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01년 11월 30일 |
---|---|
쪽수, 무게, 크기 | 376쪽 | 582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89548041 |
ISBN10 | 8989548047 |
출간일 | 2001년 1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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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76쪽 | 582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89548041 |
ISBN10 | 8989548047 |
달에서 지구를 보면 유일하게 보이는 것이 2000년 전에 쌓은 만리장성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만리장성의 주인공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최초로 중국을 통일하고, 최초로 문자를 통일하여 한자를 정형화 시키고, 최초로 도량형을 통일하고, 최초로 황제라는 칭호를 사용한 진시황이라는 인물이다. 중국을 아시아의 대국으로 만들고, 위대한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난폭한 폭군이었기에 객관적인 평가가 쉽지 않은 인물로 손꼽히는 진시황. '위대한 폭군'이라는 아이러니한 수식어가 붙은 진시황의 삶과 업적, 그리고 2천년 전 중국 역사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이 역사 소설처럼 전개된다. |
제1장 처음으로 두각을 나타내다 1. 1. 태자를 봉하다 2. 혈통에 얽힌 의혹 3. 진나라로 돌아오다 4. 중부가 되어 보좌하다 5. 『여씨춘추』 6. 여불위를 제거하다 제2장 야망을 향해서 1. 어렵게 나라를 세우다 2. 변법으로 강한 나라를 건설하다 3. 변경을 개척하고 영토를 확장하다 4. 합종과 연횡 정책을 펴다 5. 중원으로 동진하다 제3장 6국을 평정하다 1. 한나라의 멸망 2. 조나라의 멸망 3. 연나라의 멸망 4. 위나라의 멸망 5. 초나라의 멸망 6. 제나라의 멸망 7. 불후의 업적 제4장 시황제의 빛나는 업적 1. 왕王과 제帝의 차이 2. 창과 방패 : 모순矛盾 3. 시호와 피휘제도 제5장 진제국의 성대한 위용 1. 관료제 2. 군현제 제6장 천하통일의 위업 1. 정치·지리적 통일 2. 화폐 통일 3. 도량형 통일 4. 문자 통일 5. 사상 통일 제7장 진시황의 죽음 |
혹시 첸 카이거 감독이 연출한 <시황제 암살>이란 영화를 보신 분들이 계신지 모르겠지만(아마 적을 듯 싶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상영이 안되었고 비디오로는 나온걸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속의 철학' 이라는 과목을 수강 중에 보게 된 영화였다. 줄거리는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영웅>의 줄거리와 동일하게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던 역사적 시기를 배경으로 연나라의 자객 형가가 진시황을 시해하려다 실패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내용이 펼쳐진다. 기왕 말 나온김에 영화 이야기를 잠깐 더 하자면 장예모 감독의 <영웅>은 장르가 무협, 액션으로 화려한 액션과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초월적인 존재로서 영웅을 부각시키고 있다면 반면에 첸 카이거 감독의 영화는 장르가 드라마로 분류되어 있고 진시황의 인간적인 면을 많이 부각시켜 과연 진정한 영웅은 누구인가를 묻는 깊이 있는 영화이다.(개인적으로 강추!!)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결론적으로 이 책은 영화에서 만난 진시황을 좀 더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나고 싶어서 책을 찾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어떤 인물의 평전이라 하면 그의 어린시절부터 죽기까지의 삶의 여정을 설명하면서 그 인물이 세상에 끼쳤던 영향을 설명하는게 주류이다. 그런데 간혹 어떤 저자들은 너무 자신이 쓰고 있는 그 인물에 동화되어 중심을 잃고 찬양일색으로 영웅으로 만들어 가는 악서도 있는것 같다. 이 점에서는 <진시황 평전>은 어느정도 안심을 해도 될 것 같다.
책의 구성은 총 7장으로 뼈대를 세우고 있는데 1장부터 3장까지는 진시황의 일생의 서사가 담겨져 있고 4장부터는 주로 구체적인 진시황의 업적과 천하통일의 위업을 다양한 역사적 맥락에 따라 풀어 보고 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현재까지 남아 있는 역사적인 자료와 문헌들을 중심으로 최대한 객관적인 설명을 해 나가고 있고 논란의 여지가 있거나 뚜렷이 알 수는 없지만 정설로 내려오는 이야기들도 기본적인 역사적 맥락에 따라 풀어 내고 있어 진시황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과 역사적인 사실을 알기에는 부족함이 없을듯 싶다.
