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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양장 ]
리뷰 총점7.8 리뷰 77건 | 판매지수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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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소설 top100 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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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뮤지컬 미니 에디션 1월호
작은 출판사 응원 프로젝트 <중쇄를 찍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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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08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59쪽 | 402g | 134*194*20mm
ISBN13 9788970754413
ISBN10 897075441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적의 화장법』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알려진 아멜리 노통의 데뷔작. 르네 팔레 문학상, 알랭 푸르니에 문학상, 아카데미 프랑세즈 문학상 등을 차례로 석권하며, 프랑스 사회에 아멜리 노통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로, 그는 살 날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는다. 의사나 독자에게 신화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기자들이 몰려드는데, 인간 혐오자를 자처하는 주인공은 허위에 찬 기자들의 세속적 관심에 무참한 응징을 가한다. 자신의 책을 제대로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얼치기 인터뷰를 시도하는 문학기자들을 잔인하기 그지없는 언변으로 차례차례 '죽여' 버리는 주인공. 그러나 다섯번째 인터뷰가 시작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젊은 여기자 니나와 괴팍스럽기까지 한 대문호 사이에 한치의 양보도 없는 이야기 공방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노작가의 유일한 미완성작인 『살인자의 건강법』을 앞에 놓고서는 더욱 거센 설전을 벌이게 된다. 문학작품을 관통하는 허구와 진실을 냉정하게 고찰한 작품으로, 촌철살인적인 대화가 섬뜩한 긴장감을 준다.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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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김민정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수학 중 도불. 파리 제4대학에서 불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역서로는 『감자 일기』, 『송고르 왕의 죽음』이 있다.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살인자의 화장법
-- 최세라 (rasse@yes24.com)
2004-07-16
쉼없이 떠들어대는 대화체를 싫어한다면 그녀의 소설을 읽는건 상당한 고문이다. 더구나 상상 청력까지 풍부해 프랑스풍 앵앵거리는 코소리로 말허리 자르고, 잘리고 하면서도 끝까지 주절거리는 소리를 듣는다면, 반전이 매력이라는 특유의 결말까지 다다르기란 보통 일은 아니다. 등장인물을 빌려 할 말부터 안할 말까지 퍼부어 버리는 그녀의 수다는 대놓고 풀어내기에는 머쓱한 부끄러움의 변형은 아닐까 돌려 생각해본다.

아멜리 노통의 25세 첫 데뷔작 『살인자의 건강법』(1992)부터 이보다 일찍 번역되어 주목을 받았던 2001년작『적의 화장법』까지 근 10여년의 세월의 흐름에도 그녀는 여전히 탄력적인 보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폐부를 바로 찔러 들어가는 도입, 스피디하고 거침없는 논쟁, 급격한 반전과 결말이 더욱 섬세해 진다는 것은, 아무것도 모를 나이라고 여겨지는 25세에 이미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글쓰기에 뛰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그녀의 전지구적 상상력과 촌철살인적 대화법은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 베이징, 뉴욕, 방글라데시, 보르네오, 라오스 등지에서 보낸 화려한 유년시절에서 출발된 듯 하다. 특히 문헌을 통한 언어학을 전공한 그녀에게 가장 자신있는 선택 또한 속전속결 대화체이지 않았을까 한다. 어쨌든 톡쏘는 '노통 스타일'은 등단 이후 프랑스 문학계와 상업계를 쥐락펴락한다는 소식을 곧잘 듣게 했다.

유명한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문학계의 거인이라 여겨지는 프레텍스타 타슈는 연골 조직에 이상이 생기는 희귀병으로 남은 인생이 두 달여라는 선고를 받았다. 그의 사망 예정 소식이 알려지면서 곳곳의 기자들이 인터뷰를 위해 찾아온다. 그의 괴팍하고 날카로운 성격, 주저하지 않는 폭언과 비난에 이미 4명의 기자들이 줄행랑을 쳤고, 이제 마지막 5번째로 찾아 온 당돌한 여기자로 인해 그의 비대하고 내밀한 살들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그는 피터팬 증후군을 겪고 있는 살인자. 부모를 일찍 잃고 한 몸처럼 같이 지낸 사촌여동생과 풍족한 유년기를 보내면서 영원한 사랑과 행복을 위해 어른이 되지 않기로 결심한다. 목숨 보존을 위한 최소한의 식사, 수면 시간의 단축, 외부와의 철저한 차단 등의 가학적 노력도 불구하고 흐르는 시간과 자라나는 몸을 세울 수는 없는 법. 호수에서 단 둘이 수영하던 어느 날 새벽, 여자아이의 초경을 본 그는 그녀를 목졸라 살해하고, 그녀를 잃은 상실감과 두려움으로 집에 불을 질러 친척 모두를 죽인다. 이제 그의 나이 83살. 68년이 지나서야 한 여기자에 의해 한 가문을 몰락시킨 살인자의 정체와 이를 내용으로 한 자전적 미완성 소설『살인자의 건강법』의 결말이 밝혀진다.

