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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의 사랑
전아리 | 다른 | 2014년 06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0 리뷰 1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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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23g | 140*210*20mm
ISBN13 9791156330226
ISBN10 11563302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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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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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무엇보다 간절히 원하는 단 하나. 그것은 바로 열렬한 연애다. 남들은 학원이든 도서관에서든 잘만 불꽃이 튀어 사귀어들 대는데, 어쩐지 나는 지금껏 고백한 일곱 명의 여학생들에게 일말의 여지도 없이 완벽히 차여왔다._8∼9쪽

까만 눈동자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물가의 돌멩이처럼 반짝거리는 두 눈을 마주보았다. 지금껏 느낀 적 없던 무력감이 두 다리를 휘어 감았다. 찬바람에 얼어 빨개진 은하의 두 뺨을 보자 온몸에 단단한 뿌리를 내뻗고 있던 힘이 푹 삶은 고사리마냥 맥없이 늘어졌다. 양아치 큐피드가 날린 훅이 머리와 가슴을 재빠르게 타격했다. 나는 죽었다 깨도 이 애를 좋아할 수밖에 없겠구나. 가방끈을 쥐고 있는 저 자그마한 손을 꼭 움켜쥐지 않고서는 절대 이 기묘한 절망감에서 빠져나올 수 없으리라._42쪽

“그런 애는 살 가치가 없어.”
은하는 조금 전보다 훨씬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지만 나는 그 애의 말을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어 나도 모르게 입이 열렸다.
“맞아!”
목소리는 내 자신도 당황스러울 만큼 단호했다. 관리실 앞 가로등 불빛 아래서 은하가 해맑게 웃었다._58쪽

돌아오는 내내 그 애는 판다 귀 머리띠를 한 채로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몇 번이나 미끄러질 뻔한 동그란 이마를 살짝 받쳐 주며, 아주 새삼스럽게 내가 한 명의 번듯한 남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성숙한 남자란 넘쳐나는 성욕이나 여자보다 강한 완력을 재확인하며 거듭나는 게 아니다.) 사랑을 아는 순간 사람은 비로소 성숙해진다. 무기력함 속에서도 고개를 들어 내일을 바라보는 힘,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일. 지켜 주고 싶은 달콤한 잠. 종일 들었던 명랑한 웃음소리. 놀이기구들을 향해 나를 끌고 다니던 천진난만한 걸음걸이._104쪽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십대이기에 모든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다는 말은 거짓이다. 성인들은 자신의 죗값에 응당한 벌을 받을 기회라도 있지만 우리는 저지른 잘못의 정도에 비해 부족한 벌을 받기 마련이다. 스스로를 용서할 시간이 없고, 반성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서툰 욕설과 마음에 없는 웃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려 한다. 잘못을 정당화하기에 가장 좋은 변명은 하나뿐이다. ‘나는 원래 이런 인간이니까.’ 죄책감은 잠복기의 종양처럼 몸속 어딘가에 숨어 야금야금 스스로를 갉아먹다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본인 자신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_147~148쪽
---본문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전아리 작가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깨달았다. 세상에는 나와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 있다는 것을. 깜찍 발랄하고 쌉싸름한 느낌의 소설들을 발표하는 이 ‘어린’ 작가는 소설적 문장과 플롯을 완전히 몸에 익히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소설가였을 것 같은 그가 진짜 첫사랑 이야기를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 이야기 속에 살아 있는 재경이와 은하는 이 시대를 사는 지금의 진짜 십대보다 더 순수하고, 더 리얼하다. 나는 어떻게 이런 인물들을 세상에 태어나게 할 수 있었는지, 작가의 머릿속을 다만 궁금해할 뿐이다.
방민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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