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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 김훈 산문

[ 양장 ]
리뷰 총점8.5 리뷰 132건 | 판매지수 4,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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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9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12쪽 | 505g | 128*188*30mm
ISBN13 9788954637770
ISBN10 895463777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부 밥
라면을 끓이며 _11
광야를 달리는 말 _32
바다 _48
밥 1 _70
밥 2 _74
남태평양 _76
갯벌 _94
국경 _98
공 _122
목수 _127
줄 _131
목숨 1 _137
목숨 2 _142

2부 돈
세월호 _153
돈 1 _178
돈 2 _182
돈 3 _186
신호 _191
라파엘의 집 _195
서민 _197
러브 _201
불자동차 _205
소방관의 죽음 _215

3부 몸
바다의 기별 _223
여자 1 _232
여자 2 _238
여자 3 _243
여자 4 _247
여자 5 _251
여자 6 _256
여자 7 _262
손 1 _267
손 2 _278
발 1 _283
발 2 _289
평발 _293

4부 길
길 _299
바퀴 _303
고향 1 _307
고향 2 _317
고향 3 _327
쇠 _332
가마 _343
셋 _349
까치 _353
꽃 _357
잎 _361
수박 _365
11월 _370
바람 _374

5부 글
칠장사_ 임꺽정 379
연어_ 고형렬 391
1975년 2월 15일의 박경리 397

작가의 말 410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
짙은 김 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 콱 쏘는 조미료의 기운이 목구멍을 따라가며 전율을 일으키고, 추위에 꼬인 창자가 녹는다.
슬프다, 시장기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라면을 끓이며」

*
울진의 아침바다에서 나는 살아온 날들의 기억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의 쓰레기들이 부끄러웠다. 파도와 빛이 스스로 부서져서 끝없이 새롭듯이 내 마음에서 삶의 기억과 흔적들을 지워버리고 새롭게 다가오는 언어들과 더불어 한 줄의 문장을 쓸 수 있을 것인지를, 나는 울진의 아침바다에서 생각하고 있었다.
아, 나는 한평생 단 한 번도 똥을 누지 못한 채, 그 많은 똥들을 내 마음에 쌓아놓아서 이미 바위처럼 굳어졌다.
울진 바다에 비추어보니, 내 마음의 병명은 종신변비였다. 바다가 나의 병명을 가르쳐주었다. 나에게 가장 시급한 처방은 마음에 쌓인 평생의 똥을 빼내고 새로워지는 것이리라.
울진 바다에서 나는 바다의 불가해한 낯설음에 압도되어서 늘 지쳐 있었다. 수평선 너머로부터, 내가 기다리는 새로운 언어는 날아오지 않았고, 내가 바다 쪽을 바라보는 시간은 날마다 길어졌다. 나는 조금씩 일했고 많이 헤매었다. 나의 일은 글을 쓰는 것이었는데, 일보다 헤매기가 더욱 힘들었다.
바다에 나갔던 새들이 숲으로 돌아갔고,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는 원고지의 무수한 빈칸이 펼쳐져 있었다. ---「바다」중에서

*
전기밥솥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평생 목이 메었다. 이 비애가 가족들을 한울타리 안으로 불러모으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밥을 벌게 한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밥 1」중에서

*
모든 밥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싯바늘을 함께 삼킨다. 그래서 아가미가 꿰어져서 밥 쪽으로 끌려간다. 저쪽 물가에 낚싯대를 들고 앉아서 나를 건져올리는 자는 대체 누구인가. 그 자가 바로 나다. 이러니 빼도 박도 못하고 오도 가도 못한다. 밥 쪽으로 끌려가야만 또다시 밥을 벌 수가 있다. ---「밥 1」중에서

*
나는 근로를 신성하다고 우겨대면서 자꾸만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라고 몰아대는 이 근로감독관들의 세계를 증오한다. 나는 이른바 3D 업종으로부터 스스로 도망쳐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인간들의 저 현명한 자기방어를 사랑한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근로감독관들아, 제발 인간을 향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조져대지 말아달라. 제발 이제는 좀 쉬라고 말해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 ---「밥 1」중에서