<소화불량 옹호론><실수 연발 학살><동시 발생적 은총> 등 소설 속 소설가가 쓴 소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멜리 노통은 단어 조합에 천부적이다. 그녀의 실제 소설 제목도 그렇듯이 제목만으로도 그녀의 얼굴이 된다. 여기에 충부한 철학적, 문헌적 틀에서 직조된 지식의 원단 - 수많은 실존 작가들의 작품 성향, 손, 성기, 이름 등에 대한 철학적 고찰 등- 들이 파격적인 스토리 라인과 눈에 띄는 장식들 - 단어, 유머, 독설 등 - 로 재단되어 한 벌의 튀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이런 '노통 스타일'은 분명한 장점이자 곧 단점이 되는데, 일단은 독특한 취향을 즐길만큼 그녀와 코드가 맞아야하고, 거기에 쉽게 질리지 않을만한 무던함도 갖추고 있어야 1년에 한 번씩 오래도록 그녀를 만날 수 있다. 물론 만반의 준비가 된 독자에게는 확실한 즐거움을 보장해 준다.

하나 더,『살인자의 건강법』을 읽다보면 번역서에서 보기드문 몇가지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흥미롭다. '께느른한(일에 마음이 내키지 않고 몸이 느른하다)' '지청구(꾸지람. 아무 까닭 없이 남을 탓하고 원망함)' '톺아보다(샅샅이 뒤지고 찾아 나가면서 살피다)' 등등 한번 쯤 들어는 봤으되 자주 쓰이지는 않는 단어들이 한층 맛깔스럽게 한다. 탐스러운 문장은 많이 봤어도, 독특한 단어들을 사용한 번역은 드물었기에 김민정의 솜씨가 더욱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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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이야기가 나왔으니 드리는 말씀인데, 전 선생님의 소설들 속 여성 등장인물들에 대해 개괄해 보았답니다."
"어련하실까. 기대가 되오."
"좀 전에 말씀하시기를, 선생님의 이데올로기에는 여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셨지요. 그런 주장을 펴고 다니시는 분이 그렇게 많은 종이 여인들을 만들어내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나하나 되짚어보지는 않겠습니다만, 제가 세어본 바로는 선생님의 작품세계에 약 마흔여섯 명의 여자가 등장하더군요."
---p.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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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의 작가 인터뷰
▶ 첫 소설부터 문학계를 비판하는 글을 쓰시다니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
제가 겁도 없이 그렇게 한 건 문학계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었기 때문이에요. 출판사 사람들이며 작가들이며 알고 보니 정말 좋은 사람들이더군요. 진작에 알았더라면 이런 글은 안 썼을 텐데! 사실 난 작가가 될 생각이 없었어요. 아버지가 일본 주재 외교관이었던 덕에 전 일본어에 능통했고 그래서 비즈니스 통역가가 되기로 했지요. 하지만 일본에서 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직업상 뼈저린 좌절감을 맛본 뒤에 서랍 속에 쌓여 있는 원고뭉치에 생각이 미쳤지요. 전 열일곱 살 때부터 소일거리 삼아 쭉 글을 써오고 있었답니다. 그 중의 하나를 출판사에 보냈고 그래서 이렇게 된 거예요.

▶ 서랍 속에 원고가 많으신가 봐요?
이 소설이 제 첫 소설이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열한번째랍니다. 전 대학에서 문헌학*을 전공했어요. 문헌학과는 벨기에하고 독일의 대학에만 개설되어 있는 학과지요. 니체도 문헌학을 전공했다지요. 니체하고 전공이 같다니 대단하죠! 대학 다닐 때 친구들과 소설 쓰기 놀이를 곧잘 하곤 했는데, 그 버릇이 밴 탓인지 계속 글을 쓰게 됐어요.

*문헌학은 각종 문헌에 대한 비평적 분석을 통해 언어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아멜리 노통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을 망라하는 로망어 문헌학을 전공했다.

