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한 우주 경쟁의 초반, 미국은 소련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결국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세계 최초로 우주 탐사 로켓 스푸트니크 1호(Sputnik 1)를 쏘아 올렸다. 알려졌다시피 이 일로 미국을 비롯한 서구 전역의 시민들은 크게 동요했다. 이 탐사 위성이 지구 반대편의 소련에 기본적인 데이터를 전송하면서 내는 삐삐거리는 소리는 뉴욕의 라디오에도 잡혔다. 물론 그 위성은 누구에게도 아무런 위협을 가하지 않았고,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들을 제대로 원격 감시할 수 있는 기능도 없었다. 그러나 상징적인 목표는 충분히 달성되었다. 그로 인해 미국은 1년 후인 1958년 10월 1일 NASA를 설립해 자금을 쏟아부으며 연구를 재촉했다. NASA는 설립 당시부터 1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아 여러 시험 시설에 8천 명의 직원을 배치했다.
- 아폴로 11호의 상징적 승리 이후에 많은 이들은 오로지 냉전 상황에서의 정치적인 경쟁(혹은 공정하게 말하자면, 아폴로 임무에 따른 엄청난 세금 부담)에만 관심을 두었고, 달에서 한가하게 산책이나 하게 하려고 인간을 달에 올려보내는 것은 엄청난 자원 낭비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는 순전히 오해였다. 왜냐하면 달로 떠나는 여정을 통해 수없이 많은 과학적 성과와 발견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아폴로 탐사를 통해 밝혀진 달에 관한 가장 주목할 만한 사실 하나는 표토(regolith)라고 불리는 달 표면의 토양 성분에 수소가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미래에 건설할 전초 기지에 장기간 체류할 때 우리의 이웃인 달에서 연료를 생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미국과 NASA가 신세계에 최초의 인류를 보내면서 달성한 ‘불공정한’ 경쟁우위가 비단 상징성에 그치지 않고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 확실하다.
- 생각해 보면, 그간 미국 대통령들이 대를 이어가며 의회에서 우주를 향한 야망의 불씨를 피우려고 노력했지만, 지구 저궤도를 넘어서는 유인 우주 탐사 계획은 그 어느 것도 순조롭게 추진된 적이 없다. 비용 절감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계획을 주도하는 기관이나 단체가 화성에 인류를 보내는 프로젝트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런데 2002년이 되자 마치 그러한 부름에 답하기라도 하듯, 한 기업가가 페이팔이라는 자신의 회사를 매각하면서 받은 배당금을 재투자해 오늘날 가장 성공적인 민간 항공우주 업체가 될 기업을 설립한 것이다. 바로 스페이스X의 CEO이자 창립자인 일론 머스크다. 그때부터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우주로의 운송 경로를 구축했다.
- 2023년 7월 현재, 스페이스X는 총 4,519기의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했다. 천문학자 조너선 맥도웰Jonathan McDowell의 위성 추적 소프트웨어에 따르면, 그중 4,487기가 현재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나서 생각해 보면, 장기간에 걸쳐 총 4만 2천 기의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하겠다는 궁극적인 목표는 한 개인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고 한 기업이 가지기에도 대단히 큰 야망이다. 스페이스X든 머스크의 다른 벤처기업이든, 그가 보유한 막대한 부가 아니고서는 지금처럼 그렇게 자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인류를 신세계에 정착시키겠다는 머스크의 꿈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을까?
- 스페이스X의 스타십(Starship) 로켓이 전체 시스템을 완전히 장착하고 최초의 발사를 위해 엔진 점화를 기다리는 그 몇 분간, 수십 년 세월 동안 간직해 온 기대감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함께 들어 올려질 것만 같았다. NASA의 아폴로호 발사를 기억하는 베이비붐 세대부터 마치 할아버지가 들려준 공상과학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매끄러운 은색 우주선을 바라보는 Z세대에 이르기까지 120미터에 이르는 스타십을 지상 가까이에서 보려면 고개를 최대한 뒤로 젖혀야 한다. 스타십은 지금껏 제작된 로켓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성능이 강력한 로켓으로, 2023년 4월 20일 현지시각으로 오전 9시 33분에 1단의 랩터Raptor 엔진 33개가 뿜어내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상공으로 쏘아 올려졌다. 텍사스의 아침 태양빛이 퍼지는 가운데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로켓 외장은 반짝이는 은빛으로 일렁였다.
- 스페이스X가 2010년대에 제시한 기본 개념은 지구로부터 행성 간 ‘도약’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할 수 있는 우주선을 개발한다는 것이었다. 팰컨9와 슈퍼 헤비 로켓은 매우 우수한 성능을 자랑했지만 두 로켓 모두 먼 우주에서의 임무를 고려해 설계된 것이 아니었다. 유인 우주선이 먼 우주까지 나아가려면 더 많은 연료를 비롯해 엄청난 부피의 식량과 물품을 구비해야 한다. 또한 탑승한 비행사가 완전히 미쳐 버리지 않도록 적절한 생활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 스페이스X의 유인 캡슐인 크루 드래곤은 수산화리튬을 사용해서 탑승자들이 호흡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데, 이 화학 반응의 부산물로 물과 탄산리튬이 생성된다. 이는 4일간의 우주여행 동안 네 명의 탑승객이 사용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이러한 방식을 달 궤도나 달 표면에서의 임무에도 활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더 깊은 우주, 즉 화성에 발을 들여놓으려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생명 유지 시스템이 필요하다.
- “지금껏 우주 패러다임은 현재 우리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화성에 인간이 거주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인류의 삶을 여러 행성에서 이어 갈 수 있도록, 엄청난 로켓 부대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제 생각에 아마 우주선 1천 기 정도가 필요할 겁니다. 또한 각각의 우주선은 새턴 5호보다 더 많이 탑재할 수 있고 재사용도 가능해야겠죠.”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