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바쁜 일이 있어서 허둥지둥 준비를 하고, 큰 길로 나가 택시잡기를 시도했다. 신기하게도 택시들은 반대편 길가에서 슝슝 지나갔고, 내가 기다리는 방향은 택시가 드문드문 오는데 그나마도 사람이 타고 있어서 그냥 지나가기 일쑤였다. 그래서, 돌아가더라도 길을 건너서 타보자, 했는데 건너가서 기다리니 또 반대편에서 빈 택시들이 슝슝 지나가는 것이었다. 덕분에 나는 가야;
리뷰제목
아침에 바쁜 일이 있어서 허둥지둥 준비를 하고, 큰 길로 나가 택시잡기를 시도했다. 신기하게도 택시들은 반대편 길가에서 슝슝 지나갔고, 내가 기다리는 방향은 택시가 드문드문 오는데 그나마도 사람이 타고 있어서 그냥 지나가기 일쑤였다. 그래서, 돌아가더라도 길을 건너서 타보자, 했는데 건너가서 기다리니 또 반대편에서 빈 택시들이 슝슝 지나가는 것이었다. 덕분에 나는 가야할 시간에 늦어 버렸고, 상대에게 본의 아니게 사과를 해야만 했다. 죽고 싶었다.
맞다, 머피의 법칙이다. 머피의 법칙은 미국의 항공기 엔지니어가 1949년에 발견했다는 법칙으로 ''잘못될 소지가 있는 것은 어김없이 잘못되어 간다''라는 의미로 인생을 살면서, 안 풀리는 때는 설상가상으로 안 풀리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고, 보기 싫은 녀석이랑은 한 조가 되고, 자장면 먹으려고 젓가락 나누는데 꼭 부러지고, 수퍼마켓에 가서 계산하려고 줄을 섰는데 내가 선 줄은 꼭 제일 오래 기다리게 되는 것 등 일상에서 머피의 법칙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우연찮게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참 난감했다. 노란 겉표지에 눈물을 흘리는 만화 캐릭터의 표정이 엽기스럽기도 했고, 우습기도 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었다. 책을 쓰윽 빠른 속도로 넘겨 본 결과, 몇 컷짜리 만화들도 들어 있는 데다가, ''죽고 싶다''라는 말이 끝에 빠짐없이 써져 있었기 때문이다. 보면서 정말로 ''이건 또 뭔가?'' 했다. 하지만 분명 이 범상치 않은 책이 나의 흥미를 꽤나 강하게 자극한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난감하고 곤란한 상황들에 대한 모음집의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이 책의 저자(?)라고까지 하면 조금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어쨌든 이 책을 전반적으로 이끄는 사람은 ''타나토스''라는 사람으로 2002년 일본에서 ''죽고싶다''라는 사이트로 유명해진 사람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난감하고 곤란하고 창피했던 자신의 경험들을 ''죽고싶다''라는 과장된 언어와 함께 홈페이지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그는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한다. 너무 창피해서 주위에 알리고 싶지 않았던 일들도 이 사이트에 오면 오픈되고, 곤란했던 상황들도 이 곳에서는 글을 쓰는 사람이나, 글을 읽는 사람이나 은밀하고도 유쾌한 배설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친절하게도, 타나토스는 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머리말에서 언급해 주고 있었다. 도미노 게임의 피스 대신 세워도 되고, 읽고 있는 얘기들을 만화로 그려봐도 되고, 원반처럼 던져서 개가 물고 오게 해도 되는 등 이 책의 여러 가지 쓰임들에 대해서 흥미롭고 새롭게 이야기해 주었다.
자, 그럼 나도 이 책을 활용해 봐야 할텐데, 읽는 게 우선이긴 하니, 일단 어디서 읽어보는 것이 좋을까?
그렇다. 내가 이 책을 꽂아 놓았던 장소는 어디였을까? 바로 화장실이다. 화장실에서 하는 독서가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일을 보면서 몇 문장씩 읽어내려가는 재미가 생각보다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요새같은 세상에 책을 찢어서 화장지 대신으로 쓸 일은 없겠지만은, 아무튼 화장실이라는 장소는 이 책의 키워드와 같은 ''은밀한 배설''과 통하기 때문에 꽤 어울리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심각하지 않고 가벼우므로 더욱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나는 이 책을 틈틈이 끝까지 다 읽어내려갔고, 하하, 웃으면서 중간 중간의 만화들도 아주 흥미롭게 보았다. 공감하는 부분도,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있었지만, 크게 공감하는 부분에서는 나조차도 덧글을 달아주고 싶을 정도로 측은했다거나, 안타까웠던 부분들이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나, 이 책을 쓴 사람 모두 머피의 법칙을 경험하고 산다.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머피의 법칙을 경험했지만, 이렇게 ''배설''과 ''공감''을 통해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하는 위로와 함께 찜찜한 기분을 날려 버리고, 이제 곧 올 금상첨화, 천만다행의 ''샐리의 법칙''을 맞을 준비를 해 보는 건 어떨까? 뭐, 샐리의 법칙을 기다리고 있는데, 또 머피의 법칙이 왔다면 할 말 없지만 말이다.
[인상깊은구절]
표를 잃어버렸다고 소리쳤는데, 손에 들고 있었다. 죽고 싶다. 153p
목소리가 매력적인 성우를 직접 만난 게 너무 화가 난다. 170p
크리스마스 이브에, 애인이 있는 척하고 아르바이트를 일찍 끝내달라고 떼를 썼다. 19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