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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흥분

조용한 흥분

: 98일간의 기록 마이 리틀 트래블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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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top100 3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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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8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335g | 128*170*30mm
ISBN13 9791186561096
ISBN10 1186561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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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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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공간에 가서 눕자.
같은 음악을 계속 들을 거야.
이어폰이 빠져도 돼 그것도 음악일 거야.
넘어지고 다시 일으킬 땐
손 말고 허리를 감싸줘 그게 더 좋아.
제일 추한 네 모습을 내게 줘봐.
빛나는 네 눈빛을 던져봐.
새벽에 버섯볶음밥을 만들어.
나는 시금치와 밥을 예쁘게 담아.
네 입술은 내 입술에 딱 맞는 모양으로.

- ‘야자수’ 중에서

**

느지막이 일어나 밀린 일기를 쓰는 게 좋아. 여름에는
괜히 셔츠에 재킷을 입는 가을을 떠올리곤 해.
그렇지만 좋은 대화가 가득한 이 여행지에서는
어떤 계절도 떠오르지 않아. 청춘이라는 말이 참
오그라든다고 생각해왔지만 이 도시에 대해서는
그 단어 말고 생각나는 말이 없어. 성급한 결정들은
모두 이 도시의 탓이야. 후회하지 않지만 다소 병신
같았던 나의 모습을 반성하긴 해. 현기증이 날 만큼
어리석었던 것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고 누군가에겐
너무 버거운 ‘나’라는 사람의 형태일 뿐이야.
그 사실만은 변하지 않아.

- ‘그녀는 가슴을 다 드러내놓고’ 중에서

**

물론 이렇게 흥분되고 기분 좋은 순간들이
여행이라고 꼭 매번 찾아드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허락된 것은 오로지 가격 없는 햇살뿐. 그래도 그와의
만남 이후 나는 혼자 거리를 돌아다닐 때마다, 햇살이
쏟아지는 카페에 앉아 핫초콜릿에 입술을 댈 때마다
이런 만남을 기대하곤 했다. 약간의 긴장감, 주체하지
못할 그런 흥분도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모든 사람이 늘 차분할 필요는 없다. 생각보다 먼저
뛰는 심장을 자제시킬 필요도 없다. 자기 흥을 못 이겨
잠시 몸을 흔들어도 좋다. 어리석고 비합리적일지라도
나 자신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시끄럽고 나는 혼자 놓여 있다. 말을
나눌 사람은 없었지만, 혼자만의 흥분을 간직한 채
수없이 표현을 바꾸며 써내려간 글은 어떤 수다보다도
값진 것이었다.

- ‘갤러리 1층의 카페’ 중에서

**

런던에서 스스로 나 자신을 책임져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 지나온 현실을 돌아본다.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 자신에게 주어진 짐이자 선물 같은 것이었다.
나는 또 어떤 시간을 통과하게 될 것이고,
훗날 뒤돌아보아도 확신할 수 없는 ‘경험’이라는 깊이가
생길 것이었다. 출발선에 내 번호가 새겨졌다.
오만하리만큼 자신의 행보에 대해 후회가 없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어떤 일을 겪어도 다시 일어나고,
잘했어, 괜찮아,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기에 충분한
기운을 가진 사람. 마음 깊숙이 먼지 쌓인 지하실에
노랗고 밝은 불 하나를 켜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언제라도 더 많이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핑계가 없는 사람.

- ‘시커먼 콧구멍과 촛불 하나’ 중에서

**

내 영혼을 이해하는 존재에게는 많은 말이 필요
없다. 그녀는 나의 가장 추한 모습을 안다. 내 약점을
보아왔고, 그걸 견뎌냈을 때의 내 모습을 극찬해주는
사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헛된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사람. 지구 반대편에서도 글자 몇 개로 내
영혼을 채워주는 사람. 네 존재 자체가 내게 위로다.
귤 잼을 해놨다며 친구가 사진을 보내왔다. 몇 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우리 사이에 흐르는 설명하기 힘든
사랑. 늘 소중하다고 생각해왔지만 그 향기가 무엇일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야 알겠다. 지난 8년간의
사사로운 이야기들을 끌어안은 우정은 추운 겨울
함박웃음을 띄게 하는 귤 냄새를 닮았다.

너는 나를 씩씩하게 만드는 사람. 절망적인 내 위치를
확신과 기도로 뒤바뀌게 하는 사람. 너를 생각하면
나는 매일 눈물이 고여. 얼음이 어는 곳에서도 너를
생각하면 따뜻한 입김이 나와. 교복을 입고 함께
땡땡이치던 그 시절부터 각자의 길에서 고군분투하는
지금까지도 한결같이. 차가운 세상의 입김 속에 언제나
그렇듯, 순수한 마음이야.

- ‘많은 말이 필요 없는 사이’ 중에서
___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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