리맡에 놓여 있었습니다

살면서 가끔
실수도 하잖아요
어제는 제게
그런 날이었습니다

고백이 고백을 업고
입술이 입술을 업고
실수가 실수를 업고

집에 돌아와서는
내내 후회만 하게 되는
--- 「실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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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환의 시는 쉽고 간결하다. 간결하다는 건 군더더기가 없고 이미지가 선명하다는 의미가 될 터인데, 그만큼 빠르게 머릿속에 각인되는 힘이 있다. ‘나는 이미 행복을 시작한 사람입니다’라는 한 줄 문장 안에 함의된 의미가 곧 박익환의 삶과 시를 말해 준다. “이 별에서//사랑이 죄가 된다는 걸//당신과 이별하고 알았다”(「사랑학개론」)라는 시는 어떠한가. 촌철살인의 시란 바로 이런 것이다. 모름지기 시인의 재치는 이래야만 한다. “서두르세요//막차가 오고 있거든요”(「고백 2」)처럼 이 시집을 가득 채운 감각적인 문장들이 나의 감성을, 나의 일그러진 세포를 깨운다. 비록 늦은 첫 시집이지만, 이런 재치와 감각의 소유자라면 조만간 우리는, 우리의 슬픔을 대신 울어줄 수 있는 시인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해봐도 좋겠다. 결코 요원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 고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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