▶ 소설 속에서 프레텍스타 타슈가 책이며 작가며 기자며 여자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을 하는데, 그의 생각에 동의하시나요?
여자들에 대해서 그가 한 말은 절대로 용서 못해요. 하지만 대개의 경우 타슈는 제 생각을 대변하고 있지요. 저도 타슈처럼 메타포를 싫어하고 셀린이며 패트리셔 하이스미스 같은 작가를 좋아한답니다.

▶ 메타포를 싫어하시는군요. 대학에서 시험 볼 때 메타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이라도 있으신지?
수사학에는 메타포 말고도 다른 게 많은데 다들 메타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게 싫었어요. 게다가 메타포라는 건 너무 안이하잖아요. 전 대학에서 공부할 때 동사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제 학부 졸업 논문의 제목은 『베르나노스*의 소설 속에 나타난 타동사의 자동사화』였답니다. 프레텍스타 타슈의 소설 제목 같죠? 베르나노스의 소설을 읽다 보니, 작가가 형이상학적 사고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문장 구조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동사를 통해서요. 동사가 목적어를 갖느냐 갖지 않느냐는 인생에 있어, 문학에 있어, 목표를 갖느냐 갖지 않느냐 하는 것하고 상응하는 것 아니겠어요? 제 생각에 셀린은 타동사화에 주력했던 사람이고 베르나노스는 자동사화에 주력했던 사람인 것 같아요.

*Georges Bernanos(1888~1948), 프랑스 소설가. 『시골 사제의 일기』 등의 작품을 통해 현대 종교의 허위를 폭 로하고, 증오와 죄악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성성(聖性)과 악마성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그렸다. 레지스탕스의 선구자로 존경받고 있다.

▶ 기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 같던데……
천만에요. 전 소설을 대화체로 구성하려 했기 때문에, 대화라는 양식에 걸맞는 등장인물들이 필요했을 뿐이에요. 언론계를 비난하려 한 게 아니었어요.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어버렸지만요. 책을 출판하게 되자, 기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이들은 소설 속 기자들이 실제와 다르다고 지적했어요. 어떤 이는 이렇게 말했지요. “말도 안 돼요, 네 사람 모두 각기 다른 질문을 하다니!”

▶ 왜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나요?
전 정말 별 볼 일 없는 사람이거든요. 그러니 이왕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낼 바에야 나랑 완전히 딴판인 인물을 만들어내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남자이고 늙었고 아주 유명한 사람.

▶ 프레텍스타 타슈는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에 걸렸는데, 이 병은 실존하는 병인가요?
아, 아니에요. 브뤼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장난일 뿐이에요. 우리 브뤼셀 사람들이 감자 튀김을 사서 먹곤 하는 아주 지저분한 광장의 이름을 독일식으로 바꾼 거랍니다. 내 고장 사람들에 대한 내 나름의 인사죠 뭐. 왜 연골에 관한 병을 생각해냈느냐고요? 그건 제 연골 조직이 아주 특이하기 때문이죠. 전 엄지를 180도로 꺾을 수가 있답니다. 제 나이가 한 예순쯤 되면 연골 때문에 고생깨나 하겠지만 지금으로선 정말 재미있어요.

▶ 이 소설을 120시간 만에 써냈다고 하셨지요. 퇴고 같은 것도 하지 않으셨나요?
1991년 1월 14일부터 3월 11일까지 40일간 120시간에 걸쳐 썼죠. 전 절대 퇴고 같은 건 하지 않아요. 그래서 제게 글쓰기는 도박과 같답니다. 단번에 잘 써지지 않으면 실패한 거죠. 그럼 다음번을 기약하면 되고요. 글을 빨리 쓰는 건 문장의 호흡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예요.

▶ 프레텍스타 타슈는 스물두 권의 소설을 출판한 것으로 되어 있지요. 혹시 그 스물두 권의 소설들은 직접 쓰신 것 아닌가요?
하하, 맞아요. 그 제목들*을 인용하면서 얼마나 즐겁던지. 사실 『살인자의 건강법』은 그 소설들을 소개하기 위해 쓴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서 타슈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잖아요. 그 부분을 단숨에 써내려가면서 낡아빠진 기계를 술술 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답니다. 정말 즐거웠어요.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첫번째 소설이든 열번째 소설이든 우리가 한 작가의 소설에서 기대하는 바는 늘 똑같지 않을까? 우리를 놀라게 할 것, 동요시킬 것, 변화시킬 것. 자신만의 문체, 자신만의 세계를 품고 있을 것. 한마디로 문학다울 것. 아멜리 노통의 첫번째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은 이 모든 조건들을 두루 충족시키는 야심만만한 작품이다.”
--- 르 몽드
“아멜리 노통은 이 독특한 구조의 소설을 통해 문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한 문학을 가지고 노는 방법도. 끊임없는 상황의 반전과 촌철살인의 대화 - 알프레드 히치콕도 노통이 이끌어내는 서스펜스 앞에서는 감탄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 폴리티스

