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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소각의 여왕

[ EPUB ]
리뷰 총점9.0 리뷰 2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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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6년 0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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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23.28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0만자, 약 3.2만 단어, A4 약 63쪽?
ISBN13 9788954639538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3년 만의 쾌거, 제2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이유 장편소설 『소각의 여왕』 출간

한국문단의 가장 공신력 있는 장편소설의 산실 ‘문학동네소설상’의 제21회 수상작 『소각의 여왕』이 출간되었다. 무려 삼 년 만의 수상작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날카로운 통찰력과 섬세한 문장으로 사랑받는 은희경의 『새의 선물』, 에너지 넘치는 서사를 통해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보인 천명관의 『고래』, 신선하고도 불온한 상상력을 뿜어냈던 김언수의 『캐비닛』, 그리고 ‘특촬물’이라는 생소한 제재를 통해 현 젊은 세대의 내면 풍경을 탁월하게 그려낸 이영훈의 『체인지킹의 후예』까지, 언제나 문학의 최전선에서 세계와 인간을 향한 날카롭고도 깊이 있는 시선을 보여주었던 전통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어진다.

이유의 『소각의 여왕』은 고물상을 운영하는 지창씨와 유품정리사인 그의 딸 해미, 두 부녀의 이야기이다. 누군가 쓸모없어 함부로 버린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잇는 소중한 수단이 되고 또 그렇게 모여진 것들은 분류작업을 거쳐 쓸모 있는 것들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 순환과정 안에는 비참한 세계에 기거하는 부녀의 일상, 그들이 꾸는 꿈의 다소 허황된 속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텅 빈 꿈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버텨갈 수밖에 없는 산다는 일의 슬픔이 비친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부
바람공장_ 9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_ 16
가위를 내다_ 26
단순하고 단단한 맛_ 33
가장 추운 날_ 38
싸움의 고수_ 50
삽을 들다_ 59
바람이 들다_ 67
바통을 쥐다_ 78

2부
고소한 냄새_ 91
대륙횡단_ 98
어디에 있니_ 107
실패했어요_ 115
간판을 걸다_ 122
사진을 삽니다_ 132
끝나지 않은 하루_ 141
취하다_ 148
싼티의 선물_ 154
등이 가려워요_ 168
빨간불에 멈춤_ 187
끝판왕이 되다_ 199
파티가 시작되다_ 210

수상 소감_ 214
심사평_ 217
수상작가 인터뷰_ 224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지창씨는 딱 한마디만 했다.
“요즘은 나쁜 짓 안 하고 잘사냐?”
“나쁜 짓 안 하고 어떻게 잘살아?”
해미가 끼어들었다.--- p.107

“무슨 과랬더라? 그래, 항공우주공학과.”
“얼마나 멀리 도망치고 싶었을까.”--- p.145

“열흘쯤 됐나봐요?”
해미가 여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보면 알 수가 있나요?”
여자는 놀란 눈을 했다.
“혈흔이 퍼진 정도나 냄새로 알 수 있죠.”--- p.155

그런 사람들이 있다. 한쪽밖에는 보이지가 않아서 한쪽으로밖에 갈 수 없는 사람들. 죽음이 아니면 달리 편안해지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 p.206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3년 만의 쾌거, 제2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이유 장편소설 『소각의 여왕』 출간

한국문단의 가장 공신력 있는 장편소설의 산실 ‘문학동네소설상’의 제21회 수상작 『소각의 여왕』이 출간되었다. 무려 삼 년 만의 수상작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날카로운 통찰력과 섬세한 문장으로 사랑받는 은희경의 『새의 선물』, 에너지 넘치는 서사를 통해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보인 천명관의 『고래』, 신선하고도 불온한 상상력을 뿜어냈던 김언수의 『캐비닛』, 그리고 ‘특촬물’이라는 생소한 제재를 통해 현 젊은 세대의 내면 풍경을 탁월하게 그려낸 이영훈의 『체인지킹의 후예』까지, 언제나 문학의 최전선에서 세계와 인간을 향한 날카롭고도 깊이 있는 시선을 보여주었던 전통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어진다. 이유의 『소각의 여왕』은 고물상을 운영하는 지창씨와 유품정리사인 그의 딸 해미, 두 부녀의 이야기이다. 누군가 쓸모없어 함부로 버린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잇는 소중한 수단이 되고 또 그렇게 모여진 것들은 분류작업을 거쳐 쓸모 있는 것들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 순환과정 안에는 비참한 세계에 기거하는 부녀의 일상, 그들이 꾸는 꿈의 다소 허황된 속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텅 빈 꿈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버텨갈 수밖에 없는 산다는 일의 슬픔이 비친다.

