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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순결한 심장 세트

괴물의 순결한 심장 세트

[ 전2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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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9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992쪽 | 1294g | 148*210*46mm
ISBN13 9791132231479
ISBN10 113223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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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루의 대답도 듣지 않고 태랑이 손을 뻗었다. 그녀는 그의 하얀 손가락이 자신의 옷고름 끝자락을 잡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조용히 입술을 움직였다.
“왜…… 저입니까?”
훗. 작게 터진 실소와 함께 그는 잡고 있던 옷고름을 놨다. 잠자리 날개처럼 얇은 천이 가볍게 내려앉았다.
“그 이유는 누구보다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내가 안을 수 있는 여인이 너뿐이니까 그렇지.”
알고 있는 답이었다. 혼자서 수도 없이 질문하고 답을 했었다. 솔루가 눈가가 시큰해지며 눈물이 차오르려 하는 것을 참아냈다.
“정말, 그 이유뿐입니까?”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쓸데없는 걸 물어본다는 듯이 태랑이 손가락을 들었다. 한쪽 눈앞을 가리고 있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 넘겼다. 가느다란 은색 실타래가 춤을 추며 날렸다. 동시에 가려졌던 눈동자가 드러났다 머리카락에 다시 덮였다.
“무엇이 문제냐.”
서늘해진 음성은 아직 하지도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인 것만 같아서 솔루의 심장이 찌르르 아파왔다. 그래도 확인하고 싶었다. 그가 어떤 답을 하건 이 밤이 지나기 전에 들어야지만 답답한 가슴이 뚫릴 것 같았다.
“저를…… 저를 잠시라도…… 마음에 담으신 적이 없습니까?”
“음?”
태랑의 미간에 옅은 주름이 생기는 것을 본 솔루는 목소리가 떨려왔지만 힘을 실었다.
“제가 잠깐이라도 태랑 님의 마음 한구석을 차지한 적이 없냐고 묻고 있습니다.”
젖어가던 그녀의 눈망울이 또렷해졌다.
잠시라고 했다. 아주 잠깐이라고 했다. 이제는 저를 향한 마음이 사랑이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좋은 적도 없었는지 묻고 싶었다. 그녀는 자꾸 목이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착각이었다 해도 좋습니다. 지금은 전혀 그런 마음이 없다 해도 좋으니 좋아했었다고 말해주십시오.
답을 기다리는 동안 호흡을 멈추고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침묵의 시간은 길고 조용했다. 방 밖의 멀리서 들려오는 작은 소음이 들릴 정도였다. 항상 그랬듯이 태랑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무심하게 아래로 내려앉았던 짙푸른 눈동자가 느른하게 떠지고 솔루를 똑바로 응시했다.
“없다.”
‘없다’라는 말이 이명처럼 그녀의 귓가를 울렸다.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긴장해서 빳빳하게 굳어 있던 어깨가 무너져 내렸다. 참고 참았던 눈물이 결국 작은 구슬처럼 흘러내렸다.---「1권」중에서

힘내라는 듯이 태랑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나가려던 설담의 등 뒤에서 거친 음성이 들렸다.
“내가, 그녀 없이 살 수 있으려나.”
답을 하려고 입을 벌렸던 설담은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우물거리다 말았다.
“내 곁에 있어주길 원했던 이들은 결국 모두 떠나고 마네.”
자신의 부모도. 비인 솔루도.
원망 섞인 말이었으나 따지고 보면 모두가 제 탓이었다. 괴물의 모습을 하고 태어난 것도 모자라 마음까지도 괴물이 되어 있었다. 저 살자고 정직하게 자신을 사랑해줬던 솔루를 이용했다.
그녀를 처음 만났던 때로 돌아간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
지금 그녀와 나는 달라져 있었을까.
태랑이 두 손에 제 얼굴을 묻었다. 흔들리는 그의 어깨가 아이처럼 작아 보여 설담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 시각, 솔루는 침상에 앉아 태랑을 기다렸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이유가 무엇이든 자신을 놓아줄 수 없다던 그가 생각을 바꾼 건 감사한 일이었다. 그러나 태랑은 밤이 깊어져도 오지 않았다.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지만 몰려오는 피로를 견딜 수가 없었던 솔루는 설핏 잠이 들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머리는 쓰다듬는 감촉과 함께 들려오는 무거운 한숨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솔루야.”
그가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나의 비.”
나직이 속삭인 그가 콧등에 입을 맞췄다.
“하나뿐인…… 나의 비.”
이번엔 그의 입술이 솔루의 볼에 닿았다. 파르르하는 떨림에 그녀는 제 가슴까지도 떨리는 것 같아 숨을 죽였다.
“나만의…… 비.”
두 입술이 겹쳤다. 솔루는 이 입맞춤이 어떤 뜻인지 깨달았다.
내일이 지나면 볼 수 없기에, 영원한 헤어짐을 앞두고 있기에 그가 안녕을 고하고 있었다. 투둑. 얼굴에 떨어지는 뜨거운 물방울이 그녀의 눈물처럼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솔루는 천천히 감고 있던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입술이 떨어지자 양손을 들어 엄지로 태랑의 눈물을 닦아줬다. 그의 눈물을 보니 자신을 보내주는 것이 그로서는 얼마나 힘든 결정이었는지 조금은 알 듯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요.”
“…….”
“태랑 님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
“다만, 태랑 님과 저는 인연이 아니었습니다.”
옅은 웃음을 지으며 계속 흐르는 그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그러니 잘 지내십시오.”
잘 지내라는 말에 태랑이 제 볼을 감싸 쥔 솔루의 손을 움켜잡아 입술에 댔다.
해국에서 나와 살면 안 되겠느냐.
떠나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
차마 할 수 없는 말들이 가시가 되어 태랑의 가슴을 찔렀다.
“좋은 분 만나셔서 행복해지세요.”
맑은 눈망울을 하고 진심으로 그의 행복을 바라는 솔루였다. 거짓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나의 여인.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자신을 다 내보였었다.
그런 너를 아프게 해서 벌을 받는 걸까.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데.
아꼈는데.
너뿐이었는데.
흐윽, 하는 울음이 그의 입술에서 터져 나왔다.
---「2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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