회원리뷰 (77건) 리뷰 총점7.8

혜택 및 유의사항?
파워문화리뷰 살인자의 건강법 | 아멜리 노통브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A***e | 2018.11.1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내가 읽은 프랑스 소설은 몇권 되지 않지만, 일단 호불호가 나뉘는 편이다. 어떤 책은 기막히게 재밌는 반면, 어떤 책은 읽은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진 적도 있다. 물론 모든 책에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에게 의미있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니까. 아멜리 노통브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쏟아내는 엄청난 다작 속에서 무엇부터 시작할지 고민하다가 다른 소설가에;
리뷰제목

 


내가 읽은 프랑스 소설은 몇권 되지 않지만, 일단 호불호가 나뉘는 편이다. 어떤 책은 기막히게 재밌는 반면, 어떤 책은 읽은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진 적도 있다. 물론 모든 책에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에게 의미있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니까. 아멜리 노통브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쏟아내는 엄청난 다작 속에서 무엇부터 시작할지 고민하다가 다른 소설가에 꽂혀서 잠시 잊고 있었다. 예스24 메인에 올해 출간한 새로운 신간 소식을 보았고, 아멜리 노통브에 입문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우리의 만남에서 첫인상은 좋아야 하니까, 유명작 중에 하나인 <살인자의 건강법>을 먼저 읽기로 결심했다.


그냥 읽은 거지. 그게 다요. 기껏해야 '무슨 내용인지'아는 거고.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오. 지성인이라는 사람들한테 내가 몇 번이나 물어봤는지 아시오. '그 책이 당신을 변화시켰소?'라고 말이오. 그러면 그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날 쳐다보는 거요. 꼭 이렇게 묻는 것 같았소. '왜 그 책 떄문에 내가 변해야 하죠?' p.78

소설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대문호와의 인터뷰를 다룬 이야기이다. 대화 속에 드러나는 그녀의 문학에 대한 지식과 유치하지만 진중하고 긴장감있는 스토리,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유머까지. 이 책을 스물 다섯의 나이로 썼다고? 프랑스 문단에서 왜 아멜리 노통브를 천재라고 일컫는 줄 이해했다. 소설 속에서 장소의 이동없이 대화만으로도 이렇게 구성할 수 있구나. 작가와 기자들의 대화를 통해 문학이란 무엇인지, 글을 쓰는 사람의 작가정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뭐, 사실 모르는 문학이 워낙 많이 등장하는 터라 다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아멜리 노통브의 떡볶이 같은 매력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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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살인자의 건강법 - 위선과 허세에 대한 비웃음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s***a | 2018.02.10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천재의 탄생'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데뷔작" - 이라는 책소개로 '살인자의 건강법'을 읽기 시작했다. 너무 거창하게 들리는 찬사라서 사실 출판사의 과장된 상업적 멘트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후 아멜리 노통브가 어떤 작품 세계를 그려가고 있고 어떤 평판을 듣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살인자의 건강법'만을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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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탄생'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데뷔작" - 이라는 책소개로 '살인자의 건강법'을 읽기 시작했다. 너무 거창하게 들리는 찬사라서 사실 출판사의 과장된 상업적 멘트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후 아멜리 노통브가 어떤 작품 세계를 그려가고 있고 어떤 평판을 듣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살인자의 건강법'만을 이야기 한다면 분명 탁월한 작품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된다.

 

'살인자의 건강법'은 우선 대문화와의 인터뷰라는 형식의 독특한 구조에 묘미가 있다. 또한 인터뷰 중 타슈가 기자들과, 그리고 니나와 주고 받는 대화들에서 느낄 수 있는 화려함은 왜 많은 이들이 아멜리 노통브의 책을 즐기는지 충분히 알 수 있게 한다. 더군다나 책 후반부에 니나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보여주는 기발한 상상력은 분명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한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은 타슈를 통해서 보여주는 위선과 허세에 대한 비웃음에 있다. 타슈는 자신의 작품을 채 읽지도 않고 문학에 대한 깊은 소양이 있는 것처럼 포장한 거짓된 진지함으로 자신을 인터뷰하는 기자들을 독설로서 희롱한다. 그 현란한 언변이란... 타슈는 시종일관 진지함과 비웃음을, 진실과 거짓을 오가며 이야기 속의 기자들로 대변되는 기성 문학(아마도)을, 그리고 그들의 위선과 허세에 일침을 가한다.