*
나에게 여행은 세계의 내용과 표정을 관찰하는 노동이다. 계절에 실려서 순환하는 풍경들, 노동과 휴식을 반복하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 지나가는 것들의 지나가는 꼴들, 그 느낌과 냄새와 질감을 내 마음속에 저장하는 것이 내 여행의 목적이다. ---「남태평양」중에서

*
돌아와서 책상 앞에 앉았다. 연필을 들면 열대의 숲과 바다가 마음속에 펼쳐진다. 숲을 향하여 할 말이 쌓인 것 같아도 말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들끓는 말들은 내 마음의 변방으로 몰려가서 저문다.
숲속으로 들어가면 숲을 향하여 말을 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태어나지 못한 말들은 여전히 내 속에서 우글거린다. ---「남태평양」중에서

*
공사중인 집의 처마 끝에 매달려 못질을 하는 젊은 목수는 그 아름다움으로 나를 주눅들게 한다. 그러나 누구의 삶인들 고달프고 스산하지 않겠는가. 나무통이 좁아서 뿌리가 비어져나온 옥수수를 들여다보면서 나는 새로운 슬픔으로 지나간 슬픔을 위로한다. ---「목수」중에서

*
그 붉은 어둠의 먼 곳으로부터 어선들은 모습을 드러낸다. 피곤한 노동의 땟국으로 칠갑이 된 어선들은 찢어진 어기漁旗를 펄럭거리며 포구로 돌아오는데, 피곤은 곧 삶인 것이어서, 그래서 그 피곤을 별도로 언급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줄」중에서

*
딸아이가 공부를 마치고 취직해서 첫 월급을 받았다. 딸아이는 나에게 핸드폰을 사주었고 용돈이라며 15만 원을 주었다. 그 아이는 나처럼 힘들게, 오직 노동의 대가로서만 밥을 먹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진부하게, 꾸역꾸역 이어지는 이 삶의 일상성은 얼마나 경건한 것인가. 그 진부한 일상성 속에 자지러지는 행복이나 기쁨이 없다 하더라도, 이 거듭되는 순환과 반복은 얼마나 진지한 것인가. ---「목숨 1」중에서

*
생명의 아름다움은 본래 스스로 그러한 것이어서 사람이 입을 벌려 말할 필요는 없을 터이지만, 지난해 4월 꽃보라 날리고 천지간에 생명의 함성이 퍼질 적에 갑자기 바다에 빠진 큰 배와 거기서 죽은 생명들을 기어코 기억하고 또 말하는 것은 내가 아직도 살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겨우 쓴다.
---「세월호」중에서

*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다 다치거나 망가져 있는 사람들이었다. 시대가 인간에게 가하는 고통을 피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 망가진 사람들의 내면에 끝끝내 망가질 수 없는 부분들은 여전히 온전하게 살아남아 있었다. 뿌리 뽑히고 거덜난 삶 속에서 삶에 대한 신뢰를 발견하는 일은 늘 눈물겹다. ---「고향 1」중에서

*
혼자서 늙어가는 내 초로의 봄날에 자전거를 타고 섬진강 물가를 달릴 적에, 새잎 돋는 산들이 물에 비치어 자전거는 하늘의 길을 달렸다. 아, 이 견디기 어려운 세상 속에는 또다른 세상이 있었구나! 이 별 볼 일 없는 생애는 어찌 그리도 고단했던가. ---「잎」중에서

