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는 겁이 났다. ‘무슨 동물이 제일 그리기 쉬울까?’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동물을 제대로 그려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내 그림을 보고 모두 웃으면 어쩌지?’
마침내 로라가 손을 들었다. “곰을 그려볼게요.” 그녀는 부끄러운 듯이 말했다. ‘곰은 그렇게 그리기 어렵지 않을 거야……. 커다란 덩어리를 그리고 가장자리에 털을 그리면 되지 뭐.’ 그녀는 마음 속으로 정했다.
그러나 막상 종이를 받자 로라는 또다시 걱정에 휩싸였다. 이 종이는 어쩌면 이렇게 하얗고 깨끗할까! 실수라도 하면 어쩌지? 로라는 천천히 작고 동그란 머리를 그리고 뾰족한 귀를 그렸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둘러보았다.
로라 옆에 앉은 폴은 말을 연필로 스케치하고 있었다. ‘와, 진짜 잘 그리는데!’ 로라가 속으로 감탄을 했다. 연필로 그리는 선들이 제각각인 듯 하더니 금세 말의 모양을 띠었다. 폴이 그린 말은 완벽했다. 늠름하게 뻗는 목, 우아하게 늘어지는 갈기와 꼬리, 울퉁불퉁한 근육과 단정한 말발굽. 그 말은 마치 이제라도 종이에서 뛰어나와 달려갈 것 같았다!
로라는 애석한 눈으로 자신의 종이를 보았다. 그녀가 그리기 시작한 곰은 너무 작았다. 그래서 그것을 지우고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을 해도, 곰처럼 보이게 그릴 수가 없었다.
“그게 뭐니, 로라?” 폴이 연필을 깎고 자기 자리로 돌아오면서 로라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로라는 반쯤 그리던 그림을 손으로 가리려고 했으나, 폴은 발꿈치를 들고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그림을 빼꼼히 들여다보았다. “이게 곰이야?” 그가 비웃는 투로 말했다. “거북이 같아! 눈을 이렇게 더 아래로 그리지그래?” 그는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말했다. “눈이 머리통 꼭대기에 있잖아? 그리고 발에는 발톱도 그려야지.”
“폴, 네 자리로 조용히 돌아가거라.” 마지 선생님이 말했다.
……
집에 돌아온 로라는 저녁 내내 마음이 울적했다. “왜, 어떤 사람들은 그림을 잘 그리는데, 어떤 사람들은 못 그리는 걸까? 절망 불공평해.”
밀러 아버지가 어린 딸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늘 학교에서 그림 그리기 했니?” 아버지가 물었다.
“동물을 그렸어요.” 로라가 대답했다. “모두 서로 다른 동물을 그렸는데, 어떤 그림은 정말 잘 그린 것이었어요! 하지만 나는 아무리 잘 그리려고 해도 이상하게만 돼요. 폴은 내가 그린 곰이 거북이 같다고 했어요.” 로라는 슬픈 듯이 말했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단다.” 아버지가 로라를 위로하듯 손을 꼭 쥐면서 나직이 말했다. “하나님은 우리를 똑같이 만들지 않으셨지! 어떤 사람들은 그림을 잘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다른 것을 잘하지.”
“폴은 말을 그렸는데, 마지 선생님보다도 훨씬 잘 그려요.” 로라가 말했다. “그런데 아빠, 폴이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말을 horses가 아니라 horces 라고 썼어요. 그는 2학년이고 나는 아직 1학년인데 내가 그걸 더 잘 알아요.”
“그래, 로라. 아빠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니?” 아빠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그림 그리기가 너의 가장 뛰어난 재능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너는 맞춤법을 잘하잖니.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직접 만드셨고, 특별한 목적에 사용하시려고 우리에게 서로 다른 재능을 주셨단다. 우리는 물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지. 네가 노력하면 점점 그리기도 더 잘하게 될 것이고, 폴도 글쓰기와 맞춤법을 더 잘하게 될 거야.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재능을 인정하고, 각각의 재능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니까 로라, 기억해라. 모든 일에 너의 최선을 다하고, 네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두 열심히 배워라. 그러나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하나님께서 너를 네 모습 그대로 만드셨고 너만의 독특한 재능을 주셨단다. 항상 잊지 말고 이렇게 말해라. ‘하나님, 저를 이 모습 이대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