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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모른 척해 줘

제발 모른 척해 줘

라임 청소년 문학-017이동
A.S.킹 저 / 전경화 | 라임 | 2015년 12월 2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9 리뷰 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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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2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74g | 153*215*15mm
ISBN13 9791185871325
ISBN10 118587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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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A.S.킹
1970년에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레딩에서 태어났으며, 펜실베이니아 미술 학교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어려서부터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고, 종종 옷장에 들어가 책을 읽곤 했는데, 한번 들어가면 꼭두새벽에 나올 정도로 책별레 였다고 한다. 살만 루슈디의 소설 《악마의 시》를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아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2010년에 발표한 처녀작 《100번이나 개로 환생한 소녀》가 미국도서관협회 청소년 소설로 뽑히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으며, 2011년에는 《제발 모른 척해 줘》가 마이클 프린츠 상을 받으면서 필력을 인정받았다. 그 외에도 2012년에 《승객들에게 물어봐》로 LA타임스 도서상을 수상하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학상을 섭렵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으로는 《나를 돌려줘》가 있다.
역자 : 전경화
전남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문학에 관심이 많고 책 읽기를 즐긴다. 현재 한겨레 어린이, 청소년 책 번역가 그룹 소속으로 꾸준히 공부하면서 좋은 원서를 찾아 소개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는 《용감한 대머리 언니》《거꾸로 가족》《지구를 지키는 쓰레기 전사》《인디고의 별》《새피의 천사》등이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목사는 지금 찰리가 어떻게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찰리는 지금 자유롭기도 하고 자유롭지 않기도 하다. 속으로는 곪아 가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항상 즐거운 척했던 아이다.
목사는 지금 찰리가 쾌활한 성격의 아이였다고 말한다. 나는 하얀 관 속에 누워 있는 찰리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맥도날드 냅킨에다 사인펜으로 “저 목사 아저씨한테 좀 전해 줄래? 차라리 내 탱탱한 엉덩이에 입이나 맞추라고 말이야. 저 아저씬 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거든.”이라고 휘갈겨 쓰는 모습을…….
이미 죽은 아이를 미워해도 되는 걸까? 그것도 단짝 친구였는데?
--- p.7
“34달러 99센트입니다.”
제니는 주머니에서 지폐 뭉치를 꺼내더니 현관 바닥에 한 장씩 떨어뜨렸다. 그중 두 장이 내 발 위로 떨어졌다.
“저 정도면 얼마쯤 될까?”
제니가 빌에게 물었다. 빌은 술에 잔뜩 취해 제니가 방금 두 손 가득 돈을 움켜쥐고 뿌려 댄 것도 모르고 있었다.
“몰라, 제니. 나, 고등학교에 오고 나서 수학 안 배우는 거 알잖아.”
제니가 깔깔 웃으면서 남은 지폐를 내 머리 위에다가 흩뿌렸다. 그리고 내 코앞에서 현관문이 꽝 하고 닫혔다. 나는 바닥에 흩어진 지폐를 발로 긁어모은 다음 허리를 숙여 한 장 한 장 주워 들었다.
잠시 뒤 다시 문이 열리고 제니가 나타났다. 그 뒤에서 빌이 꽤 정교하게 만들어진 고무줄 새총으로 나를 겨냥하고 있었다.
“야, 이건 팁.”
제니가 말했다.
빌이 1센트짜리 동전을 쐈다. 그 동전이 내 어깨를 정통으로 맞췄다. 동전에 맞은 부위가 얼얼했다. 그 애들은 열 살짜리 어린아이들처럼 자지러지게 웃어 대더니 이내 현관문을 꽝 닫았다.
--- pp.46~47
나는 두 팔로 제임스의 목을 끌어안은 채 귀에 대고 해서는 안 될 말을 속삭였다. 그러자 제임스가 운전석을 뒤로 젖혔다. 차창에 서서히 김이 서렸다. 나는 얼굴로 쏟아지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기 위해 머리를 위로 쳐들다가 그만 숨이 턱 막히고 말았다.
차 안에 찰리들이 있었다, 천 명 모두. 종잇장처럼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들은 유리창에 찰싹 들러붙어 있었다. 내 등에도 들러붙고, 내 옆구리에도 들러붙었다. 그런 채로 나를 노려보았다. 찰리가 좋아하는 파란색과 흰색의 체크무늬 플란넬 셔츠를 입었다. 한쪽 소맷자락에 올이 풀려 너덜너덜해진…….
나는 숨을 쉬려고 버둥거려 봤지만 도무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숨이 막힌 나머지, 손을 뻗어 차문의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그제야 제임스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베라, 괜찮아?”
찰리들이 사방에서 제임스를 짓누르고 있었지만, 정작 제임스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제임스한테는 찰리들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찰리들은 이제 제임스의 숨통까지 조이려 하고 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비틀거리며 자갈길로 튕기듯 뛰쳐나갔다.
--- p.93~94
제니가 또다시 거짓말을 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찰리가 게이라고 말했다나. 결국 찰리는 우리 엄마가 한때 나이트클럽 무용수였다는 비밀을 폭로하는 걸로 맞대응을 했다. 순식간에 나는 보이지 않는 유령 학생에서 전직 나이트클럽 무용수의 딸로 바뀌었다.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 소문에 열광했다.
나는 금세 주눅이 들었다. 그런 일을 했던 엄마가 몹시 원망스러웠다. 다른 한편으로는 찰리가 견딜 수 없이 미웠다. 그리고 제니가 죽이고 싶도록 싫었다. 하지만 그런 건 전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그토록 간절히 숨겨 왔던 나의 치명적인 비밀이 까발려진 상황에서도 계속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어야 한다는 가혹한 현실이 문제였다. 나는 너무나 창피한 나머지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발끝만 보고 다녔다. 완전히 발가벗고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이었다. [……]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이들은 이제 나도 밤이 되면 시내에 있는 나이트클럽에 나가 춤을 춘다고 말했다. 체육 시간에 남학생 두 명은 숫제 내가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는 것을 직접 보고 내 브래지어 속으로 돈을 쑤셔 넣기까지 했다고 떠벌렸다. 급기야 소문은 우리 엄마가 창녀라는 쪽으로 부풀려졌다. 지금도 라스베이거스에서 매춘부 일을 하고 있다나.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나도 매춘부가 되어 있었다.
--- pp.177~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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