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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호수 1 (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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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78쪽 | 180*290*30mm
ISBN13 9791130651125
ISBN10 113065112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영설을 생각하기 싫어서, 그것이 괴로워서 나는 이 진저리 나는 권태의 감정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혜련은 책상 위에 얹은 양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쥐어봤다. 그리고 책상을 한번 내리쳐봤다. 무한히 무한히 뻗어가는 것, 무한히 무한히 오므라드는 것, 우주가 마치 하나의 고무풍선처럼 압축되어 오는 것 같고, 혜련은 그 압축된 기체 속에 커다랗고 무거운 자기의 대가리를 느낀다.
‘누가 자기의 젊은 날을 돌려달라고 애걸을 했다던가. 만일 나에게 그 젊은 날을 돌려준다면?’
핏발이 선 혜련의 눈에 순간 형용할 수 없는 냉소가 칼날처럼 선다. 장지문에 비친 커다란 머리 그림자, 넓게 넓게 퍼져가는 공간이다.
--- 「1. 해후」중에서

“망각의 나라의 춤은 참 좋더군요. 사람이 그렇게 망각의 나라에서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망각하는 것이 그렇게 행복하게 생각되시면 언니도 망각하고 사세요. 행복하다고 느끼는 일이라면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위하여 노력하셔야죠.”
“억지로 하는 것은 결코 망각이 되진 않겠죠.”
“아이 언니두, 전 망각하고 싶은 슬픔도 괴로움도, 그리고 애틋한 추억도 없지만 만일 훗날에라도 나를 위하여 잊어버리는 것이 행복이라면 잊어버리겠어요. 뭐가 그리 어려워요?”
혜련은 그 말대답은 하지 않고 가볍게 웃어넘긴다. 준은 약간 미간이 흐려지는 듯했으나 그것은 순간적인 것이었다.
--- 「3. 방문객」중에서

“나르시소스는 자기도취자거든. 남을 사랑할 줄 모르는 불구자란 말이야. 그래서 님프, 에코의 저주를 받았지.”
명희의 눈은 강렬했다. 그 눈에는 자기의 사랑을 병림이 거절할 때 그도 또한 저주를 받으리라는 뜻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 「6. 나르시소스」중에서

“저는 당초부터 정숙한 여자도 아니었어요. 문명구하구 결혼한 그 순간부터 전 부정한 아내였으니까.”
“마음속에서만 말이지? 아무도 혜련의 부정을 모르니까 말이야.”
혜련은 눈앞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슴이 몹시 뛴다. 다만 영설의 장광설이 멀리서 아슴푸레하니 울려왔으나 혜련은 그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혜련은 영설의 말을 막고 싶었다. 무슨 말이든 그가 계속 말하고 있는 한, 혜련은 자기의 뚜렷한 지각을 찾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혜련은 손을 마구 내저었다.
--- 「9. 소나기」중에서

“살아가는 게 참 어렵군요.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준은 옷을 툭툭 털고 침대에 걸터앉으며,
“어렵게 생각하니까 어려운 거지, 쉽게 생각하면 쉬운 세상이야. 병림의 인간성이 곱구 판단이 정확하지만, 그게 다 뭐야? 매력이 없어. 네모반듯하고 꿇리는 곳이 없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매력이 없다는 거야. 인간에겐 추하고 더러운 면도 있어야 음영이 생기구 인간다워지는 거야.”
--- 「11. 붉은 와중(渦中)」중에서

“우린 이런 너저분한 전쟁의 자국이나 그것을 미화하려 드는 예술, 그런 것밖에 선 사람들이야. 아무리 이런 비참한 것을 배경으로 하여도 우리들이 행복하면 그만이야.”
영설은 또다시 껄껄 웃었다. 그는 진정 그의 말대로 현실 밖에 선 사람처럼 주변에 대하여 무관심했다. 천하가 태평인 양 하늘을 우러러보는 것이었다.
“지독한 에고이스트예요.”
한눈도 팔지 않고 쏟아지는 영설의 애정에 무한한 희열을 느끼면서도 어쩐지 마음 한구석에 죄스러운 것이 있어 다소 힐책하는 투로 혜련은 말하였다.
--- 「13. 암흑의 저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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