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5년 09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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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615g | 148*220*24mm |
ISBN13 | 9788983717542 |
ISBN10 | 8983717548 |
발행일 | 2015년 09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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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615g | 148*220*24mm |
ISBN13 | 9788983717542 |
ISBN10 | 8983717548 |
머리말 함께 여행을 떠나요―이상희 5쪽 1장 원시인은 식인종? 21쪽 2장 짝짓기가 낳은 ‘아버지’ 37쪽 3장 최초의 인류는 누구? 51쪽 4장 머리 큰 아기, 엄마는 괴로워 63쪽 5장 아이 러브 고기 73쪽 6장 우유 마시는 사람은 ‘어른 아이’ 85쪽 7장 백설공주의 유전자를 찾을 수 있을까? 95쪽 8장 할머니는 아티스트 105쪽 9장 농사는 인류를 부자로 만들었을까? 119쪽 10장 베이징인과 야쿠자의 추억 129쪽 11장 아프리카의 아성에 도전하는 아시아의 인류 139쪽 12장 ‘너’와 ‘나’를 잇는 끈, 협력 151쪽 13장 ‘킹콩’이 살아 있다면 165쪽 14장 문명 업은 인류, 등골이 휘었다? 175쪽 15장 가장 ‘사람다운’ 얼굴 찾아 반세기 187쪽 16장 ‘머리가 굳는다’는 새빨간 거짓말! 197쪽 17장 너는 네안데르탈인이야! 209쪽 18장 미토콘드리아 시계가 흔들리다 221쪽 19장 아시아인 뿌리 밝힐 제3의 인류 데니소바인 233쪽 20장 난쟁이 인류, ‘호빗’을 찾아서 243쪽 21장 70억 인류는 정말 한 가족일까? 255쪽 22장 인류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267쪽 맺음말 Ⅰ 큰 대가를 치르고 얻은 소중한 인류의 모습―이상희 279쪽 맺음말 Ⅱ 낯선 고인류학 세계로의 초대―윤신영 283쪽 부록 Ⅰ 진화에 대하여 궁금했던 몇 가지 287쪽 부록 Ⅱ 인류 진화의 계보 297쪽 참고 문헌 307쪽 찾아보기 333쪽 사진 저작권 349쪽 |
늘 궁금한 것 중 하나가 인류의 기원이다. 진화론이 등장하고 인류고고학 영역에서 계속 새로운 발견이 이어지면서 과거의 교과서에서 배웠던 내용은 한때의 정설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잠시 눈을 돌렸다 돌아오면 어느새 새로운 지식이 두툼하게 깔려있을 정도로 이 분야의 지식은 빠르게 업데이트 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시점까지 밝혀진 사실은 무엇인지 또 논란이 계속되는 이슈는 무엇인지 정리해보고 싶었다. 이를 통해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게 타당할지 알고 싶기도 했다. 쉽게 쓰였다고 하고 책을 읽은 사람들이 추천하기도 해서 이 책을 그 정리 용도로 선택했다.
책은 인류의 기원을 연대기 순으로 확인하는 내용만을 담고 있지 않다. 그런 내용이 중요한 뼈대를 이루고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 인류가 선택한 진화의 길은 타 영장류나 동물들의 그것과 어떻게 다르며 왜 그런 길을 가게 되었는지 각종 연구 결과를 근거로 삼아 제시한다.
첫 두 장은 인류의 기원으로 들어가지 전에 미리 알아두면 좋을 사항을 제시한다. 원시인은 식인종이었는가 하는 점과 인간에게 있어 아버지의 존재가 어떻게 다른 유인원과 다른지 하는 점이다. 다른 책에서 접하지 못했던 내용인데 정보로서의 가치도 높고 불확실한 지식의 기반 위에서 아무렇게나 넘겨짚던 사항을 분명한 지식으로 대체하는 의미가 느껴진다.
