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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연애, 우리가 정말 헤어질 수 있을까

오랜 연애, 우리가 정말 헤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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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140*200*30mm
ISBN13 9788929820305
ISBN10 892982030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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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는, 아니다. 적어도 1년 전까지는 벚꽃보다 윤은준, 네가 더 좋았어.”
“지금은 나보다 벚꽃이 더 좋고?”
“어.”
해사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은우를 은준은 무섭게 쏘아봤다. 그러나 웃는 은우도, 그런 은우를 장난처럼 쏘아보는 은준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이제 금방 여름이겠다. 우리 스무 살 여름 방학 때 동해 바다 놀러 갔던 거 생각난다.”
둘이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기만 했던 그 시절, 방학을 맞아 처음으로 둘이 서울을 벗어나 여행을 갔다. 그날이 제일 설레었고, 그날의 모든 것이 둘에겐 처음이었다.
“그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아.”
“난 지금도 좋아.”
은준으로선 은우만 예전으로 다시 돌아온다면 하나도 문제 될 게 없었다.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거짓말.”
하지만 거짓말이라고 말하며 찡긋 눈웃음을 짓는 은우. 가슴이 아리다.
“우리가 정말 헤어질 수 있을까?”
그건 은우가 스스로에게도 물어보는 말이었다.
“아니.”
은준은 단호했다.
“어쩌면 우리가 헤어지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래도 은준아, 나는 혼자이고 싶어.”
“언제는 혼자인 게 싫다며? 외롭고 힘들다며?”
“그건 진짜 혼자가 아니니까. 너를 기다리며 혼자 있는 거랑 아무것도 기다리는 것 없이 혼자인 건 다르잖아.”
“그게 뭐가 다른데?”
“몰라. 모르니까 확인하고 싶어.”
“뭐가 그렇게 어려워? 쉽게 말해, 쉽게. 다른 사람 생겼어?”
하지 말아야 할 말, 하지만 내내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렇게 말하면 속이 좀 후련해? 그런 거 아니라는 거, 네가 더 잘 알잖아. 일부러 나 아프게 하려고 그러는 거면 그만해. 하나도 안 아파.”
이렇게 서로에 대해 잘 아는데, 이렇게 서로를 아끼는데 왜 그만하자는 걸까.
“나, 영국 가게 될지도 몰라.”
“다녀와. 기다릴게.”
“너 기다리는 거 못하잖아.”
“안 해서 그렇지, 할 수 있어.”
“그거, 무지 힘들어.”
그 힘든 걸 10년이나 했다, 라은우는.
“나 연락도 안 할 거고, 네 연락 받지도 않을 거고, 기다리지도 않을 거야.”
“마음대로 해.”
“그래도 기다린다고?”
“어.”
“또 거짓말.”
은준은 기다리는 건 못하는 사람이었다. 인내심 많은 척 태연하게 굴지만 계속 시간을 확인하고, 불안감에 발끝을 까딱까딱 움직이고, 찬물을 여러 번 들이켠다. 더구나 기약 없는 기다림은 질색을 했다.
“나 이제 너랑 그만 만나고 싶어.”
너무나도 침착하고 차분한 어조였다. 마치 꿈속에서 속삭이듯 은우는 맑은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만하자, 우리.”
꿈에서 깨라는 듯 은우가 또렷한 발음으로 다시금 말했다. 장난기가 서리지 않은 은우의 눈빛에서 은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못 들은 걸로 할게.”
은우는 엉덩이를 손으로 툭툭 털며 은준의 앞에 섰다. 그러고는 그의 검은 눈동자를 응시하며 조금 전과 다를 것 없는 평온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헤어지자.”
꽃잎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것처럼 세상은 고요했다. 은우는 덤덤했고, 은준은 얼어붙었다. 그런 은준의 머리 위로 새하얀 벚꽃 잎이 스르륵 내려앉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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