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실험실 이야기를 다룬 소설 [해부의 목적]이 199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과학 소설집 [신이 되고 싶은 컴퓨터], 과학 교양서 [생명의 비밀을 밝힌 기록, 이중 나선], 지구 환경과 생태 문제를 흥미진진하게 살펴볼 수 있는 [위기의 지구 돔을 구하라] 등을 집필했다. 이외에도 [만들어진 신], [인간 본성에 대하여] 등 과학 담론을 이끄는 굵직한 과학서들을 여럿 번역하였다. [만들어진 신]으로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그림 : 임익종
연세대학교 건축 공학과를 졸업했다. 그 동안 그린 글과 그림을 모아 [그래요, 무조건 즐겁게!]를 펴냈다. [꿀꺽 맛있는 세계지리], [한국 과학사 이야기1-3]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고, [무비위크] 등의 잡지에 만화를 연재했다.
“과거로 가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데?” “우리는 그걸 할아버지 역설이라고 해요. 선생님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갔는데, 어떤 아이가 타임머신에 부딪혀 죽었다고 해 봐요. 그런데 그 아이가 선생님의 할아버지였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우리 아버지가 태어나지 못했을 테고, 따라서 나도 태어나지 못했겠지. 가만, 그런데 어떻게 내가 아이를 죽일 수 있다는 거지? 나는 아예 태어나지도 않았잖아.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이 과거로 가서 사람을 죽일 수는 없어. 따지고 들어가니 더 심각해지는 걸.” 머릿속에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 p.33~34
“지금 중요한 문제는 이들이 왜 지금처럼 퇴화했느냐 하는 거야. 이 거대한 건물들과 완벽하게 유지되는 환경을 볼 때, 인류는 완성된 문명을 이루었던 것이 틀림없어. 그 뒤로 왜 퇴화했을까를 생각해 보라고! 나는 발전을 자극하는 요인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봐.” 말하고 나니 너무나 완벽한 이론 같았어요. “하지만 완성된 문명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인류 발전에 완성이라는 말이 있을 것 같지 않은데요?” “사람마다 개념이 다르겠지만, 물질적 욕구가 충족되고 자연을 완벽하게 정복한다면 가능하지. 여기 일로이들을 보면 성격까지도 개량된 것 같아. 공포심이나 폭력성 같은 것은 사라지고 오로지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말이야.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삶을 누리는 문명이 만들어졌을 거야.” 말할수록 내 이론은 점점 더 설득력을 갖추는 듯했어요. --- p.66~67
“그렇게 말하니까, 멀록이 일로이보다 더 인간답게 여겨지네요. 머리를 써서 생각도 하고 계획도 하니까요.” 그 말을 들으니, 인간이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발로 서서 걷고, 손을 자유로이 쓰고, 말을 하는 등 인간을 정의하는 특징들은 일로이뿐 아니라 멀록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저 겉모습과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었습니다. 과연 어느 쪽이 더 인간답다고 할 수 있을까요? --- p.166
“생물들이 사라진 지구는 정말 고요하군.” “그러네요. 지구의 종말을 지켜보는 것은 로봇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내가 고개를 돌려 째려보자 로봇은 황급히 말을 바꾸었습니다. “아니, 이 우주에서가 아니라, 다른 평행 우주에서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어차피 여기까지 오면 인류는 다 사라지고 없을 거잖아요. 하지만 로봇은 움직이고 있을지 모르지요.”
타임머신의 발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단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에요.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할 만큼 빠른 우주선은 아직 없지만, 분명한 점은 타임머신이 더 이상 소설 속 의 마법 빗자루가 아니라는 겁니다.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은 놀랍게도 상대성 이론이 나오기 전인 1895년에 나온 소설이에요. 오늘날 여기저기에서 그려 내는 수많은 타임머신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원작에 없는 귀엽고 시크한 로봇이 등장하여 주인공과 함께 지구의 종말이 다가오는 시간까지 머나먼 미래로의 여행을 합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시간 여행은 어떻게 가능한지, 빅뱅과 평행 우주는 무엇인지, 인류 진화의 역사는 어떠했고 미래 인류의 모습은 어떠할지 등의 과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됩니다. 물론 사람보다 똑똑한 로봇친구의 도움을 좀 받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