<시황제의 암살>이라는 영화와 <진시황 평전>이라는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영웅주의적인 시각에서 벗어난 한 평범했던 진시황이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뜻 깊었고 우리의 시각이 얼마나 영웅주의적 관점에 세뇌되어 있으며 한 인물을 평가하는 기준이 편협되어 있는지를 깨닫는 좋은 기회였다.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그 배경에는 그 윗대 선왕들이 여러가지 제도의 정비와 그 윗대부터 계속해서 이루어져 왔던 주변국의 정벌에 사실상 진시황은 그 종점에 위치했던 인물이었다. 구체적인 결과는 그가 집권하던 시기에 이루어졌지만 그 바탕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되어졌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영웅이란 과연 역사가 한 영웅을 만들어 내는 것인지 아니면 한 영웅이 탄생하여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인지를 생각해 볼 문제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듯이 초월적인 한 영웅이 홀로 역사를 만들어 가는것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0년간 주변의 6국을 정복했던 진시황의 카리스마는 대단하지만 그 역사적인 통일 전쟁에 정작 진시황 자신은 한번도 나가지 않았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영웅적인 인물들 또한 우리는 그 한 사람을 기억하며 찬양하고 싶겠지만 사실은 그 한 인물을 있게한 그 주변의 수많은 인물과 희생의 댓가를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하고 이름없이 죽어간 한 인물의 삶에 우리는 눈을 돌려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시대를 움직였던 한 영웅의 죽음도 이름없이 죽어간 한 병사의 죽음도 똑같이 소중한 삶의 인생이였기 때문이다.
진정한 영웅은 과연 누구일까?
오랜만에 재밌는 책을 봤다. 고속도로 휴게실 할인코너에서 운 좋게 좋은 책을 하나 건짓 듯 하다. 처음에는 할인코너를 미처 못 보고 돌아섰는데 동생이 "오빠, 진시황 평전이라는 책 있어?" 라고 물어보길래 잽싸게 가서 구입한 책이다. 물론 50% 할인가에 말이다. 어쨌든, 진시황에 대한 몇몇 책들을 읽어봤지만 대부분은 진시황, 인간 그 자체보다 그의 치적과 연결된 정치사적인 부분에 대해 다룬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만리장성과 흉노 정벌, 뭐 그런 것들 있지 않은가. 물론 주인장은 아직 쓰루마 가즈유키가 쓴『중국 고대사 최대의 미스터리 진시황제』라는 평전을 읽어보지 않았기에 오늘은 위에 소개한 책에 대해서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일단 이 책은 그다지 어려운 내용이 없다. 우리가 대개 알고 있는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어려운 내용이 있다 하더라도 두어번 읽으면 이해하는데 크게 어려운 일은 없을 듯 싶다. 게다가 책 뒷부분에는 전국시대 6국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도 나와 있어서 당시 6국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주인장이 무엇보다도 흥미롭게 생각한 부분은, 저자가 분명 관련 분야의 전공자로서 관련 분야의 연구성과들을 소개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흥미를 잃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는 점이다. 독자들이 궁금해할만한, 혹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주제들을 한두개 던져두고 이를 자문자답(自問自答)하는 형식으로 논지를 전개하고 있어서 그 점이 좋았던 것 같다.
이전에 주인장이 한번 언급했듯이 진시황 출생의 비밀(어찌보면 상당히 널리 알려져있는 진시황 관련 의문들 중 하나일 듯 싶다)을 책 초두에 꺼내놓으면서 그는 관련 연구자들의 여러 견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나중에 자신의 생각을 게재했다. 읽으면서 내심 '이거 중국 학자들이라고 진시황의 출생에 대해서 일부러 정통성을 부여하는 쪽으로 해석하고자 여불위와 관련된『사기』의 기록을 무시하는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관련 문헌과 연구자료들을 뒤적거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주인장이 몰랐던 부분도 많이 알게 되었고 진시황 출생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주인장은 그간『사기』의 기록이 사실일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에서는『사기』의 기록 자체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주인장이 지금껏 생각했던 것들을 재고할 필요가 생겼다.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저자는 차근차근 진시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주인장이 또 흥미롭게 본 부분으로는 여불위와 진시황의 정치 스타일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치세기간이 짧은 장양왕과 집권 초반 중부(仲父)에게 정치를 일임했던 진시황 시절, 여불위는 수년간 진나라를 제국으로 만들고 다듬기 위해서 부던히 노력했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실은『여씨춘추(呂氏春秋)』로 세상에 빛을 선보였는데 여불위가 빈객 3,000명을 모아 만든 책이라고 한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학자들이 내놓은 지식들이 총체적으로 들어있는데 이 책의 내용을 한글자라도 고칠 수 있으면 천금을 주겠다 했으니 그 자부심이 대단했으리라.