셋째 장의 제목은 ‘최초의 인류는 누구?’이다. 아직까지는 어떤 인종이 최초의 인류로 확정된 바가 없음을 밝히며 유전자 분석에 의해 기타 영장류와 구분되는 분기점이 400~50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결국 최초의 인류라고 할 수 있는 증거도 이 시기 선상에서 나오리라 본다. 인류 발생에 대한 연구의 초기에는 인류의 특징을 뇌의 크기로 생각하다가 다른 근거에 의해 직립보행 쪽으로 학설이 이동하는 내용은 무척 흥미로웠다.
인간의 뇌가 커지면서 인류의 출산 방식이나 육아 방식이 다른 영장류들과 달라지고 큰 뇌를 지탱하기 위해 키를 비롯한 몸이 커지면서 채식에서 육식으로 식생활이 바뀌었다는 설명은 새로운 정보로 가득 차있다.
피부색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인종차별 문제와 연결해서 생각해볼만한 주제다. 지금까지의 발견으로는 흰 피부는 불과 5천 년 전에 나타났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검은 피부가 기원이었고 인류의 이동에 따라 검은색의 농도가 옅어지는 정도였지 흰색으로 부를만한 피부색은 없었다. 농경생활이 활성화되면서 자외선을 이용해서 비타민D를 합성할 수 있도록 피부색이 바뀌었다는 데 그저 진화의 과정에서 드러난 적응의 한 방편이 같은 종에 대한 차별의 용도로 쓰인다는 점은 씁쓸하기만 하다. 결국 인류의 기원에 대한 관심은 세상 어느 것도 차별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기울어진다.
일반적으로 진화에 유리한 방향이라면 후손을 재생산할 능력을 잃어버린 세대가 더 이상 존속하지 않는 상황과 달리 인간은 노년 계층이 상당히 많이 생존하고 있다. 글쓴이는 수명이 현저히 증가하기 전에도 3세대 단위의 생활이 보통이었던 것처럼 수명이 늘어난 후로도 3세대 단위의 생활이 보통이라고 하면서 4세대 이상으로 동거 세대가 늘지 않음은 인간의 생활이 느려진 탓이지 않을까라는 추측을 내어놓는다. 오래 사는 게 인류 전체의 입장에서 합당한지 어떤지 모르겠다만.
현생 인류에 앞서 존재했던 호모 에렉투스는 어디에서 기원했을까? 지금까지 알았던 지식으로 당연히 아프리카가 그 기원지이리라 여겨왔다. 그런데 새롭게 발견된 화석 증거들은 아시아가 그 기원일 수 있다고 증언한다. 아직 가설이긴 하지만 조지아의 드미니시 유적에서 이상한 화석이 발견된 이후 이런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큰 머리와 큰 몸집에 뛰어난 사냥 도구를 지녔던 호모 에렉투스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했고 이들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현생 인류가 나타날 기반을 닦았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조지아에서 발견된 화석은 인류의 발원 초기의 모습인 작은 두뇌와 작은 몸집의 모습이었고 작고 같이 나온 석기도 조잡했다. 결국 초기 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중동 지역 등으로 퍼져 나가다 그중 돌연변이를 일으킨 부류가 아시아에서 호모 에렉투스로 진화하고 이들이 세계로 퍼지면서 현생 인류로 진화했다는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아프리카인지 아시아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발견된 증거는 호모 에렉투스의 아시아 기원이 가능할 수 있음을 내비친다.
이제는 두뇌가 커진 것보다 두 발로 걷게 된 것이 인류를 다른 생명체와 구분하는, ‘인간다움’의 시작이었다고 학계는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두 발로 걷게 되면서 우리에게는 나빠진 것도 있고 좋아진 것도 있다. 나빠진 것으로는 허리와 무릎, 엉덩 관절에 대한 엄청난 부하로 그 부분들이 안 좋아지는 결과를 낳은 점과 네 발 짐승보다 심장 위치가 낮아지면서 중력을 거슬로 심장 윗부분으로 피를 올려 보내면서 생긴 심장의 부담, 걷기를 효율화하기 위해 골반이 좁아지면서 발생한 출산의 어려움 등이 그것들이다. 반면에 두 발 걷기를 통해 손과 팔을 자유롭게 이용하게 되었고 두뇌가 커지는 계기를 제공받음으로써 인류는 문화와 문명을 창출할 수 있었다. 차별화에는 대가가 따랐고 그 대가는 노화의 과정에서 확연해진다.
