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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본 | 행복한책읽기 | 2001년 03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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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92g | 148*210*20mm
ISBN13 9788989571001
ISBN10 8989571006

업체 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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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구광본
1965년 대구출생으로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1986년 "소설문학 신인상"에 단편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고 "오늘의 작가상"과 "대한민국 문학상"(소설 신인 부문)을 수상했다.

저서로는『강』『복어요리사』『처용을 어디서 다시 볼꼬』『바벨인간에 대한 추측』『미궁』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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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예수를 구약성서의 약속을 성취한 자, 그러니까 메시아로 인정한다. 요즘 매달리고 있는 장편은 이런 예수를 교의의 틀에서 멀찍이 비껴나 조명하고 있다. 누구는 신성모독이라 분개할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 이 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닐 지경이다. 재석은 공생애(公生涯) 전의 예수를 극히 지상적인 고뇌로 방황하는 사람의 아들로, 광야의 40일 이후는 모든 이에게 생명 나무에서 열매 맺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하나님의 아들로 그리고 있다. 예수가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는 것 따위에는 얽매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일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육화시킨 삶을 살았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말씀의 육화란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남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깨우쳐 그것을 몸소 행동으로 옮긴 삶 바로 그것일 따름이다. 그러므로 말씀의 육화란 지난한 길이긴 할지라도 모든 사람의 아들에게 열려 있는 길인 것이다. 그런데 꿈에 등장한 예수는 독생자의 지위에서 쫓겨난 정도가 아니다. 인류의 죄를 대속한다는 대의명분에서가 아니라 목수였기 때문에 자기가 십자가를 만들고 걱에 못 박히다니.

언젠가부터 얼굴은 처용탈로 가려져 있다. 받은 뒤 처음 써보는 것이다. 가면 뒤에 얼굴을 숨기고 있자니 심장이 뛰는 게 의식되었다. 평소와 다른 피가 흐르고 근육은 마구 꿈틀댄다. 때려부수거나 갈가리 찢어발기고 싶다. 마음속에선 야성을 회복한 맹수가 날카로운 발톰으로 허공을 쳐 부순다. 그는 잔혹스런 표정으로 몸을 비틀며 채찍을 휘두른다. 점점 또렷해지는 채찍 소리. 십자가를 내팽개치고는 밀고한 여자를 단숨에 쓰러뜨린다. 그리고 채찍. 흰 등에 붉은 길이 나도록.

흔들의자가 크게 기우뚱하며 그는 바닥으로 굴렀다. 잔혹한 피에 혼을 맡긴 지 얼마나 지났을까. 저 개가 짖어대던 것보다 오래 되었던가.
--- pp. 15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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