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로 들어오고 나가는 공기는 당신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산소를 포함한 기체의 혼합물이다. 아마도 당신에게는 그것이 특별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관측 가능한 우주는 3,600억 조의 조의 조의 조의 조 세제곱킬로미터에 걸쳐 있으며, 우리가 아는 한 여러분이 단 몇 분이라도 살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여러분이 있는 이 행성의 지표면뿐이다. (…) 오늘날 당신을 존재할 수 있게 하려면 얼마나 많은 우연의 일치가 있어야 하는지 상상해 본다면, 당신이 존재할 확률이 얼마나 미미한지 알게 될 것이다. 너무도 적어서 이제 당신은 심지어 우주가 당신이 존재하는 것을 허용하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졌다고 여길 수도 있다. 너무나도 많은 것이 우연의 일치다. 당신이 숨을 쉬고, 살아가면서, 《최상의 우주 설계》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우연의 일치의 우연의 일치다.
---「프롤로그」중에서
천문학적인 방랑은 잠시 접어 두고, 아름다운 일출이 눈앞에 있다. 보랏빛 광채가 동쪽에서, 수평선 위로 태양이 떠오를 시간이 임박했음을 알리면서, 처음에는 소심하게 그리고 점점 더 확실하게 출현한다. 태초부터 반복되어 온 마법이지만, 세상 그 자체만큼이나 오랜 태고의 감정을 선사하면서 매번 마치 처음인 양 우리를 놀라게 한다. 영묘한 밤의 그림자를 몰아내는 새벽의 빛 속에서, 모든 것이 아주 짧은 순간 시간 속에 멈춘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도약 전의 심호흡이다”라고 간달프(…)는 말했을 것이다. 새로운 날이 시작되기 전에 자연 전체가 잠시 숨을 멈춘다. 당신도 숨을 멈추라. 자연은 일관성을 잃으면서 동시에 되찾는다. 당신도 그렇다. 왜냐하면 당신은 자연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수평선에 깜박이는 새로운 태양은 새벽의 밝은 커튼 뒤에 숨어 일몰 후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마지막 별을 겁준다. 바다의 표면은 햇빛을, 이제 마침내 인지할 수 있는 파도의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수천 개의 붉은 광채로 분해한다. 태양의 열기는 새로운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을 만들고, 보이지 않는 물 분자를 증발시켜 태양을 가리는 구름을 만들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과 상호작용한다. 물리학자들에게는 이것이 존재하는 것을 정의하는 방식이다. 즉 무언가 다른 것과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치명적인 끌림」중에서
핵융합은 아름다운 것이다. 수소 같은 단순한 원자로부터 혈액의 철이나 뼈의 칼슘 같은 복잡한 원자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원리는 간단하다. 두 개의 원자핵을 정전기적 반발력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가져와 강한 핵력의 영역에 들어서게 되면, 핵력이 이어받아 두 핵을 붙여서 새로운 하나의 핵으로 만든다. 물리학에서는 결합이 만들어질 때마다 에너지가 생기고, 결합이 강할수록 결합이 형성될 때 방출되는 에너지가 커진다. 그게 바로 우리 태양이 지금 하는 일이다. 매초 6억 2,000만 톤의 수소 원자가 6억 1,600만 톤의 헬륨 원자로 변환된다. 그 차이인 400만 톤은 광자 형태의 순수한 에너지로 전환된다. 별에서 핵융합은 이런 식으로 진행되어, 점차 철까지 이르는 주기율표상의 원자를 만들어 낸다. 따라서 강한 핵 상호작용이 달랐다면, 분명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매우 다른 우주가 생성되었을 것이다.
---「실재의 접착제」중에서
만약 45억 년 전 태양과 지구를 만들었던 가스구름에 산소가 있었다면, 그것은 중성미자가 가진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는(그러나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닌) 성향과 극미의 질량 덕분이다. 당신이 지금 호흡하는 바로 그 산소. 당신이 마시는 물의 일부인 바로 그 산소. 당신이 살고 있는 행성의 30%를 구성하는 바로 그 산소 말이다. 그 산소는 중성미자 덕분에 폭발했던 II형 초신성에서 나왔다. 중성미자가 다른 모든 소립자와 그토록 구별되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지 않았다면 당신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생명체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주는 끝없이 고요하고 생명이 살지 않는 곳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우주에서 가장 작고, 가장 덧없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가장 무관심한 입자라도 변화를 만들고, 불모의 우주를 생명이 사는 우주로 바꿀 수 있다. 다음번에 당신이 하찮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그것을 기억하길!
---「소립자 동물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