*
춥고 어두운 겨울이었다. 희망이란 없었다. 이쪽저쪽으로 나눌 수 있는 일은 아닐 테지만 사람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포기한 사람과 아직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나는 아마도 포기한 사람 쪽에 속해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스물일곱의 청춘이었다.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 세상에 더이상 희망이란 것이 부재한다는 것을 현실로 인정하고 있었다.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들을 향해 필사적인 손짓을 보내고 있었다
---「1975년 2월 15일의 박경리」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소외된 노동으로 밥을 먹었다.”
아,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책의 표제글이 된 「라면을 끓이며」는 매 해 36억 개, 1인당 74.1개씩의 라면을 먹으며 살아가는 평균 한국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자, ‘거리에서 싸고, 간단히, 혼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상에는 식사와 사교를 겸한 번듯한 자리에서 끼니를 고상하게 해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거리에서 밥벌이를 견디다가 허름한 분식집에서 홀로 창밖을 내다보면서, 혹은 모르는 사람과 마주앉아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도 있다. ‘목구멍을 쥐어뜯는’ 매운 국물들을 빠르게 들이켜고는 각자의 노동과 고난 속으로 다시 걸어들어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엔 더 많다.
“있건 없건 간에 누구나 먹어야 하고, 한 번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때가 되면 또다시, 기어이 먹어야 하므로” ‘한 달 벌어 한 달 살아가는’ 이들에게 라면은 뻔하고도 애잔한 음식이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라면을 먹어왔다. 거리에서 싸고 간단히, 혼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다. 그 맛들은 내 정서의 밑바닥에 인 박여 있다.
모르는 사람과 마주앉아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 일은 쓸쓸하다. 쓸쓸해하는 나의 존재가 내 앞에서 라면을 먹는 사내를 쓸쓸하게 해주었을 일을 생각하면 더욱 쓸쓸하다. 쓸쓸한 것이 김밥과 함께 목구멍을 넘어간다.
이 궁상맞음을 비웃어서는 안 된다. 당신들도 다 마찬가지다. 한 달 벌어 한 달 살아가는 사람이 거리에서 돈을 주고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은 뻔하다.
라면이나 짜장면은 장복을 하게 되면 인이 박인다. 그 안쓰러운 것들을 한동안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공연히 먹고 싶어진다. 인은 혓바닥이 아니라 정서 위에 찍힌 문양과도 같다. 세상은 짜장면처럼 어둡고 퀴퀴하거나, 라면처럼 부박浮薄하리라는 체념의 편안함이 마음의 깊은 곳을 쓰다듬는다.
이래저래 인은 골수염처럼 뼛속에 사무친다. _본문에서

김훈의 밥 . 돈 . 몸 . 길 . 글

이 책은 김훈의 지난날을 이룬 다섯 가지의 주제에 따라 5부로 구성되어 있다. 밥, 돈, 몸, 길, 글. 이 다섯 개의 주제는 그의 문체처럼 간명하고 정직하다. 그 무엇도 덧댈 필요도, 덜어낼 수도 없는 이 단독한 세계 안에 김훈이 있다.

그는 「손1」에서 “나는 손의 힘으로 살아가야 할 터인데 손은 자꾸만 남의 손을 잡으려 한다”라고 썼다.
이 책은 자꾸만 남의 손을 잡으려드는 안쓰러운 손으로 현실의 얽히고설킨 관계들을 겨우 버티어내는 그와, 홀로 집필실에서 연필 쥔 손에 힘을 준 채 글을 써내려가는 그가 느껍게 만나는 자리이다.

지난날 한 인터뷰에서 김훈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글을 쓸 때 어떤 전압에 끌린다. 전압이 높은 문장이 좋다. 전압을 얻으려면 상당히 많은 축적이 필요하다. 또 그만큼 버려야 한다. 버리는 과정에서 전압이 발생한다. 안 버리면 전압이 생길 수 없다.”

이 책을 엮는 과정에서 그는 많은 글들을 버리고, 새로이 문장을 벼렸다. 그가 축적해온 수많은 산문들 가운데 꼭 남기고 싶은 일부만을 남기고, 소설보다 낮고 순한 말로 독자들에게 말을 걸고픈 그의 바람이 담긴 최근의 글들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이 책엔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을 고압전류가 흐른다.
김훈 문장의 힘은 버리고 벼리는 데서 온다. 이 책은 김훈이 축적해온 삶 위에, 가차 없이 버리고 벼린 그의 문장의 힘이 더해져, ‘김훈 산문의 정수’를 읽는 희열과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산문집이다.