다른 책에서도 보았던 루이스 리키와 메리 리키의 호모 하빌리스 발굴 이야기는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확장되어서 상황을 이해하게 한다. 3세대에 걸쳐 이런 발굴에 종사하는 리키 가문은 경이롭고 발굴 결과에 대한 검증을 통해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루돌펜시스를 분류하는 과정은 신선하다. 인류의 두뇌가 커진 것에 대한 각종 가설은 여전히 가설로만 남아있는지 아니면 이론으로 확정되었는지 궁금하다. 뇌가 커지면서 잃어버리거나 축소된 인간의 신체 기능 부분에서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을 익혀먹게 된 사유가 뇌를 크게 하려고 씹는 근육을 줄이려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니 오늘 먹는 음식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다.
현생 인류에 대해 거론할 때 네안데르탈인을 빼놓기는 어렵다. 책에서 설명하듯 그들은 상당 기간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겹치는 시기를 살았지만 현생 인류에 비해 열악한 육체 및 정신 조건으로 인해 멸종한 종으로 알려졌고 현생 인류와는 무관한, 별개의 종류로 인식되어왔다. 하지만 최근의 발달된 유전학 기술에 의해 현생 인류의 유전자에 이들이 남긴 흔적이 확인되었다. 네안데르탈인을 인간과 관계없다고 했을 때 무식하고 덜 진화된 족속이라 멸시하던 일반 유럽인들의 생각도 바뀌어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 누군가를 또는 무엇인가를 차별하는 생각과 행위의 타당성에 의문을 느껴야 할 때다.
책의 마지막은 인종에 대한 논란을 다룬다. “세계의 인류는 모두 하나의 종이며 인종은 그저 편견에서 비롯됐다고 다 밝혀졌는데, 철 지난 문제가 아닐까?(P.255)" 그러나 인종의 문제는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는 주제이다. 글쓴이는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론에 반대하며 다지역 연계론(다지역 진화론)에 손을 든다. 발견된 내용에 근거해서 현생 인류가 한곳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홀로 세계로 진출한 게 아니라 각 지역에 존재하던 여러 인류와 만나 교류하며 동시 다발적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P.262) 본다. (이 부분에 대한 논쟁의 큰 틀은 ena님의 리뷰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책의 가장 마지막에 부록으로 실린 인류 진화의 계보는 본문을 읽을 때 궁금했고 혼란스러웠던 바를 잘 정리하고 있어서 많이 도움이 되었다.
책은 이토록 다양하고 재미있는 인류의 진화 모습을 보여준다. 여전히 새로운 발견이 이어지기 때문에 이제까지의 지식을 뒤흔들 이론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논쟁(?)도 시간이 흐르면 정리되리라 보고. 어쨌든 지금껏 드러난 사실은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듯하다. “인류의 진화 과정은 우리 사이의 협동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려준다. 당신을 보존하고 후손을 보존하려면 지금까지 그랬듯이 당신들도 협동해야 한다. 누구를 배제하고 차별하며 혐오하는 이기적인 마음과 태도로는 존속을 보장할 수 없다. 그럴 수 있는 뇌를 조상에게서 물려받았으니 미래를 예측하고 어두움을 도려내어 이 창백한 푸른 점에서 인류를 비롯한 여러 생명체가 어울려 오래 살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봐라.”