허세에 대한 비웃음은 비단 기자들에게만 가해지는 것은 아니다. 타슈 본인 또한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이라는 무시무시하고 뭔가 있어 보이는 이름을 가진 병으로 사망하는 것에 대해서 뿌듯해하고 자부심을 나타내지 있지 않은가. 결국 본인이 그렇게 발버둥치지만 니나에 의해서 바로 그 자신이 남들에게 쏟아 냈던 그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많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꼭꼭 눌어 담은 느낌을 준다. 번역의 한계 너머에 있지만 아멜리 노통보의 현란한 글재주가 충분히 느껴진다. 읽는 즐거움이 이야기 전반에 잘 담겨 있다. 몰론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뭐 이거는 어쩌면 문학의 문외한이 내가 미처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 것이다. 어쨌던 프랑스 문학에 "천재의 탄생"이라는 찬사를 받는 작가의 작품 아닌가.

 

같이 이야기를 나눈 분들의 조언에 따르면 아멜리 노통브의 책이 주는 분위기나 느낌이 '살인자의 건강법' 이후에 발표된 책에서도 비슷하다고 하니, 아멜리 노통브의 다음 책은 좀 틈을 두고 접할까 한다. 그럼에도 작가의 다른 책을 꼭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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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건강법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헤* | 2017.12.14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8자를 그리는 비행, 꼬리 들고 허리 곧추 세우기, 페로몬 분비. 바로동물들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입니다. 생존에 집중되어 있는 이들의 커뮤니케이션은 외부 교란만 없다면 실패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사회적 동물인 인간 역시 커뮤니케;
리뷰제목


8자를 그리는 비행, 꼬리 들고 허리 곧추 세우기, 페로몬 분비. 바로동물들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입니다. 생존에 집중되어 있는 이들의 커뮤니케이션은 외부 교란만 없다면 실패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 역시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입니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정확성입니다. 화자의 메시지는 분명해야 하고 청자(독자)는 그 메시지를 오류 없이 해석해야 합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생물계 최상위에 위치하고 있다는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잦은 오류가 발생합니다.


문명의 진화 도중 본능을 상실한 인간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주로 이성에 의존합니다. 다시 말해 이성의 끝판 왕 '언어'가 주요 커뮤니케이션 수단입니다. 꿀벌들처럼 “척하면 척”이면 좋으련만 인간의 귀와 혀가 불러오는 화는 잊을만하면 우리를 괴롭히곤 합니다. 첨단 의사소통 수단이라고 하는 인간의 언어는 왜 이리 오류가 많은 걸까요? 이 소설은 텍스트(언어, 문자 등)를 통해 화자 메시지의 본질에 다가간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비주의 베일에 가려진 채 고답적 삶을 살아가는 한 노작가의 서재에서 벌어지는 5일간의 대화. 이야기 배경과 구조는 독특하면서 간결합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절필한 대문호’라는 텍스트.


실천적 삶의 토대 없이 허공에 구축된 노작가의 아성은 견고해 보이지만 미세한 균열에도 순간적으로 무너져 내릴 수 있어 철저한 위생과 방어는 필수입니다. 타인의 생명을 탈취해 본 경험이 있는 자들만의 노블리티 멤버스(희귀 질환)에 자부심을 느낀 채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노작가의 성벽에 걸려 있는 ‘대문호’라는 문패도 왠지 위태로워 보입니다. 살인자에게서만 발견된다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고 그로인해 시효인간이 되어버린 노벨상 수상 작가. 게다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대문호라면 분명 구미가 당기는 텍스트입니다.


이 범상치 않은 텍스트를 해석하기 위해 기자들이 몰려듭니다. 그리고 비서를 통해 5인의 기자가 행운이자 불행이될 인터뷰 기회를 얻게 됩니다. 득의양양하던 네 명의 기자는 대문호의 독설과 막말에 말 한마디 제대로 섞지 못한 채 볼썽사납게 쫓겨나고, 이어 마지막 주자가 등장합니다.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통찰력과 그를 바탕으로 한 질문에 텍스트 구조가 드러나고 결국 노작가의 엽기적인 삶도 그 인터뷰와 함께 마감됩니다. 철옹성을 구축하고 신비주의를 고수하던 노 작가의 마음을 열게 만든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텍스트 접근 원칙들.


국가 간 협상 실패로 평화가 깨져 걸프전이 발발하던 그 때 한 여기자가 세상과 불통을 선언한 노작가와 소통을 시도합니다. 소통 실패로 인한 관계의 균열 그리고 그에 따른 갈등의 결과는 상호 공격, 전쟁입니다.


