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확한 비즈니스 전략이 곧 생존이다.
--- 정민경 (bennys)
2004-08-31
이 책의 저자 트라우트는 세계적인 마케팅 대가로서 알 리스와 함께 포지셔닝 개념을 발표했으며,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 등장해 더욱 화제를 모았던『마케팅 불변의 법칙』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고정 독자층을 거느리고 있는 그의 2004년 신작인 『잭 트라우트 비즈니스 전략』은 격화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비즈니스 전략을 화두로 하고 있다.
전략(strategy)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대규모 군대를 가동하는 일을 계획하고 지휘하는 것에 관한 과학, 특히 적과의 실제 대치 상황에 앞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군사력을 포진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되어 있다. 전쟁을 방불케 현재의 비즈니스계에 실로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경우, 현재 전체 생산품의 최소상품 유지단위, 즉 SKU(Stock Keeping Units)가 자그마치 100만개로 추산된다고 한다. 보통의 슈퍼마켓이 4만 SKU를 갖고 있다고 할 때, 보통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총량의 80~85%는 고작 150SKU에서 해결된다. 즉 한 가게 안에서 우리가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품목만 무려 3만 9850개에 달한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면 1950년대에는 선택 범위가 GM, 포드, 크라이슬러, 아메리칸 모터스 정도가 고작이었던데 반해, 이제는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도요타, 혼다, 폴크스바겐, 피아트, 닛산, 미쓰비시, 르노, 스즈키, 다이하츠, BMW, 현대, 다이와, 마즈다, 이스즈, 기아, 볼보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국내시장과 국제시장의 경계는 사라지고, 전세계의 '모든' 회사가 '모든' 비즈니스를 놓고 경쟁구도를 이루는 것이다.
트라우트는 이제 '다른 회사 제품을 제쳐두고 하필 당신의 제품을 사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전작을 발표했을 때보다 상황은 더욱 악화, 또는 치열해 졌으며, 적확한 전략을 보유한 기업만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제대로 된 전략의 특징을 크게 차별화, 경쟁, 전문화, 단순화 등에서 찾고 있다.
첫번째, 차별화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하버드대학, 제록스, 에비앙의 경우처럼 어떤 분야의 원조임을 강조하는 방법이 있고, '젊은이의 콜라'라는 특징을 부각시킨 펩시처럼 어떤 속성을 집중적으로 강조하는 방법이 있으며,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 수치에는 존경을 표하는 심리를 이용해, 판매량이나 각종 수치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방법이 있으며, 전통을 이용한 차별화, 상품 제조과정을 통한 차별화 등의 방법이 상품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두번째, 경쟁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여, 그들의 강점은 피하고 약점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에는 여러가지 패턴이 있는데 만약 당신의 회사가 업계의 리더라면 경쟁자의 경쟁적 움직임을 즉각 차단하는 '방어적 전쟁'을, 업계2,3위라면 리더회사의 약점을 찾아내서 공격하는 '공격적 전쟁'을, 해당 분야에서 거점을 만들어보려는 신생기업이나 중소기업이라면 주전쟁터에서 다소 비껴선 '측면 전쟁'을, 소규모 회사라면 방어가 쉬운 작은 시장을 찾는 '게릴라 전쟁'을 행해야 한다.
세번째, 전략은 전문화와 직결된다. 오늘날의 비즈니스에서는 여러 가지를 두루 잘하기보다는 한가지를 탁월하게 잘하는 편이 낫다. 면도날 업계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질레트나 세계적으로 100만대 이상의 엘리베이터를 만들어낸 오티스가 그 예이다. 대기업이 아니라 작은 기업의 경우 전문화는 더욱더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네번째, 전략은 단순화와 직결된다. 지나치게 복잡한 정보와 리서치, 여론그룹과 시험시장에 현혹되지 말고 상식 선에서 결과를 예측해야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에 집착하지말고 하나의 상품에 하나의 단어를 각인시킨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 '메르세데스- 엔지니어링, BMW-주행, 볼보-안전, 도미노-배달, 펩시콜라-젊음'처럼 '큰' 전략 아이디어는 대부분의 경우 '단순한' 단어들로 만들어졌다.
그의 전작과 달리 이 책은 자세한 연구사례 보다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원칙들로 대부분의 내용을 구성했다. 그의 표현대로 '비즈니스 세상을 두루 돌아다닌 긴 여정에서 '전략'에 대해 배운 지식의 요약본이라고 할수 있겠다. 200여 페이지의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은 이런 연유이지만, 오히려 빠른 시간에 트라우트의 핵심원칙을 읽기에는 모자람이 없기에 주말이나 휴가에 부담없이 일독할 만하다.
한국판을 위해 특별히 쓴 서문에서 트라우트는 한국기업이 수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했지만 아직도 가격경쟁력을 기초로 한 성장이 중심이 되었음을 지적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에 뛰어드는 총알이 될 마케팅 능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을 실험실로 삼아 나온 이 책은 우리 기업에게 글로벌 시장에서의 비즈니스 전략의 의미를 쉽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