본래 스스로 그러한 것들을 향하여 나는 오랫동안 중언부언하였다. 나는 쓸 수 없는 것들을 쓸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헛된 것들을 지껄였다. 간절해서 쓴 것들도 모두 시간에 쓸려서 바래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늘 말 밖에 있었다. 지극한 말은, 말의 굴레를 벗어난 곳에서 태어나는 것이리라.

이제, 함부로 내보낸 말과 글을 뉘우치는 일을 여생의 과업으로 삼되, 뉘우쳐도 돌이킬 수는 없으니 슬프고 누추하다. 나는 사물과 직접 마주 대하려 한다.

2015년 여름은 화탕지옥 속의 아비규환이었다. 덥고 또 더워서 나는 나무그늘에서 겨우 견디었다. 그 여름이 가고, 가을이 또 와서 숙살肅殺의 서늘함이 칼처럼 무섭다.
낮고 순한 말로 이 세상에 말을 걸고 싶은 소망으로 몇 편의 글을 겨우 추려서 이 책을 엮는데, 또하나의 장애물을 만드는 것이 아닌지를 나는 걱정한다.
_작가의 말

회원리뷰 (132건) 리뷰 총점8.5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라면을 끊이며 ] 리뷰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YES마니아 : 골드 티*미 | 2023.01.0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소설가 김훈의 에세이라 읽어 보았습니다. 총 5부로 구성된 산문집이며 분량은 솔직히 많은 편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흔히 먹는 사면으로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10정정도의 글을 쓴 것은 대단하지만 솔직히 그다지 와닿는 글은 아니였습니다. 너무 팩트를 근거로 하는 소재라서 그런지 살짝 불편하기도 하고요. 알아듣기는 쉽고 빠르게 읽다가도 너무 표현을 거창하게 하는 스;
리뷰제목

소설가 김훈의 에세이라 읽어 보았습니다.

총 5부로 구성된 산문집이며 분량은 솔직히 많은 편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흔히 먹는 사면으로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10정정도의 글을 쓴 것은 대단하지만 솔직히 그다지 와닿는 글은 아니였습니다. 너무 팩트를 근거로 하는 소재라서 그런지 살짝 불편하기도 하고요.

알아듣기는 쉽고 빠르게 읽다가도 너무 표현을 거창하게 하는 스타일인거 같습니다. 

예전 배고픈시절의 라면과 지금은 여러가지 라면형식을 딴 인스턴트 식품들의 괴리처럼 이 책도 산문이지만 작가의 고집스러움으로 일반 산문집과의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라면을 끓일수도 있고 저렇게 끓일수 있는 것처럼 글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고 저렇게 표현할 수 있지만 철학적이고 싶은 작가의 마음은 알겠지만 그다지 마음에 와닿거나 사색을 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평하자면 가볍게 읽히기도 하지만 또 불편하고 지루한 거 같습니다.

나도 예전 세대에 속하지만 그다지 공감성은 없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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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깊은 손맛이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바* | 2022.08.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김훈 선생의 인터뷰를 보면 그의 말은 어눌하고 표정은 심각하다. 웃음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그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를 보는 내내 몇 년 전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하는 선생의 모습이 중첩되어 떠올랐다.소설이 아닌 산문집에서 만난 선생의 글은 깊이가 너무 찐해 인스턴트 라면에 길들여진 입맛이 오십년 묵은 장에서 우러나오는 맛을 처음 본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일상의;
리뷰제목
김훈 선생의 인터뷰를 보면 그의 말은 어눌하고 표정은 심각하다. 웃음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를 보는 내내 몇 년 전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하는 선생의 모습이 중첩되어 떠올랐다.

소설이 아닌 산문집에서 만난 선생의 글은 깊이가 너무 찐해 인스턴트 라면에 길들여진 입맛이 오십년 묵은 장에서 우러나오는 맛을 처음 본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

일상의 사색 농도가 이렇게 짙을진데 입에서 구술되는 그의 말이 맹물 흘러나오듯 그렇게 능변일 수 없음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다.

