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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문장

쪽빛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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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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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4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35쪽 | 16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0126524
ISBN10 89701265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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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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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극점을 녹여 얻은 그의 시편들은 그가 피로 쓰다가 우리들에게 남겨놓은 정신의 지문이다. 불행도 내가 창조한 신이라고 말할 때 그는 독학자 같고 상처 없이는 생의 무늬를 짜지 못한다고 말할 때 그는 소금기로 빛을 내는 흑명석(黑鳴石) 같다. 그의 시는 침묵조차도 무언가를 말하는데 그 침묵은 무(無)가 아니라 여전히 여러 기표들을 품고 있다. 이처럼 그의 시편들은 진정한 전통의 미래라 할 수 있겠다. 무제한의 정보 속에 진정성을 잃고 있는 이 시대에 명작을 위해 손가락을 잘라서 그 피를 칠 속에 쏟아 넣은 옻칠장이처럼 그는 자기 긍지와 자기 긍정으로 시의 환풍구를 열고 있다. 우리가 지금 시에게 스치다니! 그의 시의 세상이 뱀처럼 우릴 그렇게 통과하다니!
―천양희(시인)

시인은 심연(深淵)의 노동자인가. 고재종의 이번 시집에서 아주 돋보이는 “고독” 시편들을 읽으며 그런 느낌이 사무쳤다. “창세 이전의 혼돈”이나 “오직 해석만 있고 원문은 알 수 없는 생”의 심연을 응시하며 “홀로움의 신전에 향촉을 피”우는 시인, 그는 이제 시가 경박한 놀음이 되어 있는 천박한 우리 시대의 시정신을 거슬러 “거대한 고독”으로 내려가는 길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 길은 둔세(遁世)의 길이 아니라 “다시 피에 젖는 흙빛의 길”이다. 그 흙빛의 길 위에 남도 특유의 유장한 가락이 굽이친다.
―고진하 (시인)

시는 시인이 세상을 향해 피워낸 은밀한 소로(小路)라고 할 때, 고재종의 시는 그 고즈넉한 충만함을 잘 보여준다. <오솔길의 몽상> 연작에서 “서로가 드나드는 것은 애초에 우주의 일”이라고 그가 말하고 있듯이, 오롯한 길 위에서 만물은 서로 공명(共鳴)하고 있다. 거기에는 능구렁이 한 마리가 느릿느릿 기어가는가 하면, 뱀 한 마리가 종아리를 스르륵 스쳐가기도 한다. 그 고요와 전율이 동거하고 있는 이 시집 속의 오솔길을 걸어보라. 어느새 대지의 기운이 몸에 지펴지면서 소름처럼 낮은 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나희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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