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의 명성은 대단하다. 유대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머리 좋은 민족으로 명성이 자자하듯 그들의 지침서 탈무드 또한 그렇다. 그래서 지난 몇 년 동안 "언제 한 번 꼭 읽어보리라." 하고 다짐했지만 그 동안 꾸준히 독서하기를 몸에 담지 않았던 터라 계속해서 미루어 왔었다. 그런데 이번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늦은 감이 있으나 탈무드를 비롯해서 이십 여권의 책을 읽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여느 방학 때보다도 보람있고,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한 거 같다. 특히 정신이 성숙하는 데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책이 바로 탈무드이다. 탈무드는 나에게 교훈, 감동, 반성, 웃음, 지혜 등 정말 많은 걸 가져다주었다. 이렇듯 나에게 아주 많은 걸 깨닫게 해 준 책 - 탈무드에 대해서 보답하고 싶어 감상문을 쓰고자 한다. 탈무드의 원본은 모두 20권, 1만 2천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심오한 책이다. 그래서 원본을 읽기엔 무리인지라 마빈 토케어의 손이 한 번 거친 책을 택했다. 책의 서문에서부터 마빈 토케어는 끊임없는 예찬을 통해 "탈무드는 유태 5천년의 지혜를 담은 위대한 책이다."임을 독자의 머릿속에 각인 시켰다. 나 또한 그러한 예찬에 매료되어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독서를 시작했다. 책은 작가 나름의 기준에 따라 탈무드의 마음, 귀, 눈, 머리, 손, 발이라는 특이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는 구성만 보고도 이 책은 읽는 일과 생각하는 일의 병행을 요구하는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30분 씩 일주일에 걸쳐 책을 읽기로 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나에게 끊임없는 사고와 선택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아주 다양한 일화들이 소개되는 데 우선적으로 일화 속 문제를 설명한 뒤 독자에게 꼭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마치 그 질문에 꼭 대답해야 할 의무감에 사로잡힌 듯이 머릿속으로 한참 궁리를 하고 결론을 내린다. 일화의 결론과는 태반이 맞지 않는 경우이지만 잠시동안이라도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다. 게다가 내가 전혀 생각지 못한 답이 나왔을 때 그 뒤통수를 치는 기분이란 정말 뭐라 표현할 수 없다. 여러 가지 일화들 중 나에게 가장 큰 교훈을 준 것이 있으니 "어떤 유서"라는 제목을 지녔다. 아들과 아버지가 헤어져 살던 중 지병을 앓고 있던 아버지는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다. 아버지는 이미 그 전에 아들을 못 만나고 죽게될 것을 예감하고 유서를 써놓았다. 그래서 아버지와 함께 지냈던 노예는 그가 죽자 그 유서를 아들에게 전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유서에는 "전 재산을 노예에게 주고, 아들은 원하는 한 가지만을 가질 것" 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아들은 기가 막히고 앞길이 막막하여 현명한 랍비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나는 한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왜 아버지는 그러한 유서를 남길 걸까? 분명 무슨 뜻이 감춰있을 텐데......' 하지만 끝내 내 스스로는 의문을 풀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책을 읽고 답을 얻었을 때 나는 어찌나 통쾌하였는지 모른다. 랍비는 이렇게 말했다. "이봐 젊은이, 자네 아버지는 매우 현명한 분이셔. 생각해 보게. 아버지는 죽었을 때 자네가 없었으므로 노예가 재산을 탕진할 것을 염려했지. 그래서 그러한 내용을 쓴 유서를 노예로 하여금 자네에게 전할 것을 부탁했고, 노예는 기쁜 마음으로 가져다주었지 않나. 비록 재산은 노예 것이나 노예의 재산은 주인에게 속한 다는 걸 모르나. 아버지가 말 한 그 한가지는 바로 노예를 선택할 것을 말하는 게야." 이 얼마나 현명하고 재치가 넘치는 답이란 말인가. 이 일화 뿐만 아니라 모든 일화들이 지혜롭기 그지없어서 나의 사색을 보다 심원하게, 보다 고매하게 하는데 충분한 영양분이 되어 주었다.
탈무드를 통해 유태인들이 교육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 지 새삼 깨달았다. 탈무드의 주요 인물로 나오는 랍비는 유태인에게 가르침을 주는 가장 중요한 존재로서 랍비가 없으면 사회의 기능이 정지된다고 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일찍이 로마인이 유태를 지배했을 때 가장 먼저 학교를 폐쇄하고 랍비를 제거했다. 또 유태인에게 있어 하느님을 기리는 최대의 행위는 공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공부는 올바른 행동을 만든다>는 것이 유태의 옛 격언이고, 유태인은 반드시 생활 중 일부분을 공부하는 데 투자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세계 인구의 0.3%에 불과한 유태인이 노벨상의 30%를 수여했고, 세계 정치·경제의 거물급 자리를 석권하고 있는 듯하다. 역시 민족과 온갖 풍파를 함께 한 책은 그 민족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탈무드는 전 인류가 애독함으로써 이제는 유태인을 벗어나 세계인의 교육에 공헌했다고 감히 호언장담할 만 하다.
이 책의 지은이 마빈 토케어는 일생의 반 이상을 탈무드를 연구하는 데 바친 만큼 생활 자체가 탈무드이다. "탈무드의 손" 부분을 보면 그 동안 그에게 문제를 의뢰 해 온 사람들에게 탈무드를 통한 교훈으로 말끔히 해결해 준 다양한 실례를 소개했다. 나는 그것들을 읽으면서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도 어려움을 겪게 되었을 때나 도저히 해결책이 서지 않을 때 탈무드가 나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래서 나는 탈무드는 언제나 내 가까이 두고 읽어야 할 책으로 결단 지었다. 이번이 처음 읽은 것이라 완벽하게 담긴 내용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대충대충 훑은 내용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탈무드 읽기를 생활화하여 랍비처럼 생각하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인상깊은구절]
세상에는 강한 것이 12개 있다. 우선 돌이다. 그러나 돌은 쇠에 의해 잘려진다. 쇠는 불에 녹는다. 불은 물에 의해 거진다. 물은 구름 속으로 흡수되어 버린다. 구름은 바람이 불면 날려간다. 그러나 바람은 인간을 날려 버리지 못한다. 그 인간도 공포에 의해 비참하게 위축된다. 공포는 술에 의해 제거된다. 술은 자면 깬다. 그 잠도 죽음만큼 강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그 죽음조차도 사랑에는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