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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에게 고한다

범인에게 고한다

미스터리 더-01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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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632쪽 | 640g | 140*190*35mm
ISBN13 9788989456605
ISBN10 8989456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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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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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연승
아사히 신문 장학생으로 유학, 학업을 마친 뒤에도 일본에 남아 게임 기획자, 기자 등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귀국 후에는 여러 장르 분야에서 재미있는 작품을 소개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미쓰다 신조의 『붉은 눈』, 『사상학 탐정』, 니시무라 교타로의 『종착역 살인 사건』, 『명탐정 따위 두렵지 않다』, 아오사키 유고의 『체육관의 살인』, 『수족관의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닷쿠&다카치’ 시리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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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 녀석도 이제 막 다섯 살이 됐어.” 오가와 옆에서 낙엽을 헤치기 시작한 도베가 중얼거렸다. “이제 첫 반항기도 지나서 한창 귀여울 때야.”
“……그렇겠네요.”
생각지도 못한 진지한 말투에 오가와는 조심스럽게 맞장구를 쳤다.
“용서할 수 없어. 절대로 용서 못 해.”
“그렇죠.”
요즘에는 아이가 희생당하는 사건도 적지 않지만, 현장에 직접 발을 들여 보면 그것이 얼마나 무도한지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아무리 살인 사건이 흔한 세상이라지만 시신의 크기가 작아도 너무 작다. 도베뿐 아니라 현장 수사원들 모두 범인을 용서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수사에 임했다.
--- p.148~149

“제일선에 다시 세워 주지. 마음껏 실력을 발휘해 봐.”
마키시마의 얼굴에 손가락을 들이대며 말하고 나서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결국 지난 육 년간 내가 자네에게 칼을 갈 시간을 줬다는 의미야.”
한 발, 두 발, 그에게서 멀어지고 다시 뒤돌아봤다.
“시간이라는 건 참 대단해. 우리를 이렇게 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만나게 해 주잖나. 아니, 실제로도 별일 없었지. 세상만사는 원래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법이야. 정말 유능한 인재는 그 어떤 책임도 지거나 하지 않지. 사회가 그 능력을 계속 필요로 하거든. 자네는 유능한가? 무능한가? 그 사건에 대해 책임을 졌나?”
--- p.174

육 년 전 그 사건을 계기로 자신은 변해 버렸다. 그만큼 크나큰 업보를 떠안고 말았다. 가족이 행복할수록 죄악감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그럼에도 이 행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그런 삶밖에 모를뿐더러 그러는 편이 자학적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좌천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주어진 임무에 몰두해 온 것도 그 안에서 일종의 자학성을 느끼고, 그것이 간신히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임무도 마찬가지다. 텔레비전에 잡아먹혔던 자신이 다시 텔레비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자학 행위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받아들였다고도 할 수 있다.
단지 일말의 희망이 있다면, 자학성이 전혀 쓸모없지는 않다는 것 정도일까. 여러 무거운 현실을 겪으면서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할 만큼 둔감한 지경에서는 벗어났다.
--- p.229~230

“저는 말이죠, 형사 일을 하다가 악역무도한 온갖 인간들에 진저리가 날 때면 그를 만나러 갑니다. 그러면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르쳐 줍니다. 슬픈 눈빛을 제게 보내오지만, 그건 가르쳐 주는 겁니다. 모두 인간의 자식이라는 걸요.”
쓰다는 자신이 한 말을 곱씹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수사관님도 범인을 두려워하시면 안 됩니다. 똑같은 인간의 자식이에요. 도미오카처럼 자신의 추악함을 아직 눈치채지 못한 녀석들이 발버둥을 치는 것뿐입니다. 그들도 다 어머니의 배 속에서 태어난 인간의 자식입니다.”
범인을 두려워한다는 지적을 듣고 마키시마는 허를 찔린 듯했다. 자신이 강렬한 초조감에 떠밀리듯 수사에 몰두하는 까닭은 범죄자들을 두려워해서일까……. 이 경험 많은 노형사는 그런 식으로 보는 것 같았다.
--- p.248~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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