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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시다

시는 시다

: 민윤기 제2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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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178g | 128*192*10mm
ISBN13 9791157951055
ISBN10 115795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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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민윤기
민윤기는 1966년 ‘시문학’ 추천, 문공부 신인예술상으로 등단하였다. 등단 후 ‘창작과비평’ ‘시문학’ ‘문화비평’ ‘심상’ 등과 동인지 ‘시와 시론’을 통해 시를 발표하였다. 1974년 첫 시집 『유민』을 출간한 후, 장시 「전봉준」을 쓰다가 시대 상황으로 완성하지 못한 채 시작 활동보다는 편집자로 전념하였다.경향신문 레이디경향, 우먼센스 창간 편집장을 거쳐 무료 일간신문 ‘메트로’ 편집국장으로 일했다.
저서에 『소파방정환 평전』, 문화비평서 『그래도 20세기는 좋았다』 『일본이 앞에서 뛰고 있다』 등이 있고, 엮은 책에 지하철시집 시리즈 『희망의 레시피』 『사랑의 레시피』 『행복의 레시피』 등이 있고, 현재 월간 시see 편집인, 서울시인협회 카페 운영자, 문화비평가, 출판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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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대신 물을 마셔보아라 / 오늘부터 맥주 대신, 소주 대신 마셔보아라 / 깊은 밤 호숫가에서 홀로 독작(獨酌)할 때 / 술잔에 별이 뜨더라는 시 구절은 거짓말이다
한 문장도 더 나아가지 못해 / 바람 부는 날 후미진 골목 술집 창밖으로 / 오가는 행인을 바라보다가 멋진 스토리가 생각났다는 / 소설가들 표현은 순전히 뻥이고 구라다
술 대신 물을 마시면서 / 초저녁 아무 데서나 물잔을 놓고 보아라 / 까마득히 먼 하늘의 별보다 먼저 구름을 밟고 내려온 / 달이 지금 당장 네 영혼에 안겨들 것이다
술은 오줌을 탁하게 한다지, 아마 / 술은 헛된 욕망에 날개를 달아준다지 / 깊이도 알 수 없는 궁륭을 허우적거리게 한다지 / 청춘의, 청춘의 잔인한 유혹이여. / 술을 마시다가 한다는 말 한 마디 / “인생은 슬픈 것도 행복한 것도 아니야” / 이런 말도 안 되는 서푼짜리 말에 속지 말아라
술 대신 물을 마셔보아라 / 그러나, 쓸데없이 축적된 내 몸의 허위와 / 내 정신의 오류는 물로 씻어내지 못한다
오늘부터는 물 대신 술을 아껴가며 마셔보아라
---「술과 물에 대하여」중에서

돌직구 함부로 날리지 마라 / 세상에 한 방에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끝판대장 돌부처라는 별명이 붙은 오승환 선수도 / 아무 때나 돌직구를 던지지 않는다 / 슬슬 진을 뺄 만큼 이 공 저공 던지다가 / 이 때다 할 때나 돌직구를 쓴다
몸을 풀고 / 손에 힘을 빼고 / 수타 짜장 뽑는 주방장처럼 / 온몸의 근육에서 힘을 빼라
류현진 선수는 아예 돌직구가 없다 / 뱀처럼 휘어져 들어오기도 하고 / 지저분하게 치사하게 약 오르게 / 지구의 엉덩이라도 찰 것처럼.
알루미늄 배트 들고 노려본들 / 헛스윙 삼진이겠다
---「돌직구」중에서

버려라 / 누가 내 성(姓)을 탐하리요 / 참방(參榜)처럼 탐하는 것을 보리요
스스로 머리를 잘랐다.
한 왕조가 / 풀잎처럼 보이는 때가 온다.
산답(山畓)에 씨뿌리며 / 찾아내는 어떤 길도, / 제자(諸子)의 말씀도, / 삼남(三南)을 헤매는
아홉 해의 가을도 / 한 오리(五里) 앞에서 멀어진다.
---「머리를 자르다 - 김시습 2」중에서

바라크보다 더 거친 / 세상을 만지며 살고 있어요 / 내 손은 씨름판에서 얻어들은 / 핏대 올린 욕질보다 더 바쁘고 / 양심에는 대못이 열댓 개는 박혀 있을 걸요 / 피를 흘려도 피를 흘려도 저 / 기절하지 않는 평생의 싸움이 / 물에 달을 씻어 / 궁핍한 별에 눈을 씻어 / 설움에, 몸을 맡긴 설움에 / 내 눈물마저 젖고 젖은 설움일지라도 / 돌려받은 자유가 / 아무리 천박한 애인일지라도 / 나는 내 몸에 흐르는 피가 천해도 / 사랑을 버리지는 않겠어요
---「피를 흘려요- 만적시편 3」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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