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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떼가 나왔다

악어떼가 나왔다

: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문학동네작가상-10이동
리뷰 총점7.2 리뷰 16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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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6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166쪽 | 256g | 148*210*20mm
ISBN13 9788982819971
ISBN10 8982819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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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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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하고 엽기적인 하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황미영(blog.yes24.com/illyn)
비린내가 난다.
악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 냄새 나는 그 큰 입을 내 얼굴에 들이미는 것도, 집 앞 골목 어귀에 차를 대놓고 냄새 풀풀 풍기며 생선을 파는 소란스런 장사치가 있는 것도 아닌데, 소설을 읽는 내내 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진 아이. 마트에서 아이가 사라지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이 아이는 특별하다. 경찰청장 부부의 하나 밖에 없는 아이이자, 배꼽에 악어 문신(실은 악어 모양을 한 점이지만)을 가진 아이이다. 덕분에 세상은 미아 찾기 열풍과 함께 어린이 전문 문신업이 성행한다. 호랑이나 토끼, 사슴 등이 아이들의 엉덩이나 배꼽, 어깻죽지에 새겨지기 시작한다.

남자는 생선트럭을 몰았다. 하지만 짐칸의 생선들은 하나같이 배가 부풀어 트럭이 움직일 때마다 창자 썩는 냄새가 배를 뚫고 나왔다. 마트에서는 일년 내내 싱싱한 생선을 싼 값으로 판매했고, 주택가에는 토박이 장사치들이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트럭을 세워둘 장소조차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택한 곳이 바로 그 아파트이다. 여차저차 겨우 잡은 장소였지만 트럭을 세우고, 전단지를 돌리는 아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가 비늘을 벗겨내고 머리를 잘라낸 건 고등어가 아니였다. 비린내가 진동하는 그의 생선내장통은 고등어가 아닌 한 여자의 무덤이 되었다.

여자는 열대어라 불렸다. 열대어는 몸을 팔았다. 열대어가 자신의 꽃값을 떼어먹은 남자를 아파트 어귀에서 만난건 우연이였다. 하지만 그 우연이 열대어에게는(아니 그 남자에게도 충분히) 세상의 마지막이 되었다.

열대어를 처리하기 위해 생선장사의 아내는 마트에서 큰 트렁크를 사왔다. 꽤 무거운 트렁크. 하지만 열대어의 시체를 처리하자면 그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열대어의 몸을 구겨 넣기 위해(머리를 비롯해 좀 튀어나오는 부분은 토막처리를 하였지만) 트렁크를 여는 순간 놀랍게도 그 안에서 사내아이가 나왔다. 뱃속에 든 태아처럼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고 있는 아이. 그 아이는 잠에 젖어 통통한 뺨이 발그레하게 익어 있었다.

S마트 보안실에 근무하고 있는 실장은 당황해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C컵 꽃띠와 인터넷 채팅이나 실컷 즐기고 싶었지만, 아이의 실종으로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자 그는 몹시 불편해하고 있었다. C컵 꽃띠가 문자를 보내왔다. 갑자기 어느 날 집에 사내아이가 나타났다고. 실장은 현상금이 걸린 아이일지 모르니 데려가서 돈으로 바꾸는게 어떠겠냐고 답문을 보낸다.

C컵 꽃띠는 자신의 다리가 혐오스러웠다. 오직 모델이 되고 싶어 20살이 되었을 때 독립까지 했지만, 일은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 모든 이유가 자신의 다리에 있는 것만 같았다. C컵 꽃띠는 자신의 다리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녹슨 못이 박힌 각목으로 자신의 다리를 내려치기에 이른다. 멀쩡한 다리를 잘라줄 수 없다는 병원측 입장을 고려해 감행한 일이였다. 하지만 막상 퉁퉁 부어 올라 썩어버린 다리를 잘라냈을 때, 그녀는 다리가 없는 것에 다시 한번 절망했다. 그리고 날아올랐다. 휠체어를 끌고 한강으로 한강으로.

한강에 쿵! 소리가 들리는 순간 시체들이 무더기로 떠올랐다. 한강 둔치는 순식간에 연령도 성별도 부패정도도 모두 다른 시체들로 가득 찼다. 세상은 다시 한번 뒤집어졌다. 경찰들은 휠체어를 탄 여자를 찾길 원했지만, 뜻밖에 묵직한 트렁크를 건져올렸다. 의문에 싸인 그 트렁크를 여는 순간 역한 냄새와 함께 머리 없는 시체가 튕겨져 나왔다. 하지만 이 전대미문의 토막살인은 트렁크의 일련번호와 신용카드 매출전표의 역추적으로 어이없게 너무나도 쉽게 끝나버린다.

그럼 아이는? 한강 토막살인 사건 부부의 아이로 추정된다는 빨간 포스트잇을 달고 보호시설로 보내진다. 말이 없고 숨는 걸 좋아하는 이 아이의 몸에서 보호시설의 바다반 선생님은 어떤 문신도 찾지 못한다. 다만 배꼽 근처에 서너 개의 점만 있을 뿐. 내일 바다반 선생님은 이 아이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줄 작정이다. 앞으로 펼쳐질 아이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언뜻 보면 각각의 인물들이 나름대로 가장 엽기적이고 잔혹한 일들로 자신의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들은 하나의 끈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다. 끔찍할 정도로 직설적인 표현 앞에서 실소를 머금을 수 있는 여유도 아마 치밀하게 얽히고 섥힌 인물들의 탁월한 관계 속에서 나오는게 아닐까. 현실의 문제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력. 신인 작가라고는 하기에(아니 어쩜 신인 작가 이기에) 너무나도 거침없이 뿜어내는 상상력. 그 안에 빠져들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지 구분을 할 수가 없다. 어쩜 그 모호함은 바로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살아 숨쉬는 듯 생생하게 살아나는 각 인물들과 신인 작가의 무모함이 뿜어내는 상상력의 역동성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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