아는 것(know)와 이해하는 것(understanding)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호기심에서 출발하지만 아는 것(know)이 단순히 사실(fact)만을 밝히는 일이라면 이해하는 것(understanding)은 상대의 아래에 서서 당시의 상황과 입장에 서 보는 것입니다. 즉 상대가 그 시점에서 오감을 통해 경험한 것을 경험하고 공감해보는 것입니다. 앞 선 네 명의 기자에게는 없었던 강력한 소통의 도구는 바로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선 여기자 니나는 대문호 타슈를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과 더불어 상대 아래에 설 준비까지 되어 있음을 분명하게 전달합니다.


“아닙니다. 타슈 선생님. 전 그저 선생님과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따름입니다.”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라블랭 씨의 허락을 받고 온 겁니다. 그러니 남아 있겠습니다.”(114)


이처럼 분명하고도 진심어린 메시지를 받고도 상대를 다시 보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한 말씀만 해주시지요!” 같이 뉴스에 흔히 등장하는 상투적인 접근으로 화자 마음을 닫게 만들었던 앞선 기자들은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부족했음은 물론 자신의 욕구마저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호기심 충족인지, 특종 기사 확보인지, 구독자들의 니즈 반영인지 아니면 자신의 승진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들은 같은 수준의 동료가 제공하는 실패 후 뒷담화를 사전 학습에 활용하지만 결국 본질로 나아가는 데는 실패합니다.


컨텍스트(context)가 풍부하면 풍부할수록 텍스트(text)의 의미는 분명해집니다. 네 명의 실패자들은 오로지 앞 선 희생자의 해석만을 참조하였고, 그 컨텍스트마저 각 자의 주관적 해석 앞에 왜곡되어버립니다. 그로부터 얻을 것은 선험자의 실패가 주는 안도감과 자만감 뿐. 24년째 무료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노인에게 칵테일(알렉산드라) 한 잔이 주는 의미를 조금이라도 눈치 챘더라면 어쩌면 이야기는 네 번 째 기자 인터뷰에서 막을 내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성마른 호기심에 비해 커뮤니케이션에 이해도는 박했던 그는 몇 차례의 기회마저 놓치고 맙니다.


“전 그 사람들과 만나지 않았습니다. 저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니까요.”


하지만 니나는 달랐습니다. 그녀는 실패자들의 뒷담화에 의존하기 보다는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고급 컨텍스트에 접근합니다. 바로 타슈 노인의 민낯을 가장 가까이서 보아온 비서 그라블랭입니다. 선험자들이 생산한 인터뷰녹음자료는 비서의 관점을 통해 재해석되기 시작합니다. 그를 통해 니나는 베일가려진 채 아우라를 뿜고 있는 한 위인이 실은 24년 째 삶의 의미를 잃고 따분해 하고 있는 한 노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하게 만듭니다. 자신도 알아채지 못한 사실을 알고 있고 어쩌면 자신을 이 지난한 무료함에서 구원해 줄지 모를 상대를 이 영악한 노인이 놓칠 리 없습니다. 더군다나 화자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컨텍스트이자 텍스트인 24권의 저서까지 면밀히 탐구함으로써 모두가 허구로 보았던 그의 미완성작이 실은 그의 자전적 소설임을 간파한 상대를 말이지요.


“선생님. 선생님께서 따분해 하고 계시다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방금 말씀해 주셔서 알게 된 게 아닙니다.”

“모순 속에서 진실이 드러나는 법이거든요. 다른 기자들이 녹음한 인터뷰 내용을 그라블랭 씨와 함께 들었답니다. 선생님께선 그라블랭 씨가 선생님의 뜻을 거슬러 가며 인터뷰를 기획했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라블랭씨는 그 반대라고 증언하더군요. 인터뷰 대상이 된다는 생각에 선생님께서 엄청 좋아라 하셨다고 이야기하던 걸요.”

“배신자”

“얼굴 붉히실 거 없습니다. 타슈 선생님. 그 이야길 듣고 나니 선생님이 다감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든 선생님께선 제가 가지 않길 바라시죠.”(119p)


비서 그라블랭의 인터뷰 녹음 요청에 대해서도 앞선 기자들은 독설쟁이 노인네를 다루는데 써먹으려고 부탁한 것으로 해석했지만 실은 니나의 부탁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그녀는 타슈라고 하는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해 가용 컨텍스트를 충분히 활용합니다. 이제 대문호 타슈라고 하는 텍스트의 마지막 문장을 해독하게 해줄 열쇠이자 모든 이가 은유적으로만 접근한 미완성작 ‘살인자의 건강법’이 담고 있는 비밀을 여는 일만 남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주도면밀하게 컨텍스트를 분석한 채 접근하는 니나에게 당황한 타슈는 연이은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범하고 맙니다. 바로 섣부른 예측과 판단 그리고 자기충족적 예언입니다.