고물상 주인 지창씨와 유품정리사 해미가
쓸모없어진 것들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속살

재수생인 해미는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1톤 포터를 몰고 다니며 고물상을 운영하는 아버지 지창씨의 일손을 돕는다. 지창씨의 고물상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두 부자는 대를 이어서 반짝이는 보물이라도 되는 양 낡고 쓸모없는 고물을 소중히 다룬다. 해미는 골목마다 자신을 마중하는 듯한 모습으로 나와 있는 폐지와 고물들을 수거하고, 그것들을 동일한 속성을 가진 재료로 분해하는 작업을 통과하면서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고물상 일의 진리를 터득하게 된다.

해미는 지창씨가 언제부턴가 자신 몰래 출장을 다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고물상과 관련된 일이라면 도대체 그녀에게 숨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해미는 지창씨가 두고 간 휴대폰 속에서 그 비밀을 찾아낸다. 휴대폰 문자함에는 지창씨에게 유품정리 일을 부탁하는 누군가의 문자가 들어 있었다. 그제야 해미는 지창씨가 왜 그토록 수상하게 행동했는지 알게 된다. 죽은 이들이 머문 공간을 새것처럼 정리해야 하는 자신의 일을 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지창씨 대신 유품정리 일에 뛰어드는 그녀. 해미는 유품정리가 마치 오랫동안 해온 일인 것처럼, 혈흔과 시취가 짙게 밴 공간을 깨끗이 지워내고, 망자의 물건들을 거침없이 분류하고 소각한다. 그사이 지창씨는 초등학교 동창인 정우성이 주고 간 설계도면을 받아들고 새로운 꿈을 꾼다. 고물들로부터 그 어떤 것들보다 값이 비싸게 나가는 희귀 금속 이트륨을 분리해내어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는 꿈 말이다. 그는 설계도면에 따라 기계를 하나 제작해내고, 그 기계를 가동하여 고물들로부터 순수한 이트륨을 뽑아내고자 한다. 하지만 번번이 그의 손에 쥐여지는 것은 빛나는 이트륨이 아니라 불순물이 섞인 검은 돌덩어리일 뿐이다.

고물상의 호황기는 빠른 속도로 저물어가고, 지창씨와 해미의 삶도 그 기울기에 따라 한층 낮은 곳으로만 향해 간다. 삶이 나락으로 떨어질수록, 결코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꿈은 어째서 더욱 강력히 그 위력을 떨치는 것일까. 지창씨는 순수한 이트륨을 얻기 위해 생계마저 내팽개친 채 기계 앞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이제 해미는 유품정리 일에 더욱 매진할 수밖에 없다.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옥에서의 삶에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는 삶.

해미는 유품정리 일을 하면서, 자살을 계획하고는 사후 자신의 방정리를 부탁하는 청년, 산달을 앞두고 남편이 남긴 혈흔과 시취를 지워달라는 여자, 죽은 사연과 방법이 알려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호텔 투숙객 등 세계의 슬픈 표정을 마주하게 된다. 소설가 이유는 마음이 무너질 것 같은 장면에서도 감정을 충분히 절제하여 이 비참한 세계를 꼼꼼히 직조해냈다. 담담하면서도 날카로운 문장들로 이루어진 이 세계를 들여다보는 우리의 눈에는,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숨쉬고 있는 현실세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한쪽밖에는 보이지가 않아서 한쪽으로밖에 갈 수 없는 사람들. 죽음이 아니면 달리 편안해지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란 바로 우리, 만약 지금 그렇지 않다면 곧 그렇게 되고야 말 우리의 비극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이들의 곁에 머무르고자 한 소설가 이유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애써 외면해온 세계의 슬픔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감정의 절제를 유머로 치환한 간결한 내러티브가 매우 개성적이다. 군더더기 없이 짧게 끊어치는 묘사가 날카롭고 유쾌하게 각인된다고 할까.
- 은희경(소설가)

겉보기의 가벼움 뒤에 삶과 문학에 대한 깊은 고뇌와 상당한 단련을 숨기고 있다.
- 이상운(소설가)

슬픔의 총량이 많아지는 삶, 그런 삶의 와중에 놓인 사람들은 땅에서 쉽게 발을 뗄 수가 없다. 작가는 그런 사람들 틈에 있으려고 했던 것 같다.
- 강영숙(소설가)

나는 항복했다. 날이 저물고 으슬으슬 춥고 배가 매우 고파서가 아니었다. 뭐 전혀 아닌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내가 몰랐거나 간과했던 장점에 충분히 동의했기 때문이었다.
- 박형서(소설가)

