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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프라하를 꿈꾼다

나는 가끔 프라하를 꿈꾼다

: 유럽 10개국 도시문화 훑기

이동원 | 책읽는사람들 | 2002년 08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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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35쪽 | 451g | 153*224*20mm
ISBN13 9788989701019
ISBN10 898970101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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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대표적인 예술가는 카프카다. 초현실적인 경향 때문에 그는 난해한 작가로 꼽히지만, 오히려 그러한 해석의 다양성 때문인지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으로 사람들의 입에 종종 오르내리기도 하는 게 그다. 그의 소설들을 보면 고속으로 달리는 근대에 승차하지 못한 사람들의 병든 감성이 아릿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프라하에서 묵던 어느 하루, 그의 이런 소설 분위기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 그 부끄러운 경험담을 소개한다.
프라하에서는 보통 민박집을 많이 이용하지만, 트램을 타고 교외로 나가야 하는 게 싫어서 나는 한 방에 십여 명 이상 들어가는 싸구려 호텔을 더 선호한다. 어떤 호텔에서는 동양인들을 한 방으로 몰아 넣는데, 그게 오히려 나을 때가 있다. 한국인들끼리 만나기가 쉽기 때문이다.
마침 한국 여자 하나가 일정이 나와 같아서 같은 야간 열차로 부다페스트에 가기로 했다. 아침에 짐을 가지고 나와서 같은 코인 락커에 집어넣고, 10시 30분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각자의 일정에 따라 헤어졌다.
프라하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인 오페라 인형극 '돈 지오반니'를 보러 간 시각은 8시 30분. 우연히 알게 된 토모꼬라는 일본 여자도 마침 이 공연을 예약해서 함께 보러 왔다. 자리에 앉으니 곧이어 옆자리에 한국 여자 2명이 들어와 앉는다. 그런데 앞자리에 키 큰 사람이 앉아 있어서 그들이 내 쪽으로 자꾸 고개를 디밀었다. 난 일본 여자랑 와 있어서 서툴지만 영어로 그녀와 얘기를 하고 있던 참이라 그네들은 내가 한국 사람인 졸 전혀 모르는 눈치다(사실 난 가끔 현지인이나 유학생으로 오해를 많이 받아 나한테 길을 물어 보는 관광객들이 심심찮게 있다. 슬리퍼를 찍찍 끌고 다녀서 그런가?). 내가 못 알아들을 거라 생각했는지,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는 소리가 다 들린다. 혹시나 옆 사람에 대한 불만으로 번질까싶어 한 마디했다. "제 쪽으로 고개 숙이고 보셔도 돼요." 둘 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 pp.228-229
의약품 얀센, 필름의 아그파, 권총의 브라우닝 등은 모두 세계적인 벨기에 기업이다. 그 밖에 당구 공의 80%는 벨기에 제고, 수공의 린넨 제품은 세계 제일이다. 벨기에는 찾으면 찾을수록 아기자기한 재미가 넘치는 나라다. 그건 수도인 브뤼셀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브뤼셀의 거리를 걷다 보면 그야말로 아기자기한 유럽 도시의 매력을 한껏 느낄수 있을 것이다.
--- p.111
유럽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길이지만, 프라하의 구시가에서 만큼은 조금 느낌이 다르다. 어떤 때 그 길을 걷고 있으면 내딛는 발 밑에 돌이 눌려 깊숙이 깔려 있던 음악이 풀썩 날리는 환청을 경험하곤 한다. 물론 그 음악은 내 귀에 감미로운 속삭임을 전한다. 걸음걸이에 음악이 날리는 느낌은 아무리 걸어 봐야 먼지밖에 안 날리는 서울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프라하만의 감성일 것이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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