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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책

: 죽고 싶은 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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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28*188*20mm
ISBN13 9791195556519
ISBN10 1195556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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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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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을 위해 돈 많이 벌어서 회사라는 이름의 텅 빈 공간에 격리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회사에서 하려던 게 죄다 줄줄이 망해서요. 저는 지금 파산 상태이고 카드값도 못 갚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좋아요.
--- p.38

죽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기계들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이해할 필요가 사실 없다는 기존의 입장(기계로서의)이 이해가 시작되고 나서는 또한 공포다.
--- p.56

아마 사무실도 망할 것이다. 그래도 이제 나는 말과 행동이 옛날보다는 낙관적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도 할 수 없지. 그러니까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하냐는 사람들에게 그런 일이 벌어져도 된다고. 나는 그런 일이 벌어져도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전혀 괜찮지 않을 것이다.
--- p.58

물론 나도 가지고 싶다. 아직도 나는 왜 가질 수 없는 사람인가. 나는 왜 원하는 것이 별로 없는가. 나는 너를 가지고 싶다. 그런 한탄을 하곤 한다. 그렇지만 그건 관계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다. 누가 누군가를 가진다는 것은 관계가 아니다. 가지고 싶은 것과 가지려고 하는 사람은 또 다르다. 다르다. 다르다. 다르다. 다르다. 다르다.
--- p.72

생각이 나지 않는다. 너는 보인다. 슬픈 표정과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은 보인다. 짜증도 보인다. 보는 것이 아는 것이라면 너무나도 잘 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른다.
--- p.76

그냥 너네 다 똑같아. 니네 다 똑같아. 거기서 거기지. 이런 말이 세상에 존재할 뿐이다. 그러니까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니야. 나는 달라. 이런 말을 해서 자기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 얘기할 필요 없다. 똑똑한 애들은 비슷해 보인다. 나는 그 비슷함이 너무 싫다. 왜냐면 너희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 p.77

이제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말은 그만해야겠다. 죽고 싶다는 말도 그만해야겠다.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만해야겠다. 전에도 그만 그래야겠다고 결심을 했던 적이 많다. 지금도 그렇게 결심을 하는 것이다. 그만 시간을 낭비하고 글을 많이 써야겠다. 얼마나 많이 쓸 수 있을까? 정말로 많이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시도 많이 써야겠다. 아마 많이 쓰진 못하겠지만 말이라도 많이 써야겠다고 생각해야지. 그리고 시는 쓰지 말아야겠다.
--- p.82

나는 어떻게 세계를 바꿀까 생각한다. 시를 쓴다. 그러나 시를 쓰면서 나는 내 세계의 나쁜 점을 알게 된다. 나는 계속 아니라고 말한다.
--- p.84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무엇도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내가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내가 무엇인가를 이해하려고 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 p.85

살기 싫다. 무서워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무섭다. 너를 무섭게 만들 수 없다. 네가 나를 무섭게 만드는 방식이 사람을 무섭게 만드는 방식이라면, 너에게 그 방식이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나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왜 나인가. 그것이 무서움의 시작이다. 그것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한다면 살기가 싫다. 무서워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무서워서가 아니다. 무섭지 않다.
--- p.99

내가 이번에 쓴 시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고 내가 그러면 니가 정 말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박수를 치고, 나는 너의 탁월한, 세상에 대한 심미안을 듣고 목소리를 높이고. 그리고 새로운 시를 쓰고. 나는 격리되고 싶다. 그러나 이제 나 혼자만 그 장롱에 있는 것 같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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