이야기를 절제할 줄 알고, 커다란 이야기를 조그마한 장면들로 나눠놓고 이어붙이면서 무거운 이야기를 경쾌하게 읽을 수 있게 만들어놓고 있었다.
- 권희철(문학평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교수)

고물상의 시대에서 기계 발명의 시대로 진화해왔으나, 이제 젊은 세대에게 남겨진 과업이란 비참한 죽음들을 마무리하는 사후 ‘소각’뿐이라는 비참한 세대 인식이 여기에는 자리하고 있다.
강지희 (문학평론가)

eBook 회원리뷰 (2건) 리뷰 총점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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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소각의 여왕-이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돼**스 | 2017.01.15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부엌에는 플락스틱 반찬통, 바구니, 김치통, 약봉지, 유리그릇, 냄비, 밥통, 생활용품들이 가득했다. 필요해서, 필요할 것 같아서 사 둔 물건들은 바닥을 점령했다. 비닐봉지는 왜 그렇게 많던지. 사놨는데 어디 있는지 몰라서 또 산 물건들이 가득했다. 칫솔, 치약, 행주, 수세미, 키친타월, 크린랩. 물건 정리와 청소 좀 한다던 나조차 기가 질렸다.;
리뷰제목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부엌에는 플락스틱 반찬통, 바구니, 김치통, 약봉지, 유리그릇, 냄비, 밥통, 생활용품들이 가득했다. 필요해서, 필요할 것 같아서 사 둔 물건들은 바닥을 점령했다. 비닐봉지는 왜 그렇게 많던지. 사놨는데 어디 있는지 몰라서 또 산 물건들이 가득했다. 칫솔, 치약, 행주, 수세미, 키친타월, 크린랩. 물건 정리와 청소 좀 한다던 나조차 기가 질렸다. 

  거실은 옷과 이불로만 산을 이뤘다. 작은 방도 마찬가지였다. 비닐째 쌓여 있는 옷들을 정리했다. 먼지와 곰팡이, 묵은 냄새들이 코를 찔렀다. 인터넷을 떠올리자 빛이 들어왔다. 검색했더니 여러 업체들이 딸려 나왔다. 몇 군데 전화를 걸었다. 그즈음 나는 전화 거는 것, 부탁하는 것, 물어보는 것에 기가 질려 있었다. 친절하지 않은 음성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자세한 견적을 뽑고 싶어 구구절절 설명했다. 계단이 있고 집이 높고 짐이 많다는 것. 백오십만 원을 불렀다. 말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백오십이 누구 집 이름이냐. 우리끼리 해보자. 헌 옷 업체 부르고 종량제 봉투 사다가 쓰레기장으로 짐들을 날랐다. 쓰레기장은 멀었다. 골목을 내려가고 다시 내려가고 길을 하나 건너서 골목으로 들어갔다. 중간에 나는 출근한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 남은 두 사람이 그 짓을 다 했다. 비염 증세가 도지고 있다, 허리가 아프다, 너희들은 백수니까 나는 힘든 건 못하겠다. 뻔뻔하게 그런 말이 잘도 나왔다. 

  중간에 헌 옷 업체 남자가 옷 값을 깎았다. 냄새가 나고 소재가 가볍다는 이유였다. 그거라도 팔아서 밥값, 종량제 봉투값, 커피값하려던 계획이 물 건너갔다.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텔레비전 값이 삼만 원이었다. 나머지 가전제품을 가져간다는 조건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고개를 자주 끄덕였다. 네, 그러세요. 마음대로 하세요. 제발 가져가고 가져가세요. 나중에 헌 옷 남자가 이제 오기 싫다고, 무섭다고 했다. 그래도 옷과 이불, 냄비가 남아 있었다. 

  삼겹살 8인분을 시켜 먹으면서 익은 것만 확인하고 고기를 먹으면서 그냥 백오십에 맡길 걸 후회했다. 몸이 힘들었다. 우리가 해보니 백오십을 줘도 안 할 것 같았다. 백오십은 적게 부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는 내 변명도 통하지 않았다. 숨을 몰아쉬며(코로는 숨을 쉴 수 없으니까, 얼마나 다행인지 입과 코가 있어서) 쓰레기장까지 짐들을 버렸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는 공사장 인부들처럼 고기를 먹어댔다. 오리, 삼겹살, 삼겹살, 소고기, 소고기. 그렇게 먹어도 힘이 나지 않았다. 

