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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오만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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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0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28쪽 | 516g | 125*188*25mm
ISBN13 9791193149157
ISBN10 1193149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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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을 나서자마자 살을 에는 찬바람이 불어왔다.
“으으! 추워!”
오시노는 몸을 부르르 떨며 반려견 료타를 개집에서 데리고 나왔다. 이틀 동안 비가 내리는 바람에 산책을 못 한 탓인지 료타는 몹시 신이 나 기운차게 뛰어나갔다.
--- 첫문장

“아무래도 모방범 냄새가 나.”
아소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기가 적출되어 있었다는군.”
--- p.15

“앞서 본 대로 살해된 피해자는 소년이다. 부검 보고를 보면 사망 직전에는 제대로 된 생활도 못 했다. 겨우 연명하다가 간을 절반 적출당했고 어설픈 마취 때문에 쇼크로 사망했다. 성인이라도 견딜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십 대로 짐작되는 소년이 그런 일을 당했다.
--- p.58

“입양 보냈어요.”
“굳이 일본에 있는 가정으로, 말이에요?”
“우리 집은 아이가 넷이나 되는데 도저히 다 키울 여력이 안 됐어요. 곤란하던 참에 마침 막내 지엔순을 양자로 들이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양부모 될 사람이 직접 찾아왔나요?”
“아니요, 입양 중개인이 왔어요.”
자신도 모르게 야스코우치와 얼굴을 마주 봤다. 장기 브로커의 그림자가 이곳에도 어른거렸다.
--- p.115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정말로…… 진짜, 정말로 어쩔 수가 없었어요. 남편의 빚을 갚느라 제 수입으로는 부족해서…… 집세가 싼 가마타의 아파트로 이사했지만 역시 팍팍해서 저도 마사토도 하루에 두 끼밖에 못 먹고 식자재도 특가 판매 상품밖에 못 샀어요……. 제, 제가 능력이 없어서 한창 클 나이인 남자아이에게 밥도 제대로 못 먹였어요.”
--- p.154

- 당신은 아무 도구도 없어요?
- 이 사람을 편하게 해 줄 도구는 갖고 있죠. 그게 바로 이 주사기예요.
상대는 벌써 몇 번이나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반복했다.
이누카이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으리라.
- 바보 같은 짓 마요! 그건 살인이야.
- 그런 것쯤은 알죠. 그러면 이 사람이 계속 괴로워하는 모습을 손 놓고 보고만 있을까요? 그건 죄가 아닌가요?
아니야, 그것은 윤리 문제다. 경찰인 자신을 향한 질문이 아니었다.
--- pp.174~175

아직 가정의 근거조차 갖추지 못했기에 이누카이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실행범 외에 범행을 유발한 장본인은 짐작이 간다. 닳고 닳은 통설이지만 이번만큼 그것을 통감한 적은 없었다.
범인 중 하나는 틀림없이 ‘가난’이었다.
--- p.218

“모처럼 쓸 수 있는 장기가 있는데 이식하지 않다니 네 가지 손해입니다.”
“그 네 가지는 무엇입니까?”
“죄수를 구원할 수 없어요. 유족이 받는 대가도 없습니다. 장기가 필요한 사람을 살릴 수도 없어요. 이식 수술 건수가 늘지 않으니 의사의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사생관이라기보다는 윤리관의 차이이리라. 류하오위가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만큼 이누카이에게 기이하게 들리는 부분이 있었다.
“본인의 의사가 존중된다면 장기매매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뜻이죠?”
“네.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 p.251

“그러니까 우리는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 해. 실패도 미궁에 빠지는 것도 용납되지 않아. 그러려면 머리는 항상 식혀두도록 해. 뜨거워져도 되는 건 여기뿐이야.”
이누카이는 자신의 가슴에 손가락을 댔다.
--- p.287

“타인의 비극이 여흥입니까?”
“사람은 모두 죽어요. 다른 것은 시기와 죽음의 형태뿐. 저마다 다르니 여흥이 맞지.”
타인의 죽음을 여흥이라고 단언하는 시점에서 이누카이는 이 남자에게 호의를 느낄 수 없었다. 재계의 거물인지 미스터 고도성장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생사를 가벼이 여기는 놈들 치고 제대로 된 인간은 없었다.
--- p.352

“앞으로 뒷돈으로 거래되는 장기 가격은 폭락하고 가난한 집은 간 하나 파는 정도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될 거야. 다 일본 형사의 책임이고, 전부 당신 책임이지.” --- p.384

자신의 수사가 소녀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밖에 되지 않았다. 소년들의 한을 풀어주겠다며 분투한 것은 잘못된 판단에 불과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영원히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이누카이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불현듯 사야카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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