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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너랑 살아야 하는 이유

반려동물, 너랑 살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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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에세이 top10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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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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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5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94쪽 | 300g | 153*224*10mm
ISBN13 9791156340751
ISBN10 115634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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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녀석이 사라졌다. 족발 뼈다귀를 주고 돌아선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간동안에 벌어진 일이다. 걷는 것조차 힘에 부쳐 웅크리고 있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어버린 녀석이 어떻게,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가게 안은 물론이고 혹시나 싶어 잘 나가지 않는 가게 옆 텃밭 쪽도 샅샅이 살폈지만 없다. 커다란 바위 두 개를 힘주어 올라야만 갈 수 있는 뒷산으로 가는 가파른 그곳에도 없고, 십 여 미터 아래 도로 주변 그 어디에도 없다. 인적이 드물어 붙잡고 물어볼 누구도 없으니 목이 터지라 녀석의 이름을 부르며 근처를 해매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어 암담할 뿐이었다. 밤이면 야생동물도 내려온다는데 가뜩이나 겁 많은 녀석이 어찌 밤을 보내는지, 날은 점점 추워지는데… 우린 아직 널 보낼 준비가 덜 되었는데….
병원에서 되돌아온 녀석과 한 달을 더 함께 하고, 그렇게 녀석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넉 달이 지났다. 13년을 함께 산 녀석의 실종은 우리 가슴에 멍울이 되었다. 자신의 죽음을 주인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은’이라고 녀석도 그리 생각한 것일까? 어쩌면 그때 보냈어야 옳았던 건 아닐까? 해답 없는 물음만 가득한 채 본격적인 겨울이 속절없이 시작되고 있었다. 녀석이 사라진 후 남편이 매일이다시피 오르는 뒷산은 등산의 목적이 아닌 녀석 찾기가 되어갔다. 그 넓은 산을 헤집는다고 어찌 녀석을 찾을 수 있을까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편치 않은 날의 연속이니‘ 운동 삼아’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남편의 속내를 어찌 모를까.
산에 다녀오겠다며 여느 때처럼 집을 나선 남편이 채 몇 분이 안 되어 다시 돌아왔다. 낯빛이 굳어있어 무슨 일이냐 물으니 녀석이 저기 있단다. 저기라니, 침실로 쓰고 있는 2층 방 창문에서 보면 불과 5미터 남짓한 거리요. 하루가 멀다 하고 산으로 오르는 남편이 수시로 지나는 길목이 아니던가.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녀석이 어떻게 이 가파른 곳을 올라왔으며, 또 그렇게 오르내리며 찾아도 없던 녀석이 이렇게 불과 5미터 남짓한 오솔길 한복판에서 꽁꽁 얼어있단 말인가. 입혀준 옷은 어데 가고 세트인 목도리만 남아 녀석의 체온을 지켰는가. 머리가 집 쪽으로 향한걸 보니 녀석이 집에 오려고 얼마나 버둥거렸을지 눈에 선하여‘ 아이고, 이놈아….’ 통곡이 절로 나왔다.
내 목도리를 풀어 관 아래에 깔고 너의 몸이 바스라지지 않게 조심히 들어 그 위에 눕힌다. 앙상하게 마른 채 얼어버린 머리며, 몸 앞발 뒷발을 쓸어주고 너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제일 명랑한 녀석으로 주세요.”란 내 주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덜렁 너를 들어 내 품에 안겨준 수의사의 말처럼 너는 참 밝고 활달한 녀석이었어.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너를 내가 제일 먼저 받아 안았기에 나를 가장 따르고 믿었었지. 생각해보면 가장 우울했던 시기에 내게로 와서 아주 오랜 시간 위로가 되고 웃음이 되어주었어.
“고맙다 주주야. 잘 가 주주야. 사랑해 주주야.” 볕 잘 드는 커다란 나무 아래 너를 묻으며, 그래도 너를 찾아 이렇게 내 손으로 묻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이 엄마 아주 씩씩하게 너와 작별을 했지.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도 너는 내 책상위에서, 또 휴대폰 속에서 그때의 앙증맞은 모습 그대로 여전히 나를 미소짓게 하는데 어찌 너를 잊으리. 내 어찌 너를 잊으리. 이 엄마는 여전히 네가 아주 많이 보고 싶구나!

---「너를 어찌 잊으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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