그러면서 저자는『여씨춘추』의 정치 스타일은 진시황과 달랐다고 적고 있다. 알다시피『여씨춘추』는 패도(覇道)에 어울리는 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덧붙여 그는 일부에서『여씨춘추』를 두고 너무 틀에 맞춰 쓰다보니 내용의 헛점이 있다는 비평도 하지만 그것은 모두 여불위의 뜻이 그러했기 때문이라 적고 있다. 즉, 그는『여씨춘추』라는 책을 만들면서 일종의 '사상 통일'을 꾀했던 것이다. 즉, 글의 형태만 스탠다드한 표준을 만든 것이 아니라 그렇게 틀을 맞춤으로서 그 안에 들어가는 내용에 대해서도 통일성을 강조했다는 소리였다. 그간『여씨춘추』에 대해서 막연히 그러한가 보구나~라고만 생각했지, 이런 깊은 뜻이 있는지는 미처 몰랐다. 순간, 진시황이 행했던 수많은 정책들이 떠올랐다. 분명 그 정책들은 진시황이 혼자서, 당대에 갑자기 천재적으로 떠올려 만든 것들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학자와 정치가들이 수백년간 서쪽 변방의 진나라에서 고생하면서 이룩한 것이다. 그리고 여불위는 그것들을 통일하려 하였고.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실제 책 뒷부분에 가면 저자는 진시황의 업적을 말하면서 '왜 사람들이 진시황의 정치 · 군사 · 경제적인 통합 정책은 언급하면서 사상적인 통합 정책은 얘기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렇다. 어찌보면 이 사상 통합이라는 것이야말로 가장 공들여야 하며 가장 오랜 시간에 걸쳐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지도 모른다. 정신세계에 대한 개혁적인 정치변화를 어찌 그동안 무시했을까. 흉노를 정벌한 것은 조나라 무령왕도 호복기사를 통해 행한 적이 있었고, 만리장성을 쌓은 것 역시 북쪽에 적을 두고 있는 위나라, 조나라, 연나라 등에서 행했던 것이다. 화폐와 글자가 다양했지만 그 또한 특정 국가 혹은 지역을 중심으로 몇개의 화폐와 글자로 구분되어 사용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상 통일은 아무도 해내지 못 했다. 물론 패도에 입각한 정책 아래 법가사상이 중시되었지만 여불위의『여씨춘추』에서 알 수 있듯이 진나라는 사상 통합을 이룩한 나라가 분명했고, 그것은 분서갱유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도 잘 나타났다. 이 또한 주인장이 간과했던 부분이었다.
전체적으로 저자는 진시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당시 시대상에 대해서 서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마 이 부분때문에 이 책을 두고 일반적인 전국시대를 소개한 역사책과 다를 바 없다고 평한 독자들도 몇몇 봤다. 하지만 분명 주인장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몇몇 부분에서 저자는 흥미로운 주제들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제들은 자뭇 지루할지도 모를 스토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그렇게 흥미로운 주제들은 위에 언급한 것 말고 더 있었다.
책 막바지에서 저자는 진시황이 어떻게 천하를 얻을 수 있었는가? 라는 아주 원론적이면서도 기초적인 화두를 던졌다. 그러면서 이내 '그럴 수 밖에 없었다'라는 결론을 먼저 꺼내놓고 이야기를 풀어놨다. 법가사상에 치중해 수백년간 내공(?)을 쌓아가며 빡쎄게 나라를 운영했던 진시황 이전의 군주들 덕분에 진시황은 그런 힘을 모아 거의 2년마다 일국을 멸망시켜 천하통일을 할 수 있었다고 말이다. 덧붙여 그는 중국은 통일될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이며 진시황이 뭐 새롭게 천하통일을 한 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중국은 주나라 이래로 주욱 중국(中國)이라는 명칭 아래 하나의 통일된 존재였으며, 봉분된 국가들이 여럿 있었지만 여전히 하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춘추5패와 전국7웅의 시대를 거쳐 진시황이 진(秦)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모은 것 뿐이니 천하통일이라는 용어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이 부분에서 '역시 중국 학자라 어쩔 수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필시 진시황은 과거 6국의 영토보다 더 많은 영토를 차지했으며 그 영향력도 더 많이, 더 넓은 지역까지 행사했었다. 그럼에도 이미 중국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변화라는 식의 서술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만리장성을 두고 북방에 대한 방어적인 의미도 있지만 화이(華夷)를 구분하는 의미도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 역시 앞의 논리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리라.
몇몇 부분에서 다소 작위적인 해석이 눈에 띄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진시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자 했던 책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전문적인 내용이 추가되고 보완될 부분만 수정된다면 진시황 관련 연구서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확실히 진시황은 수천년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군주 중 한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 패도적으로 통치했고 6국의 정복된 백성들과 마찬가지로 자국의 백성에게도 가혹한 통치를 부여했다. 그렇기에 그의 꿈은 만세황제가 아닌 2세 황제로 끝이 날 수 밖에 없었다. 6국을 정복하고 천하통일에 매진할 때라면 그의 패도적인 정치는 그 위력을 발휘하겠지만 일단 제국이 완성되면 제국은 더 이상 '말 위에서 다스릴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진시황을 보면 아스라이 스러져간 고구려의 모본왕이 생각난다. 분명 군사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장기적인 고구려의 국가정책상 그의 의지는 엇나갔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치적은 이후 중국사에 그대로 남아 근간을 이루었다. 한대 정치제도가 대부분 진의 그것을 본땄으며, 한 역시 진의 패도를 부정하고 들고 일어나 진의 유물을 그대로 받아먹어 강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대외적으로 고구려의 후계자로 자처하던 고려가 신라 정치제도의 상당부분을 계승한 것처럼 말이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하나 읽어 이렇게 소개하고자 몇자 적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