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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악몽

[ 양장 ]
리뷰 총점9.1 리뷰 11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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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9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556g | 128*188*27mm
ISBN13 9788954625661
ISBN10 8954625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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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아이일 때도 무한은 뇌 속에 있는 광대하고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틈바구니라는 것을 알았어. 우리는 그 안으로 떨어지고 떨어지며 삶을 통과하고, 떨어지고 떨어지며 이름도 얼굴도 없는 미지의 곳으로 왔어. 이윽고 우리 부모님의 사랑도 사라질 곳으로. 심지어 우리 엄마의 사랑도 사라질 곳으로. 모든 기억까지도. ---pp.48~49

우리의 삶은 뫼비우스의 띠, 고난인 동시에 경이다. 우리의 운명은 무한하며, 무한히 반복된다. ---p.55

하룻밤 사이에 인터넷 시대가 시작됐다. 이제 어떤 사람도 은둔자일 필요가 없었다. 아무리 외롭고 세상에서 버려졌다 하더라도. ---pp.56~57

내 안에는 우리를 인지하고자 하는 맹목적인 소망이 있다. 가장 원시적이고, 분노에 넘치며, 영혼이 없는 신에서 인류가 우리를 인지하게 되듯이. 아득한 은하 속 무한히 뻗은 공空, 고대의 갈망인 우리. ---p.58

청년이었을 때는 시간을 그를 높이 띄우고 미래로 밀어내는 급류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그는 시간이란 솟아오르는 물결, 무자비하고 헤아릴 수도 멈출 수도 없는 파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발목에, 무릎에 닿았다가 허벅지, 사타구니까지 잠기고, 윗몸, 턱까지 계속 차오르는 물. 신비하기 그지없는 검은 물이 우리를 미래가 아니라 망각이라는 무한으로 밀어낸다. ---pp.64~65

하지만 죽음은 당연히 삶보다 큰 거잖아. 죽음은 삶을 감싸니까. 짧은 인생의 시간이 오기 전에 존재하는 공허, 그 뒤에 나타나는 공허. ---p.73

저 남자를 파괴하는 것이 내 도덕적 의무야. 그는 사악하니까. 나 말고는 그를 파괴할 사람이 없으니까. ---p.108

여자는 남자를 믿고 싶어하는 법이니까. 모든 여자는 모든 남자를. ---p.138

문명은 얼굴, ‘외모’입니다. 이것이 무너지면 문명도 무너지죠. ---p.149

우리 삶에서 용기가 필요한 건 모두 ‘위험’한 거예요. 심지어 ‘무모’하기까지 하죠. ---p.152

전 행복하지 않아요, 더이상은요, 그저 ‘외모’만으로는요. 우리에게 필수적인 건 ‘타락한’ 자아를 초월해서 ‘원래의 얼굴’로 돌아가는 거예요. ‘본래의 영혼’,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어린아이의 영혼으로요. ---p.153

“악몽은 나이가 들어도 누구나 꾸는 거란다, 얘야.” ---p.204

죽음과 함께 농담도 모두 멈췄다.
내가 어디 있는 거지,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p.219

본질적인 문제에서는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가까이 올 수 없어. ---p.221

연민이 두려웠다! 심지어 공감도 연민의 형태를 띠었다.
그녀는 슬픔이 주는 끔찍한 친밀감이 두려웠다! 그녀는 혼자 기며 제 고통을 핥을 뿐, 다른 이와 나누고 싶지 않은 상처 입은 짐승이었다. ---pp.221~222

나는 왜 여기 있지? 뭣 때문에 여기 오게 된 거지? 이 황량한 곳에 왜?
왜 여기 있느냐고? 여기든 어디든 상관없으니까. ---p.228

엄마라면 겁에 질리지 않아야 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아이가 보고 있으니까. ---p.299

술은 흥을 돋우려고 마시는 게 아니었다. 초조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마셨다. 걱정을 덜려고. 자신을 덜 혐오하려고. ---p.317

사랑은 스러져. 사람들은 갈 길을 가지. ---p.317

우리 둘 다 같은 악몽을 겪은 것 같아요. 우리는 결코 그 악몽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당신에게 동정과 연민 말고 뭘 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p.444

기력을 소진하면 무엇에도 개의치 않게 된다. 살아남는 일에만 신경쓰게 된다. 진부한 일상에만 신경쓰게 된다. ---p.446

모두 다 알았다고 해서 전부 용서할 수 있는 건 아니죠. 모두 다 알면, 알아낸 사실 때문에 되레 역겨울 수도 있는 거예요. ---p.448

그는 동반자, 함께 얘기하고 사랑을 나눌 사람을 갈망했다. 어떤 기억을 나눌 누군가를. 그러지 않는다면 그 기억은 독처럼 그를 파먹을 것이었다.
---p.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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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은 가장 깊은 곳에 도사린 불안이 눈앞에서 실현되었을 때의 공포를 생생히 묘사한다. 하지만 공포는 인간이 가장 깊이 갈망하는 욕망이라는 역설도 있다. 사랑받지 못하는 인간은 자유롭게 풀려나지 못하고 갇혀 있는 영혼이다. 지하 창고에, 교외의 집안에, 단조로운 사무실에. 갇힌 고독이 악몽으로 드러날 때, 가장 무시무시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한다. 드디어 거기서 빠져나왔으므로, 이 차가운 세계에서 우리를 이해하는 사람을 발견했으므로. 깊은 곳에 갇혀 있던 우리를 찾아낸 이에게는 ‘위대한 작가’라는 칭호가 어울린다. 그것이 조이스 캐럴 오츠를 그렇게 부른다 해도 감히 이견을 제시할 수 없는 이유다.
박현주(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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