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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없는 지도와 지워지는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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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88*260*20mm
ISBN13 9791170370598
ISBN10 1170370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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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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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들은 굳이 기억되지 않는다. 일터에서 사람이 죽는 일이 그랬다. 2022년 산업재해를 당한 사람은 130,384명이고 이중 사망자는 2,223명이다. 1,349명이 질병으로, 874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단순하게 계산한다면 매일 하루에 6명씩 사람이 죽는다. (…) 이런 숫자들은 기록되어도 역사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미지가 된다. 불火 또는 불길不吉이나 그을음 또는 추락, 무너진 건물의 잔해와 흰 국화꽃과 눈물의 사진들이 된다. 죽음은 보이지 않고 숫자가 되었다가 사진이 되었다가.… 그마저도 사라지면 남는 것은 그저 풍경이었다. 죽음의 인과도 서사도 희미해지고 그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열화되는 자리들.

이건 기억일까 예감일까, 어제일까 오늘일까. 이건 정말 우리의 현재와 분리할 수 있는 것일까? 죽음이 타인의 고통으로 무감한 숫자로 흔한 이미지로 아무 것도 되지 못할 풍경이 되었다 해도 끝내 아무도 웃지 못하면서 우리는 정말 안도할 수 있었던가. 살아남았나. 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함께 기억하는 일도 잊는 일도 온전히 해보지 못한 우리의 자리는 무엇이 될까? 그것을 알 수 없어 남은 풍경을 보러 다녔다.

기계는 자주 멈췄고 그럴 때마다 기계 밑으로 들어가 살펴야 했다. 사고도 두 번 당했지만 그래도 네가 잘해야 네 취업도 잘 되고 네 후배들 실습도 편해진다는 말을 생각했다. 회사가 고쳐주지 않은 기계는 역시나 다시 멈췄고 그는 기계를 살피다 목이 끼었다. 열흘 동안 사경을 헤매다 결국 숨졌다. 사고 두 시간 전 그는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었다. “내일 집 간다”

2008년의 불은 오전 10시 49분 코리아2000 냉동물류창고 지하 1층에서 시작되었다. 창고는 설비와 전기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일하던 57명 중 40명이 사망했다. 대부분 일용직이었다. 사망자들 다수가 출구 근처에서 발견됐는데 어쨌든 불을 피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문이 없었으니까.
?
식장 밖에서는 간간이 고성이 오갔다. 사죄보다는 합의가 종용되었고 위로보다는 수습을 위한 비용이 우선 계산되어야 했다. 이어지는 삶에서는 무엇도 쉽게 끝내기 어려웠다. 모두가 알고 있어도 말하지는 않는다. 그건 어디까지나 식장 밖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픔도 두려움도 달래지지 못한 채로 식은 기어이 시작되어 마침내 끝난다. 해결된 건 없어도 일단락은 지을 수 있다는 것처럼 더는 말할 것을 남기지 않기 위한 것처럼. 그래서 모두가 고개를 숙이지만 식장을 나오면 말하는 것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라고 애도는 식장 밖으로 확장되지 않지만 식만은 시작과 끝이 명료했기에 식만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것 같았다.

유족들은 포항에서 장례도 못 치른 채 30여 일을 기다렸고 서울 본사 앞에서 50여 일 동안 천막농성을 했다. 협상은 여덟 번 결렬되었고 유족들은 여든여덟 번의 낮과 밤을 길 위에서 울거나 소리 지르거나 기진하며 지냈다. 그런 끝에 받은 합의문이었다. 문서를 고인의 영정에 올리며 부인은 말했다. 다시는 남편 같은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게 해달라. … 그리고 물었다. … 그런데 이 종이 한 장이 남편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 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인가. …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사과문은 회사의 홈페이지에 7일간 공개되었다.

지난 겨울 그런 밤 속에 한 동료가 사라졌다고 그는 말했다. 혼자 야간근무를 나간 입사 3개월 차 신입이었고 숨진 지 5시간이 지나서야 그를 찾아냈다고. 그 밤 본 것에 대해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후로 몇 달간 방 안의 불을 끄지 못한 채 밤을 지냈는데 그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했다. 미안해서. 숨진 이에게도 그 부모님에게도 미안해서였다고 했다.

회사는 조문도 답변도 하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났고 그의 유족과 동료들은 관을 들고 조선소로 들어갔다. 경찰에 둘러싸인 조선소에는 사람도, 시신을 보관할 냉동차도 금지되었다. 드라이아이스만이 허용되었다. 빈 조선소 안의 사람들은 매일 관에 드라이아이스를 새로 채워 넣으며 한 달을 견뎠다. 그런 두 달이 지나 겨우 장례식이 치러졌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취재하러 갔다. 꽃상여 곁을 서성이던 유족과 몇 마디를 나누다 물었다. 그래도 장례를 치르게 됐는데 어떠세요. 그의 눈에 작은 폭발이 일었다. 그런 건 물어보지 마세요. 젖은 말들이 파편처럼 흩어졌다.

그런 건 물어보지 마세요, 라는 말. 어쩌면 말 너머의 세계.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다. 그건 내가 정확히 말하지 못할 모든 것들. 그래서 무서운, 아예 멀리 떨어지거나 차라리 완전히 가까워졌으면 싶어질 정도로 어쩔 수 없는 것들. 그러나 나와 완전히 무관해질 수도 떨쳐낼 수도 없을 것들이기도 해서 한 번 더 볼 때에야 비로소 모든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다면, 다시 볼 수밖에.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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