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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 천양희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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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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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420g | 140*200*20mm
ISBN13 9788927805502
ISBN10 89278055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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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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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 지 오늘로 39년 10개월째다. 지독한 세월을 지독하게 견뎠다. 혼자 사는 것은 삶을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견뎌내는 것이며, 이 세상은 나 혼자서 극복해야 할 또 다른 절망이라는 것을 체득하는 일이다. 숟가락도 하나 젓가락도 하나 무엇이든 하나만 쓰다 보니 ‘한 쌍’이란 단어가 낯설다. 남녀 한 쌍, 바늘과 실 한 쌍, 숟가락과 젓가락 한 쌍이 무슨 복잡한 관계처럼 느껴져서 사람의 인연이란 대체로 악연이란 생각에까지 이른다.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생각까지 바꿔버린다.
---「한 쌍이 낯설다」 중에서

내가 처음으로 직소폭포를 찾은 것은 1979년 7월이었다. 33년 전의 일로 내 나이 서른일곱 살 때였다. 혼자 산 지 5년이 흐른 뒤였다. 서울에선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하는 마음으로 그곳으로 갔다. 어느 날 신문을 보다 ‘직소’라는 단어에 이끌려 무작정 길을 떠난 것이다. 이왕이면 선비의 정신처럼 곧은 직소에서, 직언하는 충신처럼 생을 끝내고 싶었다. 직소폭포는 내소사에서 30분쯤 걸어가 길이 끝나는 곳에 있었다. 비 온 뒤라선지 작은 폭포지만 소리는 우렁찼고 물길은 생각대로 수직으로 곧았다. 물의 길도 곧아야 숭고해 보인다.
그때 그 산(내변산)엔 아무도 없었고 폭포 소리만 ‘천추의 큰 울음’처럼 우렁찼다. 끝없이 넓은 들판을 보고 연암 박지원이 ‘호곡장’이라며 울기 좋은 곳이라 했고, 이를 읽은 추사 김정희가 ‘천추의 큰 울음’이라 했다는데, 비록 작은 폭포지만 나에게 직소폭포는 ‘내가 울기 좋은 곳’이었다. 폭포의 곧은 물줄기를 바라보다 굽은 내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나는 폭포처럼 울었다. (…)
몇 시간을 바위 위에 바위처럼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몸이 옆으로 조금 기우뚱했다. 그때 마치 빛이 눈을 뚫고 들어온 듯 앞이 탁 트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놀라운 것은 지금껏 어둑했던 마음이 환해지면서 처음으로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너는 죽을 만큼 살아보았느냐’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것 같아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고 들리는 것은 폭포 소리뿐이었다. 그 소리는 내게 삶은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소리였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고 나만의 신비한 체험이었다.
---「폭포 소리가 나를 깨운다」 중에서

오래전 봄날, 네 살짜리 아이와 손을 잡고 언덕을 올랐을 때 마침 바람이 불었다. 그때 아이가 불쑥 “바람은 몇 살이야?” 하고 물었다. 어쩜 저 어린것이 바람에도 나이가 있다고 생각했을까. 신기해서 한참이나 아이를 바라보다가 나는 궁색한 대로 “바람은 나이가 없단다. 잘 날이 없으니까.”라고 대답했다. 그랬던 그 아이는 바람에 불려간 것인지 지금 내 곁에 없다.
언제부턴가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영혼의 따뜻했던 날들이며, 모든 것을 이기던 사랑이며, 시가 베푸는 낙이며, 나의 지음들이며……. 그러나 그 잃어버린 것들에 기대어 오늘을 살았다. 이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삶 구석구석에 편린처럼 박혀 있다. 설명할 수도, 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거의 몇십 년을 말을 줄이고 살았다. 깊은 숨을 한번 내쉬고 보면, 그 말할 수 없어 침묵한 것들이 내 영혼을 채워주었던 것 같다.
---「바람은 몇 살이야?」 중에서

병원 근처에 사는 몇 년 동안 하루에도 몇 번이나 구급차가 ‘구아 구아’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그 소리가 마치 죽어가는 사람이 “나를 구해줘요!” 애원하는 救我 救我! 로 들렸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기진맥진한 내 삶을 실어 갈 구급차는 없을까 하루에도 몇 번이나 구급차를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참으로 오래 기다린 사람에게는 원하던 것이 찾아온다더니 그렇게 기다린 구급차가 나에게로 왔다. 나는 기진맥진한 삶을 구급차에 실었다. 나에게 구급차는 시였다. 아름다움이 적을 이긴다면 시는 기진맥진한 내 삶을 이긴 것이다.
---「구급차를 기다리며」 중에서

행복해지기가 얼마나 어려우면 위대한 괴테도 “행복은 보일까 말까 한 작은 간이역 같다.”고 했을까. 나는 좋은 책을 읽거나 갖게 될 때 부자가 된 느낌이다. 돈 많은 부자보다 더 행복한 때가 그런 때이다. 행복이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며, 부유함이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누리는 것이다. 나는 내가 읽은 책으로 행복해지고, 그 행복은 값도 없으므로 더욱 행복하다.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두 바퀴」 중에서

나는 오늘도 시를 태아처럼 넣고 막막한 길을 걸어간다. 나를 찢고 나온 시는 나의 분신이다. 분신은 나를 아프게도 기쁘게도 한다. 시인이 된 지 올해로 49년이 되었다. 시와 함께 반세기를 살았다. 시가 시시할 때 시가 나를 소외시켰고, 시가 수수할 때 시가 나를 질책했다. 시의 회초리는 매서운 매였고, 시는 내 단독정부의 무서운 권력이었다. 시인을 판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시이며, 시인이란 시를 끝낸 순간이 아니라 시를 쓰는 순간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토록 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뒷발의 강력한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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