“그 그라블랭이라는 자가 날 배신했소. 여성 잡지 기자들은 쫓아 보내라고 그렇게 일렀는데.” 

“전 여성 잡지 기자가 아닙니다.”

“아주머니께서 이젠 재치 겨루기를 하시겠다?”

“미혼입니다.”

“당신이 뭔데 나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거요? 시건방진 풋내기 같으니. 키스도 제대로 못 해본 추물 주제에”


이처럼 타슈는 편견에 기댄 채 섣부른 판단을 하며 허점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주관적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편견, 선입관에 기대어 속단하거나 예단하는 것. 커뮤니케이션에서 흔히 범하는 오류입니다. 몇 차례 실수로 주도권이 니나에게 넘어가게 되자 자칭 허위 혐오자이자 타슈는 무의식중 자신의 허위를 드러내 보이기까지 합니다.


“기막히게 잘도 종알대시는구려, 기자 양반! 도대체 대학은 어딜 나왔소?”


이후 니나가 보여준 ‘사과’와 ‘용서’에 대한 생각과 태도도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눈여겨 볼만합니다.



타슈 텍스트의 골격: 이단적 허위 위계.


인간을 증오하는 타슈는 그에 대한 수많은 이유 중 ‘허위’를 최우선으로 듭니다. 밖에서 볼 때 그는 허위 혐오자이자 허위에 저항하고 허위를 타파하는 고독한 혁명가입니다. 허위를 마주하지 않으려 사회를 등졌고, 소통의 마지노선인 글쓰기마저 포기합니다. 한편 그는 허위 정도에 따라 ‘어린아이–허위에 저항하는 창의적인 남자–창의적인 남자–남자–여자’라는 위계도 구축합니다. 가장 하위에 위치한 여자라는 존재는 행복할 리 만무하고 살아 있음 역시 느낄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런여자를 동등하게 대우하려 하는 주장이나 명분 역시 허위로 봅니다. 이단적 냄새가 역력한 이 황당무계한 이론은 일면 사실과 진리에 기반을 두고 있어 사람들은 쉬이 부정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기괴한 텍스트를 소화해 비평하기 보다는 읽지 않는 쪽을 택합니다. 이처럼 텍스트 탐구를 포기한 게으른 독자를 타슈는 ‘읽기는 하지만 읽지 않는 사람’이라고 부르며 냉소를 보내는가 하면 심지어 과거 자신의 살인행각을 그린 책을 출간하기에 이릅니다.


타슈의 여혐 사상(노통브의 아이디어)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을까요. 그 이론 역시 인류 최초 '메시지 오독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양대 문명(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모두 세상 비극의 시작을 여자 탓으로 돌립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상자를 열어버린 그리스의 판도라와 신이 금한 열매를 따서 맛을 본 성경 속 이브입니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인류 최초 여자 이브는 어느 날 뱀으로부터 신이 내린 메시지와는 차이가 있는 각색된 메시지를 받습니다. 결과론이지만 혼란이 찾아온 그 때 그녀는 메시지 진위여부를 전달자인 신에게 물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억누르기 쉽지 않은 호기심과 좀 더 나아지고자 하는 욕망(허위의식)에 사로잡힌 그녀는 메시지의 본질(진리)을 찾아가는 과정을 회피하고 맙니다. 그 결과 그녀는 파트너와 함께 낙원으로부터 영원히 추방당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그들이 받은 형벌이 대대손손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작가의 여혐사상 모티프는 어쩌면 이 사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추방 전, 노동없이 창작활동만을 하며 낙원을 누리던 인간은 신성한 메시지 해석 실패에 대한 대가로 다음의 형을 언도받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세상이라는 감옥으로 영원히 추방당합니다(창작활동: 세상 만물을 창조한 신이 인간에게 처음 지시한 것이 모든 만물의 이름을 지으라는 것).


남자에게 내려진 형벌: 적대적으로 변해버려 거칠어지고 가시엉겅퀴로 뒤덮인 땅을 일구고 이마에 땀을 흘리는 생산 활동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을 것.