글을 어떻게 이리 농도 깊이, 끈적끈적, 한 땀 한 땀 쓸 수가 있을까? 감탄에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힘에 눌렸다.

첫 페이지의 문장.

"나는 손의 힘으로 살아야 할 터인데, 손은 자꾸만 남의 손을 잡으려 한다."

아직도 원고지에 한 칸 한 칸 직접 써 내려간다는 주름지고 굴곡된 선생의 손이 떠올랐다.

자꾸 다른 걸 잡으려 하는 내 손을 꾸짖으시는 것 같았다.

"개인의 삶이나 나라의 역사가 영광과 자존만으로 성립될 수는 없겠고 치욕과 수난을 또한 감당해야 할 터이다. 세계의 질서가 인간의 편인 것도 아니고 강자가 못할 것이 없듯이 약자도 살아남기 위해서 못할 것이 없을진대..."(본문 중)

그러게나 살아남기 위해서 못할 것이 없을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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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일상이 내뿜는 향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숨*북 | 2021.09.2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김훈. 이 시대의 몇 안 남은 글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작가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며 배우고 싶은 작가다. <칼의 노래>이후 <현의노래>, <남한산성>, <밥벌이의 지겨움>, <달 너머로 달리는 말>, <개>등을 읽었다.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사람. 흑암 속 글들은 김훈의 손에 의해 생명을 부여받고 하얀 원고지 위에서 저마다의 의미를 지닌 채 한바탕 신명 나;
리뷰제목


 

김훈. 이 시대의 몇 안 남은 글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작가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며 배우고 싶은 작가다. <칼의 노래>이후 <현의노래>, <남한산성>, <밥벌이의 지겨움>, <달 너머로 달리는 말>, <개>등을 읽었다.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사람. 흑암 속 글들은 김훈의 손에 의해 생명을 부여받고 하얀 원고지 위에서 저마다의 의미를 지닌 채 한바탕 신명 나게 춤사위를 펼친다. 글의 움직임은 개별적이지만 통합적이다. 그러나 그 통합 속에는 강제와 억압, 개별성의 마모는 없다. 대신 어울림과 연합으로서 한 몸으로의 나아감이 있을 뿐.

그렇기에 김훈의 글은 낱알과 같이 흩어지지만 어느 순간 찰지고 비린 밥 한 공기와 같이 뭉쳐져 읽는 이의 의식 속에 떨쳐버릴 수 없는 묵직함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역사 소설과 단편, 에세이 등을 썼다. 이제는 절판되어 김훈의 마니아들이 중고서점을 돌며 발품을 팔아 구했다는 <밥벌이의 지겨움>은 이미 전설적이다. 최근 들어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절판된 몇 권의 책들과 새롭게 쓴 글들을 엮어 두 권의 산문집을 냈다. 그중 한 권이 <라면을 끓이며>다.

나의 '김훈 바라기'는 그의 산문집을 서가에 들어 앉힘을 기꺼이 허용한다. 글이 막힐 때 그의 책들을 꺼내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죽어있던 상념의 어휘들이 살아 꿈틀대는 좀비와 같이 징그럽게 부활한다. 어쩌면 이런 불경스러운 이유가 나를 김훈으로 이끄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

<라면을 끓이며>는 작가가 자신과 일상, 세계 심지어 사물에까지 사유를 확장시킨 결과물이다. 김훈이 김훈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 같은 범인들의 머리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고 미치지 못하는 그 생각의 깊이다. 타이틀 작 '라면을 끓이며'에서 작가는 라면이라는 소시민들의 허한 창자를 달래주는 싸구려 음식에 대한 그만의 깊은 상념과 사유의 나래를 펼친다. 라면 한 봉지를 통해 배고픔이 일상화된 서민들의 과거와 현재를 논한다. 못 먹고 살던 시대에 대한 그만의 건조하고 짧게 쳐낸 문체가 라면 스프의 MSG 만큼이나 중독적이다. 먹다 보면 아니 읽다 보면 중독되니 나 같은 서평 나부랭이의 입에서는 한탄만 나올 뿐이다. 어찌하면 가진 생각을 이렇게 풀어낼 수 있을까?



