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불평등을 방치하고서는 경제정의 및 경제민주화의 실현은 말할 것도 없고, 그동안 한국경제의 자랑이었던 경제성장마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소득불평등이 내수를 위축시켜 성장의 주요 동력인 소비와 투자 모두 취약하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규제 완화, 민영화, 시장 개방’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의 후유증인 셈이다.(5~6쪽)
지금까지는 우리 사회의 소득불평등이 악화된 결정적 계기가 1997년의 외환위기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전에도(적어도 1994년 이후부터) 불평등의 증가 경향이 나타나고 있었다. 외환위기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인식하는 경향은 2000년대 초반 불평등이 완화되었거나 혹은 증가하더라도 1999년의 수치보다 작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 하지만 도시가구소득의 지니계수로 보면 2005년, 또 가처분소득으로 보면 대략 2006년, 외환위기 직후 불평등이 가장 심했던 1999년의 수준에 도달했고, 이후에도 불평등은 계속 심화되었다.(22~23쪽)
하위 소득계층일수록 배우자의 취업이 저조하며, 배우자가 취업을 하더라도 저소득 일자리에 집중되는 경향이 심하다는 사실은, 특히 여성 취업 촉진 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대부분의 배우자가 여성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여성 취업이 개별 가구의 소득을 증진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가구소득의 불평등도 완화시키는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여성 일자리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기혼 여성의 취업이 용이할 수 있도록 저소득층의 취업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49쪽)
노동시장의 불평등이 그대로 가구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분배정책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조세정책을 강화하고 소득보장을 확대하는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지만, 노동시장 불평등을 방치한 채, 재분배정책이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노동소득 불평등을 상쇄하는 방법 중 하나가 고용률의 증가이다. 그러나 이 연구의 분석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고용률의 증가를 통해 노동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효과는 그동안 크지 않았다. 불평등을 유발하는 고용 창출로는 고용률을 높이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노동시장의 불안정과 격차를 억제하는 정책적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88쪽)
한국의 경우 자산분포에서 미국이나 스웨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평등도가 낮고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남유럽과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연령별 자산분포에서도 한국은 미국, 스웨덴보다는 남유럽 국가들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은 스페인과 같은 남유럽 국가들과 달리, 학력에 따른 자산불평등도가 상대적으로 크고, 특히 소득과 자산의 상관관계는 미국과 유사하게 높았다. 소득-자산 결합분포 분석을 보면, 한국의 경우 저소득-저자산, 고소득-고자산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 소득-자산 간 상관관계가 높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령, 학력, 가구 형태 등을 통제하는 경우에도 유사한 결과를 보인다.(114쪽)
중요한 발견은 정부의 경제적 개입이 확대될수록 이념 격차도 확대된다는 것이다. 정부지출의 비중은 정부의 경제개입 혹은 재분배기능의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라고 할 수 있는데, 통계분석 결과 정부지출 비중의 증가가 이념 격차를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정부지출 비중은 계속 증가했는데, 이에 대한 공화당의 반발도 심해졌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득불평등이 확대되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되었으며 정부의 경제적 개입이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이념적 분열과 정치적 갈등이 심화될 수 있는 경제적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162쪽)
보수주의적 재정정책이 낙수효과에 기대어 감세정책과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면, 대안적 재정정책은 공평과세의 실현과 촘촘한 사회안전망의 구축을 통해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 체계를 모색한다. 그것은 곧 기존의 이윤주도형 성장전략을 소득주도형 성장전략으로 바꾸는 성장패러다임의 전환에 조응하는 것이며, 재정의 자동안정화장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소득세와 법인세의 실효세율을 높이고 상장주식과 파생상품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과세해 조세체계의 누진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고소득자, 고액자산가, 재벌 대기업에게 제공되는 세제상 혜택을 축소시켜 과세 기반을 확충하고, 탈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시민들의 납세순응도를 높여야 한다. 또한 부문 간 재정지출의 균형을 이루고 사회투자 지출을 강화해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209쪽)
노령기본소득은 기초연금에 비해 현실적, 잠재적 순수혜 가구가 늘어난다는 장점 이외에도 사적이나 공적 행정비용이 거의 없고, 사각지대가 없으며, 도덕적 해이가 없고 저소득층의 노동유인이 감소 효과가 없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에서 앞으로 가장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불리해지는 현상이다. 정부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앞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른 기초연금 수급액에 관한 정확한 통계가 발표되면 이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249쪽)
주로 가계가 차입하는 용도는 생활비 마련, 거주주택 구입, 사업자금 마련이었는데 생활비 마련, 부채상환,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차입한 가구는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상환불능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가계 대출의 경우에도 자금용도에 대한 심사와 감시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270쪽)
전통적인 금융과는 차별화된 여신승인 기준을 가지고, 경제활동의 의욕과 상환의지가 있는 차입자를 선별하며, 대출 이후에도 모니터링 과정을 통해 사업 성공률과 상환율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즉, 시장기능을 활용해 과거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어렵다고 여겨지던 빈곤층이나 저소득층의 금융접근성(financial access) 문제를 해결한다는 데 마이크로크레딧의 본질적 가치가 있다.(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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