"Cursed is the ground because of you; through painful toil you will eat of it all the days of your life. It will produce thorns and thistles for you, and you will eat the plants of the field. By the sweat of your brow you will eat your food until you return to the ground, since from it you were taken; for dust you are and to dust you will return."


여자에게 내려진 형벌: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네 처지를 그대로 물려받을 후손을 생산해 내게 될 것. 그리고 그 과정 중에 두 가지 고통을 맛볼 것인데 하나는 출산의 육체적 고통이고 또 하나는 남자로 인한 맘고생.


To the woman he said, "I will greatly increase your pains in childbearing; with pain you will give birth to children. Your desire will be for your husband, and he will rule over you."


타슈는 여자를 ‘절대적이고 신성한 메시지 오역’의 주범이자 충만한 창작 활동 보장 특혜를 잃게 만든 장본인이자 '추함'과 '허위적 삶'의 원인 제공자로 규정합니다. 또한 제 3자인 자녀가 부모의 삶을 이어가는 것을 영원한 삶에 대한 탈취로 보고 2세 생산과 관련된 생리현상에 강한 혐오를 드러냅니다. 더불어 로맨스와 관련된 감상적, 감정적 현상을 천하고 저속한 것으로 봅니다. 그나마 인류의 조상 아담이 그랬듯 생존을 위한 생산 활동에 매몰되어 비교적 감정소모가 적은 남자를 우위에 두고 창의적 활동에 적합한 존재로 보기도 합니다.



영원히 어린아이로 남는 게 이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어린시절을 떠나 어른들 세계에 편입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보았을 것이고 공감 가능한 것입니다. 하지만 창세기에서 보듯 그것은 동경은 할 수 있지만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진리를 인정하지 못한, 아니 배울 기회가 없었던 타슈는 자기만의 이론을 앞세워 연인이자 친족인 레오폴딘을 살해하기에 이릅니다. 니나는 화자인 타슈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 자리에 서본 후 지나친 행운과 행복했던 어린 시절도 정상참작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감정적 사랑이 시작할 나이에 모든 걸 갖추고 자신의 바람을 빈 틈 없이 채워줄 대상을 만나게 되고 아무런 방해 없이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누구라도 그 환상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상태가 완벽하면 완벽할수록 얼마나 더 지속될까에 대한 불안 또한 커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니나는 상대의 아래로 내려가 그 입장이 되어본 것입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차원을 넘어선 진정한 이해입니다.



독서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노통브가 타슈의 저서중 하나로 내세운 “부사 없이 읽기”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독서란, 특히 문학작품의 경우 작가의 삶이 어느 정도 투영된 허구 속에 감춰진 진실을 밝혀나가는 과정입니다. 즉 텍스트 안에 작가가 남겨놓은 메시지의 진정한 의미를 해독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부사 없이 읽기에서 부사를 빼면 오롯이 ‘읽다’라는 동사가 남습니다. 그렇다면 문장에서 말을 좀 더 생생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부사가 텍스트의 정확한 의미에 다가가는데 있어서 어떤 방해를 하는 걸까요. 아마도 작가는 느낌을 부풀려주는 수단에 의해 본질이 가려지는 것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즐겁게 갈 수는 있으나 엉뚱한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으로 말입니다. 


작가는 또한 가장 손쉬우면서도 매력적인 방법인 은유적 해석의 유혹에 빠지는 것을 주의하라고 경고합니다. 어쩌면 타슈는 어린 시절 가졌던 생각과 그로 인해 저질렀던 과오가 부조리하다는 것을 커가면서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인 글쓰기를 통해 타인과의 소통을 시도했을 것입니다. 진실을 직면하는 것은 두렵지만 자신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 누구도 그의 바람이 담긴 메시지의 본질에 접근하려 하지 않았고, 그럴수록 타슈의 실망과 분노도 커져 갔을 것입니다. 지독한 독설과 궤변은 그 결과입니다.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진정으로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아는 것에 만족하고 거기에 머물거나 거기에도 미치지 못한 채 읽기를 포기한 독자에서 내가 예외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이 순간에도 트렌드나 마케팅 수단에 기댄 이야기들이 책이라는 이름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고, 그에 부응하듯 최고의 텍스트 해석법이라고 자부하는 독서법들이 우후죽순 삐져나오고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럴수록 커뮤니케이션 오류는 빈번해지고 좌절한 우리는 소통을 멀리하게 됩니다. 이 시대의 타슈는 그리 멀리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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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3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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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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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 | 20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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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인 내용이 있어서 진도가 안나갑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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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 | 2019.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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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저버리는 마음적 살인과 진짜 살인은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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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4 | 201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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