진화란 진화 이전보다 더 나아진다는 의미―솔직히 나아진다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를 지니고 있지 않다. 그래서 진화에 관한 텍스트를 읽을수록 나라는 존재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자기 성찰을 도모하려면 종교나 철학 관련 책 이전에 이런 유의 책을 먼저 만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일부 담겨 있지만 대부분 인류의 진화를 쉽고 편안하게 설명한다고 평가해서 책의 평점을 부여했다. 많은 분들에게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4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인간의 산도는 좁고 태아의 머리는 커서 출산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직립 보행을 시작한 인간은 몸은 그대로이고 머리만 점점 커지게 된다. 딜레마가 생긴다. 직립 보행을 하기 위해서는 골반이 좁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산도를 넓힐 수 없다. 공반뼈 사이가 물렁해지고, 벌어질 수 있게 하여 어찌저찌 아이를 낳는다.
유인원은 새끼를 낳을 때 쪼그려 앉는다. 중력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태아의 얼굴은 엄마의 배꼽 쪽을 향한 채 산도에 들어간다. 엄마는 팔을 뻗어 아이를 몸 밖으로 꺼내고, 바로 품에 안을 수 있다. 아이와 엄마가 얼굴을 마주보며 출산하는 것이다.
인간은 정반대다. 인간의 태아는 어깨를 산도에 맞추기 위해 몸을 비틀고, 산도의 모양에 맞추어 또 몸을 비튼다. 종국에 얼굴은 엄마의 몸 뒤쪽을 향하게 된다. 엄마는 스스로 신생아를 빼낼 수 없다. 아기의 목이 뒤로 꺾여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출산은 혼자서가 아닌, 여럿이서 해야 한다. 누군가 아기를 빼내어 엄마에게 건네주어야 한다.
이런 '사회적'인 출산의 기원은 최소 5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모든 아이가 축복을 받으며 태어나지 않고, 모든 산모가 도움을 받으며 출산하지 않는다. 4장을 읽으며 미혼모 생각이 많이 났다. 임신 사실을 알려선 안 되기 때문에 숨어서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아이를 낳게 되는 산모. 산도는 좁기 때문에 아이가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산모가 기절이라도 하면, 아이는 산도에 끼어서 질식해 죽는다. 신문에 실리는 '아이를 화장실에서 낳던 여학생, 아이가 사망하다...' 같은 자극적인 기사의 이면에는 이런 사정이 있다. 아이는 혼자 낳을 수 없는데, 이 사회는 그를 혼자 두었던 것이다. 당연히 사람이 죽을 수밖에 없다. 이런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은 사람에게 적절한 치료는 받을 수 있게 해 주었는지, 어떻게 가정으로 돌아가게 해 주었는지, 이런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 신문은 아기가 죽었다고만 말할 뿐이다.
사회적 출산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은 국가다. 출산을 산모 혼자의 것으로 만들었다. 낙태죄가 통제하려는 몸은 아이를 낳는 몸 하나 뿐이다. 아이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법을 만든다.
이런 점들이 너무나 끔찍하게 느껴졌다.
인류의 기원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어려운 느낌과는 다르게 쉽게 인류 진화의 역사를 접해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상희 교수님은 예전에 '차이나는 클라스' 라는 방송에 나오신 것을 언뜻 본 기억이 있고, 잠깐이었지만 강연 내용이 흥미로웠기에 이 책을 구입하게 됐다.
진화의 의미에 대해 단순하게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진화는 변했다는 것이지 옛날보다 나아졌다고는 할 수 없다는 이론에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었다.
인류의 기원에 관한 문제가 인종차별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고, 연구방향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 씁쓸했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고인류가 자신들의 조상일 리가 없다는 발상을 가지고 연구하는 학자들의 편협함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리고 인간은 동물과 달리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직립보행보다는 먼저 머리가 커졌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그와 반대되는 화석과 증거가 발견돼도 외면하고 싶어 하는 인간 우월주의도 고인류학 연구에 일종의 고정관념과 방해요소로 작용해온 것 같다. 인간이 모든 생물 중에 우월하고, 백인이 흑인보다 우월하다 같은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들이 아닌 열린 생각으로 다가가야 하는 것이 고인류학이라고 생각한다.
고인류학은 발굴해낸 화석을 통해 추측하고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현재 통용되는 이론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전혀 다른 이론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진화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학설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