  정리하면서 좋았던 순간은 비닐봉지에 쌓인 동전들을 발견할 때였다. 나올 때마다 은행에 가서 바꿨는데 어떤 동전은 썩어서(돈이 썩었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라 진짜다) 바꿔줄 수가 없다고 했다. 그 외에는 먼지와 짐들의 무게 때문에 힘들었다. 처음에는 분류라는 것을 했는데 나중에는 봉지 안을 보지도 않고 버렸다. 

  이유의  『소각의 여왕』은 우리가 했던 일을 하는 인물이 나온다. 해미와 지창씨는 고물상을 운영하면서 살아간다. 두 부녀는 서로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사이좋게 운전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해미의 뒤통수에 불이 나긴 하지만. 허파에 바람이 드는 유전병을 지창씨 역시도 가지고 있다. 고물상에서의 돈은 정직하다. 일 한 만큼 벌어간다. 웃음밖에 안 나오는 돈이지만 고물상에 오는 사람들에게는 하루 노동의 소중한 대가이다. 

   친구 정우성은 지창씨의 현금을 전선에 피복 벗기듯 벗겨간다. 그러다 오랜만에 나타나서 희귀금속을 만들 수 있다는 기계의 도면을 보여준다. 해미는 제발 지창씨가 허파에 바람이 빠졌으면 하지만 내버려 둔다. 그 대신 지창씨가 하던 일을 이어간다. 죽은 사람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 힘도 세고 냄새 제거도 확실히 하는 해미. 집에서 오랫동안 앓아누운 엄마가 있었고 편의점이라도 차려서 앞으로의 삶을 기대고 싶기도 한 해미. 

  『소각의 여왕』에서 그리는 세계는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한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기운을 가지고 있다. 고물들이 잔뜩 쌓여 있는 그곳에서 해미는 목욕탕 의자에 앉아 전선을 벗기고 파지를 골라내고 지창씨는 창고에서 자신이 만들어낸 기계와 씨름한다. 초 단위로 사람들은 죽어간다. 사고로 사고 같은 자살로 혼자 죽기 싫어 같이 죽고 아파서 죽는다. 

  이 소설에서 죽음은 흔하게 등장한다. 태어나는 것에 이유가 없듯 죽음에도 이유가 없다. 고통과 죽음은 다르다고. 죽음은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것이다. 죽음으로 향한 사람들이 남긴 것들을 정리하는 해미에게 죽음은 견적은 뽑아내야 하는 일이고 가능하면 산 사람들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일이다. 힘이 드는 건 씻어도 가시질 않는 냄새 때문이다. 죽음은 냄새를 남긴다. 살이 썩어가고 눈동자가 풀리는 일이다. 해미와 지창씨는 죽음 앞에서 고통 앞에서 할 만큼 한 사람들이다. 잘못 썼다. 할 만큼 한 사람들은 없다. 고통을 동반하는 죽음의 기운 앞에서 굴복한 사람들이다. 

  소설의 끝이 어떻게 됐는지 자세하게 알고 싶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자세히 알아야 할 것도 없는 일이다. 허구의 세계든 현실의 이야기든 끝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죽음이 끝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지창씨가 결국 만들어낸 결말은 허파에 바람이 들어차지 않아도 웃음이 나오는 일이다. 김중혁의 『나는 농담이다』의 주인공 장우영이 하던 말이 계속 떠오른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소고기 세 팩을 사서 구워 먹었는데 일 년에 한 번뿐이니까 많이 먹으라고 농담했다. 『소각의 여왕』에서는 삼겹살 한 근, 반 근씩을 사서 구워 먹는다. 사 먹어 놓고 이렇게 비싼 걸 먹어도 되나 후회가 들어 걱정하는 것으로 반성했다. 무슨 말인지. 후회를 했다는 건지 걱정을 했다는 건지 반성을 했다는 건지. 소고기 사 먹는 게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일인 건지 의문이 들기는 한다. 물건으로 남길게 아니라 기억과 경험으로 오그라드는 말이지만 추억으로 남길 일이다, 돈으로는. 어마어마한 짐들을 정리하면서 얻은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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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순환하는 것들 속에 사라져가는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게* | 2016.04.25 | 추천5 | 댓글8 리뷰제목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 반대의 세계도 있다. 해미가 살아가는 공간, 고물상이 그렇다. 그 곳에서 책은 책이 아니라 파지가 된다. 표지 따로, 스프링 따로, 속지 따로 다 따로따로 해야 가치가 높아지는 곳이다. 어떤 물건이 가치를 가지려면 그 물질 고유의 내재된 특성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도록 합성되어, 기능하는 개체로서의 자신을 버리고 원래 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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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 반대의 세계도 있다. 해미가 살아가는 공간, 고물상이 그렇다. 그 곳에서 책은 책이 아니라 파지가 된다. 표지 따로, 스프링 따로, 속지 따로 다 따로따로 해야 가치가 높아지는 곳이다. 어떤 물건이 가치를 가지려면 그 물질 고유의 내재된 특성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도록 합성되어, 기능하는 개체로서의 자신을 버리고 원래 물화되기 전의 상태로 분해되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범우주적이고 철학적인 물질의 재순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람이 죽어 분자와 원자로 분해되고 세상 속에 섞이고, 그것들이 다시 생명이 된다는 온 우주의 일에는 언제나 이렇게 순환의 기본 법칙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모든 것은 다른 형태로 끊임없이 변화를 되풀이한다. 버려지는 물건들은 수집되고 분류되어 재활용되거나 소각된다. 무엇이 남겨지고 무엇이 태워질까.

