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에 카프카를 단편소설 작가나 소설가로 추천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었을 것처럼, 오늘날 발터 벤야민을 문학비평가이자 에세이 작가로 추천한다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이다. 벤야민의 작품과 저자로서의 벤야민을 우리의 통상적 준거틀 안에서 적절하게 묘사하려면, 아주 많은 부정 진술을 해야만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학식이 대단했지만, 결코 학자가 아니었다. 주제는 텍스트와 텍스트 해석을 아우르지만 결코 문헌학자가 아니었다. 종교가 아니라 신학에, 그리고 텍스트 자체를 신성하게 여기는 신학적 유형의 해석에 크게 이끌렸지만, 결코 신학자가 아니었고 성경에 특별히 관심이 있지도 않았다. 타고난 작가였지만, 최대 야망은 전적으로 인용들로 이루어진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프루스트를 (프란츠 헤셀과 함께) 번역하고 생 존 페르스를 번역한 최초의 독일인이었고, 그 전에 보들레르의 ??파리 풍경??을 번역했지만, 결코 번역가가 아니었다. 서평을 쓰고 생존 작가와 죽은 작가에 대한 여러 에세이를 썼지만, 결코 문학비평가가 아니었다. 독일 바로크에 관한 책을 한 권 썼고, 19세기 프랑스에 대한 엄청난 미완의 연구를 남겼지만, 문학이건 다른 쪽이건 결코 역사가가 아니었다. 나는 그가 시적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할 것이지만 그는 시인도 철학자도 아니었다.
--- p.30~31
그렇지만 벤야민은 사정을 알지 못했다. 그는 그런 일들을 어떻게 다룰지 전혀 알지 못했으며, 그런 사람들과 전혀 어울릴 수 없었다. “때로는 늑대들처럼 사방에서 몰려오는 외부생활의 역경들”(Briefe I, 298)이 이미 그에게 세상 물정에 대한 통찰을 얼마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하간 발 디딜 어떤 확고한 기반을 얻기 위해 적응하고 협조하려고 노력할 때마다, 일은 반드시 잘못되었다.
--- p.45~46
벤야민은 분명 마르크스주의 운동이 지금까지 낳은 가장 특이한 마르크스주의자였을 것이다. 이 운동도, 누가 알겠느냐마는, 기이함이 없지는 않았다. 벤야민이 매혹될 수밖에 없었던 이론적 측면은 상부구조라는 학설이었다. 그것은 마르크스에 의해 간략하게 스케치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이 교설은 불균형적으로 많은 수의 지식인들, 즉 오로지 상부구조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운동에서 불균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벤야민은 이 교리를 발견적-방법론적 자극으로만 사용했으며, 그것의 역사적 내지 철학적 배경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 p.48
소요객은 대도시 군중의 서두르는 목적 있는 활동과 일부러 대조를 이루면서 군중 속을 목적 없이 거닌다. 바로 그 소요객에게 사물들은 은밀한 의미 속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과거의 진정한 이미지는 휙 스쳐간다”(?역사철학테제?). 그리고 한가하게 거닐며 지나가는 소요객만이 메시지를 수신한다.
--- p.51~52
벤야민은 철학자가 아니라 시인 괴테를 통해서 정신적 실존이 형성되고 고취되었으며, 또한 철학을 공부하긴 했어도 거의 전적으로 시인과 소설가들에게 자극을 받았다. 그는 (변증법적 유형이건 형이상학적 유형이건) 이론가들보다는 시인들과 소통하는 게 더 쉬웠을 것이다. 그리고 브레히트와의 우정이 ―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독일 시인이 여기서 당대의 가장 중요한 비평가를 만났다는 점에서 유일무이한 것이었고, 이는 둘 다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벤야민의 삶에서 두 번째이자, 비할 데 없이 중요한 행운이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 p.57
수집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다양한 동기로부터 온다. 수집은 ―벤야민은 아마 이를 강조한 최초의 인물이었을 텐데― 아이들의 열정이다. 아이들에게 사물은 아직 상품이 아니며, 유용성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다. 수집은 또한 부유한 자들의 취미다. 그들은 유용한 것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소유하고 있으며, 따라서 “사물의 미화”를 자신의 일로 삼을 여유가 있다.
--- p.120
소요객이라는 형상만큼이나 구식인 수집가라는 형상이 벤야민에게서 이처럼 탁월하게 근대적인 자질을 띨 수 있었던 것은 역사 그 자체가, 즉 금세기 초 발생한 전통 붕괴가 이미 그에게서 이 파괴의 과업을 덜어주었고, 그래서 그는 단지 이를테면 허리를 굽혀 잔해 더미에서 그의 귀중한 파편들을 가려내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 p.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