총 5부로 묵였다. 전부 명필 명문이기에 어느 하나 폐기하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밥에 대한 김훈의 상념은 치열하다. 문학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헛소리를 하지 말라고 일갈했던 작가의 인터뷰 전문을 읽은 적이 있기에 그의 밥과 일상에 대한 견해가 어떠한지 짐작이 간다. 결코 형이상학적이지 않고, 철저히 현실적이다. 땅이 주는 저항과 압력을 받아 대척점에 서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실재를 인정한 사람이다. 따라서 먹고사는 일상의 문제를 간과하지 않았다. 입안으로 밥알을 넘기는 일을 천박하게 여기기보다 오히려 고귀하고 성스러운 일로서 미화했다. 그것이 그의 전설적 산문집 <밥벌이의 지겨움>에 여실히 드러난다.

이번 책에서 그의 산문 몇 개를 체에 걸렀다. 벌어 놓은 밥을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하는 밥이 주는 고뇌와 삭힌 비애가 남다르다. "이것을 넘겨야지만 또 이것을 벌 수 있을 텐데"라고 탄식하는 문장에서 눈물이 난다. 먹고살아야 하기에 끊어질 듯한 몸뚱이를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한다. 내가 경험해 봤고 그 경험이 현재진행형이기에 밥에 관한 작가의 단상이 책을 읽는 내내 저민 슬픔으로 마음을 후빈다.

또한 펜을 잡은 사람의 역할을 이 땅의 실제에 한정시킨 작가가 자신의 펜을 겨눈 곳은 2014년 4월의 팽목항이다. 세월호 침몰에 대한 김훈의 생각이 실려있기에 책의 가치가 남다르다. 정치적 색안경을 벗고 객관성을 유지한 채 읽어보라! 범접할 수 없는 이 시대 최고의 글쟁이가 바라본 세월호 침몰에 대한 글이 소름 돋는다. 마음에 묻은 아픔이 순장되어 땅속에서 여전히 신음하며 울부짖는 자들의 뒤척임과 같이 생생하다.

글이 무섭다는 이유를 발견하게 된 책. 김훈의 글이 무섭다. 세월호라는 건국 이래 전대미문의 사건 앞에서 지극히 건조한 문체로 감정을 절제하며 써 내려간 흔적이 역력하기에 닭살 돋는다. 삭풍에 바싼 말린 어물과 같이 주관과 감정을 걷어낸 체 시쳇말로 팩폭한다. 삶이 따라주지 못하는 말쟁이들의 억지스러운 비아냥과 어설픈 변명이 원천봉쇄된다. 행여 덤볐다가는 살아나올 수 없는 글의 부비트랩이 도처에 깔려있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개별적 아픔을 보편적 아픔으로 승화시킴으로서 글쟁이의 역할을 다한다. 명불허전! 김훈!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철학적 사유의 깊이는 이제 더는 올라갈 곳이 없다. 풀어놓는 글의 향연은 이미 경지다. 현실에 뿌리박혀 있는 작가의 시대를 인식하고 조망하는 식견을 따라갈 재간이 없다. 몸으로 부딪쳤고 그 안에서 느끼며 울었다. 그 잦은 울음 속 공간을 헤집고 들어와 저만의 똬리를 튼 채 자리한 상념들이 사물과 일상, 인간과 세계, 사건과 사고라는 주제를 배태하고 출산한다. 글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작가! 이런 작가와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것! 그야말로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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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454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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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역시!김훈!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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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h********s | 2023.01.09
구매 평점4점
가볍게 읽히지만 불편한 마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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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티*미 | 2023.01.02
구매 평점3점
가볍게 읽기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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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후 | 202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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