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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고요하리라

밤은 고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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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530g | 140*225*30mm
ISBN13 9788960901872
ISBN10 8960901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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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라는 녀석은 믿기 힘들 만큼 거만하잖나. 10분 후에 자기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는데 비극적일 정도로 진지하고, 햄릿처럼 독백하며 영원에 호소하고,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쓸 만큼 터무니없는 배짱도 가졌지. 내 작품 속에서 그리고 내 삶에서 미소가 차지하는 몫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건 우리 모두의 자아를 상대로 벌이는 복수극이라고 말해야 할 거네.
-10쪽

〈프랑수아 봉디〉 『새벽의 약속』을 읽은 모든 독자는 자네가 예외적인 어머니 슬하에서 컸다는 걸 알잖나.
〈로맹 가리〉 나의 어머니가 ‘예외적’이 된 건 모든 어머니가 떨어지게 마련인 망각에서 『새벽의 약속』이 어머니를 끌어내어 ‘대중에 알렸기’ 때문이네. 어마어마한 수의 예외적인 어머니가 있지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야. 그건 그들의 아들이 『새벽의 약속』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지.
-13쪽

내가 나를 쓰레기로 여긴다면 확실히 쓰레기가 되지.
-27쪽

〈프랑수아 봉디〉 1935년에서 1937년 동안 난 자네를 롤랭 가의 유럽 호텔에서 자주 보았지. 자네는 돈을 구하러 다니지 않을 때면 코딱지만 한 숙소에서 소설을 썼지. 출판사들은 자네 원고를 거절했지. “너무 거칠고 병적이고 상스럽다”라며. 이것이 갈리마르와 드노엘이 그 시절에 자네에게 대답한 말 아닌가. 난 자네가 좌절한 모습을 자주 보았네. 뭐라도 할 태세처럼 보였어. 자네를 아주 좋아한 나의 부모님도 걱정하셨지.
〈로맹 가리〉 했지. 한 번. 그건 강도질도 아니고 포주질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었네. 내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몰라. 하나같이 멍청한 일들이었지만 난 살아남았네. 나를 미치게 만들 뻔한 유일한 일은 무역 회사들에 보낼 편지 봉투에 수기로 주소를 적는 것이었어.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이 일을 했는데, 이 서예는 내 기질과 너무도 안 맞는 일이어서 짜증이 나 팬티에 오줌까지 지렸다네. 그렇네, 난 비천한 일을 했네.
-30~31쪽

세상을 어깨에 짊어진 아틀라스가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은 건 그가 춤꾼이었기 때문이라고 내가 어딘가에 썼지. 라블레가 “웃음은 인간의 고유한 속성”이라고 말했을 때 그는 고통에 대해 말한 거네.
-60쪽

난 점점 더 내 ‘확신’이 틀리는 걸 좋아하네.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고 싶기 때문이야.
-66쪽

오랫동안 역사는 무기를 손에 들고 지리를 결정했지. 오늘날은 지리가 역사를 만들지.
-76쪽

인간이 밥벌이에 종속된다는 건 참으로 끔찍한 일이야. 인간을 출근부로 전락시키는 일이지. 인간을 사회 기계 속으로 집어넣고 은퇴자나 시체 상태로 만들어 반대쪽 끝으로 토해내는 거지.
-97쪽

‘역사의 가속’에는 놀라운 점이 있는데, 세상이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이 현기증 나는 속도에 달리는 방향에 대한 통제가 없다는 점이네.
-117쪽

〈프랑수아 봉디〉 정치에 관여하는 동안 자네에게 가장 충격을 준 건 무엇이었나?
〈로맹 가리〉 누구도 정말로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지.
-124쪽

난 그런 걸 좋아하네. 나를 전혀 닮지 않은 사람들 말이네. 미국인의 용모는 나랑 전혀 달라서 드디어 다른 누구네 집에 와 있다는, 정말 이지 다른 곳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어 꽤나 기분이 좋았지. 그런데 자네와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말을 많이 하지는 말아야 하네. 그러지 않으면 그들이 자네를 닮아가기 시작해서 또다시 똑같은 똥 덩어리가 되고 자네는 다시 자네 집에 있게 되니까. 난 언제나 나와 전혀 공통점이 없는 그런 사람들과 나를 엮으려고 시도했지. 내 환상을 없애는 데도 좋고, 인류에 대한 내 믿음을 굳히는 데도 좋지…….
-149쪽

난 영화계에 대한 가장 멋진 교훈을 얻었지. 빌리 와일더가 준 교훈이었네. 모든 할리우드인 가운데 누구보다 매섭게 물어뜯는 정신의 소유자는 분명 빌리 와일더일 거네. 나는 린드버그의 첫 대서양 횡단에 관한 영화 〈저것이 파리의 등불이다〉의 촬영 기간 동안 그를 보러 갔지. 비행기 조종석에는 지미 스튜어트가 앉아 있었어. 눈을 뿌리는 기계와 바람을 만드는 다른 기계들을 사용해 태풍 속에 비행기 모형을 요동치게 만들더군. 빌리 와일더가 내게 말했네. “저기 보세요. 저것이 영화죠! 여기서 뭘 보십니까? 가짜 린드버그, 가짜 비행기, 가짜 하늘, 가짜 태풍, 가짜 눈…… 그런데 화면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가짜 린드버그, 가짜 비행기, 가짜 하늘, 가짜 태풍, 가짜 눈이죠!” 할리우드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영화가 내게는 빌리 와일더의 〈선셋 대로〉로 남아 있네. 그는 정말이지 매서운 이빨을 가졌어. 촬영하는 동안 폭군 같다 못해 악마 같은 감독, 예전에 나치 역할 전문이었던 오토 프레밍거에 대해 그 유명한 말을 내뱉은 게 바로 그였지. “난 오토에게 친절해야 합니다. 독일에 아직 가족이 남아 있거든요.”
-215쪽

〈프랑수아 봉디〉 왜 이혼했나?
〈로맹 가리〉 우리가 9년 동안 행복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망가지고 해지고 영감을 잃고 바래기 시작했지. 사랑에서는 난 타협을 좋아하지 않네. 적당히 수선해서 절뚝거리며 계속하는 것보다 과거를, 행복했던 9년의 기억을 구하는 편이 차라리 나았지. 그래서 우리는 이혼했네. 완벽하게 성공한 이혼이었네. 내가 진보다 스물다섯 살이 많았기에 자연스럽게 그녀는 내 아내의 역할에서 내 딸의 역할로 넘어갔지. 게다가 내겐 딸이 없었으니 그것도 나쁘지 않았네.
-246~247쪽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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