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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와 존 ROSY & 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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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8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314g | 144*207*15mm
ISBN13 9791130603612
ISBN10 11306036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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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전혀 예기치 못한 사태와 마주치면 삶이 송두리째 뒤흔들리게 된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발을 디디고 있던 빙판에 균열이 생기면, 아무리 침착한 사람이라도 엉겁결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보통 결정적인 사태가 발생하기까지는 불과 10여 초도 걸리지 않는다. ---p.13

이번이 처음 시도해보는 폭탄 테러이니만큼 긴장감과 조바심은 극에 달했다. 오랜 시간 공들여온 작업의 결실을 보게 된 셈이다. 이 폭탄 테러로 어떤 파장이 몰려올지 따져보지도 않았다. 어떻게 내다보든 결과는 미지수로 남을 뿐이다. 전문 테러범이었다면 아마도 범행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 숙고를 거듭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낱 초보에 불과해서 어쩔 수 없이 직감에만 의존해야 했다. 물론 이런저런 계획까지 건너뛰진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 법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뭐 어찌됐든 간에 그는 나름대로 준비해둔 방식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이제는 성패 여부를 운에 내맡길 수밖에 없다. 로지가 말한 대로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야. 운도 많이 따라야 하는 법이지.”
여하튼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너무 늦었다.---p.22

“뭐,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양차 세계대전 동안 파괴력이 엄청난 포탄들이 무수히 발사되었어요. 그런데 네 개당 한 개꼴로 터지지 않고 그냥 지면 밑에 파묻혔다고 하더군요. 그러다 나중에 치명적인 독극물처럼 서서히 지면 위로 솟아나서 사방에 깔리다시피 한 거죠. 회수된 것만 해도 자그마치 2500만 개에 달한답니다. 그래봐야 빙산의 일각이라더군요. 이 프랑스 땅에 묻혀 있는 포탄만 수거하려 든다 해도 무려 700년 이상 걸린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니, 원…… 요즘 세상에서는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지만 지면 밑에 남아 있는 포탄을 해결하는 문제도 그에 못지않아요. 일곱 개가 있다고 하면 통계적으로 볼 때 그중 하나나 두 개만 작동해도 상당히 운이 좋은 거죠. 다섯 개까지 작동시킬 수 있으면 정말 행운아이고. 다 터뜨리는 건 그야말로 대박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때맞춰 뇌관을 건드릴 수 있는 기계 장비로 저 친구는 라디오의 알람 장치를 활용했더군요. 하긴 전자파를 내는 거라면 뭐든 그런 식으로 사용할 수 있겠네요. 초인종이라든가 혹은 휴대전화라든가…….”
이건 베르호벤에게 새로운 발상이다.
“폭탄 테러는 꽤나 복잡한 준비 과정을 거쳐야만 가능하다고 여기기 일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네요.” ---p.72

1년 전쯤에 찍힌 로지의 사진이 나온다. 교도소에 수감되기 직전이다. 지금은 그때보다 20킬로그램가량 살이 빠진 것 같다. 그래서인지 넉넉잡고 10년은 더 나이 들어 보인다. 얼굴은 몹시 수척하고 푸석푸석하며 눈가도 거무스레하다. 잠이 모자랄 뿐 아니라 잘 먹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여자들의 교도소 생활에 대해 환상을 품는 치들은 할 짓 없는 사내들뿐이다. 형편없이 잘린 그녀의 머리카락은 이제 하얗게 세기 시작해서 마치 먼지로 뒤덮인 가발을 뒤집어쓴 듯한 몰골이다.
이 여인이 바로 로지이다. ---p.95

눈부신 조명등 불빛 아래서 찍힌 사진이라 그런지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더욱더 참혹해 보였다. 어찌 보면 어린 여자아이의 머리채 같기도 했다. 순수한 금발이라 오히려 더 참담한 몰골로 느껴졌다. 뜬금없이 카롤의 목덜미가 너무나도 가련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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