허파에 바람이 들어가는 병이 있다. 해미 할아버지가 지창에게 고물상이라도 남겨주고 떠난 건 허파에 들어간 바람 덕이었을지도 모른다. 넉마를 줍던 해미 할아버지는 해미 할머니가 지창을 낳던 날 대기실 TV에서 반짝이는 조명아래 빙글 빙글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보는 순간 허파에 바람이 들어갔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허파에 또아리를 틀고 앉은 바람은 철조망에 갇힌 고물상보다 더 반짝이는 것이었다. 지창의 팔랑귀를 자극해서 허파에 훅 하고 바람을 불어놓는 것은 시리즈로 찾아온 불운이고, 현대인이 마주한 불안이다. 불행이 먼저 찾아 오고, 그 다음에 불안이 찾아온다. 개인의 헛된 발버둥이 삶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허파의 바람이 삶의 의지를 불어넣을 수 있다. 해미는 지창의 허파에 들어있는 그 바람에 냉소적이지만, 바람든 허파가 빨아들이는 지출이 살림을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해미가 하는 일은 시체에서 나오는 분비물과 냄새만 없애는 게 아니었다. 무너진 사람들의 잔해를 치우는 일이기도 했다. 지창씨는 무너질 것 같으면서 무너지지 않았다. "

죽음을 처리하는 것도 현대에는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 한 사람의 죽음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병원과 장례식장, 화장터, 묘지, 종교적인 비용은 사회에서 또다른 경제를 차지한다. 이 작품은 죽음의 흔적을 지워주는 해미의 직업과 일의 강도에 대해 과잉된 감정적 묘사 혹은 유별난 시선을 품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대신 상세하게 묘사된 그 일의 구체적인 노동 방법과 물리적 상황이 힘겨운 직종의 하나인 유품정리 일과 의미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아버지의 허파에는 바람이 들어 이트륨이라는 희귀금속을 수집한다는 기계와 실험에 감당해야 할 비용이 점점 늘어가는 중, 더 이상 비전이 보이지 않는 고물상의 수입을 대신해 적어도 일한 만큼의 수입을 가져다줄 유품정리 일을 우연히 맡은 것은 아슬아슬하게 발견한 마지막 기회다. 아버지를 지창씨라 부르는 부녀 사이의 친밀하고 거리낌없는 대화는 팍팍한 현실 속 괴물같은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불운 속에서도 깨어지지지 않기를 바라는 평화로운 가정을 보여준다.

허파에 들어가는 바람은 우리를 그토록 달뜨게 만드는 마지막 꿈일지도 모른다. 한 마리 갈매기가 더 멀리 더 높이 날려고 비상하는 동안에도, 수많은 다른 갈매기들은 갈매기 조나단의 비행이 초래할 배고픔에 대해서만 걱정한다. 우리는 때로 현실에 적응하며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반면, 그것들을 잊고 지금과는 다른 무언가를 향해 열중할 필요도 느낀다. 숱하게 실패하고 스러졌던 누군가 꿈꾸지 않았다면, 누군가의 바람에 허파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인류 역사는 더 평화로왔을 지 모르지만, 아직 사바나 사막에서 동물의 사체를 헤매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해미가 사랑하는 아비의 비행을 지켜보며 할 수 있었던 최선은,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은 것 뿐이다. 조금만 더 이해했더라면, 그 비극적 결과가 달라졌을까.



댓글 8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한줄평 (3건) 한줄평 총점 10.0

혜택 및 유의사항 ?
평점5점
소각의 여왕 답네요, 해미씨는.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플래티넘 돼**스 | 2017.01.15
평점5점
독특한 소재와 인물이 보여주는 따스한 이야기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플래티넘 고* | 2016.04.07
평점5점
친구가 추천해줘서 구매했는데 만족스럽네요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블**리 | 201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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