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천문학과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체호프 ‘희극’의 성격과 그 발전 과정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체호프의 희곡을 비롯하여 러시아 희곡, 영화에 관한 논문들을 출간했으며 역서로 『체호프 단편선』, 『무도회가 끝난 뒤』, 『영화 기호학』 등이 있다.
니나 : (…) 이제 난 예전과 달라요……. 나는 이제 진정한 배우예요. 나는 희열 속에 연기를 즐기면서 무대에 도취되고, 자신을 아름답다고 느껴요. 난 지금은 여기서 머무는 동안, 내내 걸어다녀요, 걸으면서 생각해요, 나의 정신력이 하루하루 자라나는 것을 생각하고 느껴요. 나는 이제 알아요, 그리고 이해해요, 코스챠,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건 소설을 쓰건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하는 일에서 중요한 것은 명예가 아니라, 내가 동경하던 그 눈부신 명성이 아니라, 참는 능력이라는 걸 이젠 알아요.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믿음을 갖는 거야. 나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괴롭지 않아. 그리고 나의 사명을 생각할 때는 인생이 두렵지 않아. --- p.104
베르쉬닌 : 무슨 그런 말씀을! (웃는다.) 쓸모없는 것들을 아시다니요! 아무리 따분하고 침체된 도시라 해도 똑똑한 교양인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이 도시의 10만 명 인구 가운데, 그러니까 낙후되고 무식한 그 10만 명 가운데서 말입니다, 당신 같은 분들이 딱 세 명 있다고 칩시다. 물론 당신들은 주변에 있는 몽매한 군중을 이길 수 없을 겁니다. 살아가면서 차츰차츰 당신들은 그들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10만 명의 군중 속으로 파묻혀 버리겠지요. 생활이 당신들을 압도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당신들은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어떤 영향을 남기는 겁니다. 여러분 같은 사람들이 여러분 뒤에 여섯 명 그리고 열두 명, 이런 식으로 나타나다 보면 마침내 여러분 같은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2백 년이나 3백 년 뒤, 지구 위에서의 삶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경이롭고 멋진 모습이 될 거예요. 인간에게는 그런 삶이 필요합니다. 그런 삶이 아직 없다 해도 인간은 그것을 예감하고 기다리고 꿈꾸고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인간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보고 알았던 것보다 더 많이 보고 알아야만 하는 겁니다. (웃는다.) 그런데 당신들은 쓸모없는 것을 너무 많이 안다고 불평하는군요. --- p.223
페라폰트 : 모르겠습니다……. 귀가 잘 안 들려서요. 안드레이 : 만약 영감 귀가 제대로 들렸다면 영감과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거야. 누가 되었든 이야기 상대가 필요하지만 아내는 말을 못 알아듣고 누이들은 나를 비웃고 놀려 댈까 봐 왠지 겁나서 말을 못 붙이겠어……. 나는 술을 안 마시니까 술집엘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 하지만 여보게, 지금 당장 모스크바에 있는 테스토프 레스토랑이나 볼쇼이 모스크바 호텔에 갈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 (…) 안드레이 : 모스크바에서 레스토랑의 드넓은 홀 안에 앉아 있으면 말이야……. 내가 아는 사람도 없고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없어. 그러면서도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이 들질 않거든. 그런데 여기서는 모두가 아는 사람이고 모두가 나를 알아보지. 그런데도 낯설어. 낯설어……. 낯설고 외로워.
「갈매기」 작가를 꿈꾸는 트레플레프는 사랑하는 여인 니나를 자신이 쓴 작품의 여주인공으로 올리며, 비록 가족들에게만 보여 주는 작은 공연이지만 자신의 작품을 연극으로 선보이는 것에 대한 긴장과 기대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공연 중에 여배우인 어머니가 빈정거리자 마음이 상해 공연 중이던 연극을 중단시키고 나가 버린다. 상심한 그를 위로해 줘야 할 니나는 그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어머니의 연인인 잘나가는 작가 트리고린을 추앙하며 그에게 관심을 갖고, 그 모습에 트레플레프는 질투와 절망을 느끼는데…….
「바냐 삼촌」 매부(세레브랴코프, 죽은 누이의 남편, 교수)를 위해 반평생 헌신해 온 보이니츠키와 그 일가는 퇴직하고 돌아온 세레브랴코프와 그의 젊고 아름다운 부인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매부의 새 부인에게 매혹되고, 매부의 옆에서 그의 허울뿐인 실체를 보며 자신이 살아온 세월에 회의를 느끼게 된 보이니츠키. 설상가상으로 매부가 죽은 누이의 소유였고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시골 영지를 팔아 핀란드에 별장을 사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고, 젊은 시절을 바쳐 밤낮 없이 일해 매부를 뒷바라지한 자신이나 처가 식구에 대한 배려 같은 건 전혀 없는 제안에 분노해 결국 세레브랴코프에게 총을 겨눈다.
「세 자매」 군인인 아버지를 잃고 모스크바를 떠나 시골에서 생활하는 세 자매는 어느 덧 아버지의 첫 번째 기일을 맞이한다. 일찍 결혼해 주부가 된 마샤는 특별한 꿈이나 삶의 기쁨이 없다. 반면 선생인 올가와 이제 막 성년이 된 이리나는 교수를 꿈꾸는 오빠 안드레이가 그 꿈을 이루어 모스크바로 가게 될 거라는 부푼 꿈을 꾸고 있다. 하지만 안드레이는 그곳 아가씨와 결혼해 교수가 아닌 지방 자치회 의원이 되고, 올가는 교장이 되어 모스크바로 가는 꿈은 점점 멀어진다. 이리나만이 결혼의 조건으로 모스크바에 가는 것을 내세워 투젠바흐와 결혼하기로 약속한다. 그런데…….
「벚나무 동산」 벚나무 동산의 여지주 라네프스카야는 자신이 남편을 잃고 얼마 되지 않아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서 아들마저 잃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들을 잃은 괴로움에, 아들이 빠져 죽은 강물을 볼 수 없는 곳으로 벗어나고자 외국으로 떠나는 라네프스카야. 하지만 애인이 그녀를 쫓아 타지까지 따라오고, 그녀는 그에게 헌신하며 병간호까지 했지만 배신당한다. 그렇게 모든 것을 잃고 다시 돌아온 벚나무 동산. 하지만 라네프스카야는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빚을 졌다는 것은 아랑곳없이 여전히 돈을 낭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벚나무 동산을 잃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인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렇게 뾰족한 대책 없이 벚나무 동산의 경매일은 다가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