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세상에!” 지미 로리머가 올려다보았다. “무슨 일이야?” 루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신문에 나온 한 이름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지미는 거듭 물었다. 루크가 고개를 들어서 친구를 보았다. 그 표정이 너무 기묘했기 때문에 지미는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야, 루크? 마치 유령이라도 본 표정이잖아.” 한동안 루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신문을 내려놓고 창가로 걸어갔다 다시 왔다. 그를 보는 동안 지미의 놀라움은 더 커졌다. 루크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지미, 내가 영국에 도착하던 날 런던까지 동행했다고 한 노부인 이야기 생각나?” “밀드레드 이모가 떠오른다고 했던 그 부인? 차에 치였다고 했지?” “맞아. 잘 들어, 지미. 그 부인이 런던 경시청에 살인이 여러 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해주러 가는 길이라면서 내게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었어. 그녀가 사는 마을에 살인자가 돌아다닌다는 거야. 그것도 아주 신속하게 사람들을 해치우고 있다더라고.” “그 할머니가 정신 나갔다는 말은 안 했잖아.” 지미가 말했다. “그렇다는 생각은 안 했어.”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연쇄 살인이 그렇게…….” 루크가 급히 말을 이었다. “그 부인이 돌았다는 생각은 안 했어. 그냥 가끔 할머니들이 그런 것처럼 상상력이 좀 지나치다고 생각했지.” “흠, 그럴 수 있겠군. 하지만 맛이 간 건 사실이라고 난 생각해.”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지미. 지금은 내가 말하고 있잖아.” “알았어. 계속해 봐.” “그 부인은 상당히 자세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피해자들 이름을 하나인가 둘인가 말해 주었어. 그녀가 정말 괴로웠던 점은 다음 번 희생자가 누가 될지 안다는 거였어.” “그랬대?” 지미가 이야기를 재촉하며 물었다. “가끔 좀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어떤 이름이 계속 생각날 때가 있잖아. 그 이름이 계속 내 뇌리를 떠돈 건 어렸을 때 들은 우스꽝스러운 자장가가 연상되었기 때문이야. ‘피들 디디, 피들 디디, 파리가 범블 비(뒝벌)와 결혼을 했대요.’” “매우 지적인 이야기군. 그래서 요점이 뭐야?” “요점은……. 그 남자의 이름이 험블비였다는 거야. 험블비 박사. 나와 동행한 노부인이 험블비 박사가 다음 번 희생자가 될 거라고 했어. 그녀는 그 박사가 ‘아주 선량한’ 분이라 괴롭다고 했지. 그 이름이 내 머리에 박혀 있었던 건 아까 말한 그 노래 가사 때문이고.” “그래서?” “그래서라고, 이걸 봐.” 루크는 신문을 밀어 주면서 부고 난에 기재된 내용을 손가락으로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