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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얼굴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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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0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519쪽 | 600g | 135*196*35mm
ISBN13 9788992492157
ISBN10 899249215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당신이 다섯 살 때, 숲으로 돌아간 고기이는 ‘동자’라고 생각해요. ‘동자’는 시간과 공간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으니까 고기이는 그때부터 많은 모험을 했겠지요. 뒤에 남은 또 하나의 고기이 역시 결코 게으르지 않게 살아왔어요. 이런 산속에서 자랐으면서도 열 살 때 전쟁이 끝나고 나자 외국 책을 읽는 일에 흥미를 느꼈고, 더구나 도쿄의 대학에서 어학을 공부했지요. 실제로 여러 나라도 다녔고……. 그런데 그러면서도 그는 고기이에게서 버림을 받았던 마음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진 못했어요. 당신이 써온 소설들은 모두 숲에 대한 노스탤지어로 이상해진 머릿속 상상이 아닌가요? 노스탤지어의 중심에는 숲 속 깊은 곳에 살면서 시간과 장소를 순환하고 있는 고기이에 대한……‘동자’를 향한 질투가 있었다는 이야기잖아요?”
--- p.38, 제1장 『돈키호테』와 함께 숲으로 돌아가다 중에서

“제 은사님인 노스럽 프라이 교수님은 바르트를 인용하여 이런 글을 책에 쓰셨어요. ‘성실한 독자는 음미하는 독자이다.’ ……이것은 굳이 책을 한 번 더 읽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아요. 그보다 책의 구조적인 퍼스펙티브 속에서 읽는 것이죠. 그것이 언어의 미로를 헤매는 독서법을 방향성이 있는 탐구로 바꾸어 놓는 거예요……. 내가 몇 번이고 『돈키호테』를 읽는 것은 그러한 탐구 과정이에요. 고기토 씨가 아카리를 데리고 숲 속으로 돌아온 것은, 당신 자신이 자주 말하는 것처럼 노년에 들어섰다고 자각해서이겠지만, 또 하나는 ‘음미하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그것도 당신의 경우,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걸 포함해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텍스트는 그동안 자기가 써온 것, 해온 일 전부라고 생각해요.”
--- p.64, 제3장 꿈의 통로 중에서

“……고기토 씨의 ‘그것’ 말인데요, 성적인 장난이든, 혹은 범죄에 이를 정도의 것이든 간에 ‘그것’에 의해 마음에 아로새겨진 ‘그림자’는 당신들에게 공유된 것 아닌가요? 어째서 고로 씨에게는 ‘그것’의 기억으로부터 오는 것이 치명적이고, 고기토 씨에게는 그래도 살아 나갈 수 있는 거죠? 당신들의 성격을 봐서는 거꾸로 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날 밤 고기토는 마키히코로부터 도발된 일을, 자신이 깨어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도록 뒤척이는 것조차 남몰래 해가며―애당초 깁스로 싸여 있는 발을 보조대에서 움직일 수 없으니 뒤척임 자체가 제대로 되지는 않았지만―계속 생각했다. (중략) 또 하나의 해결법은 자신의 직업에 근거한 ‘습관’으로 해당 주제를 소설로 써서 갖가지 비평을 받은 후에 찾아온다. 하지만 어떤 방식의 해결이든 시간이 걸리고 의문점을 일소하지는 못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고기토는 절실하게 그러한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 p.136, 제6장 그것과 통풍 중에서

새삼스럽게 제어할 수 없는 분노가 고기토를 찾아왔다. 그는 온몸으로 몸부림을 치며 양팔을 빼내려 했다. 어떻게 해서 오른팔을 빼냈지만 그 순간, 여전히 꽉 고정되어 있던 왼팔에 의해, 해머던지기의 해머처럼 자신이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공중에 뜬 고기토는 시커먼 거북이 모양의 적송 줄기를 보았다. 자신의 머리가 거기에 격돌하도록 고기토는 차라리 자신의 의지로 날았다. 여전히 왼팔을 놓치지 않으려 온 체중을 걸고 버티는 양철 병정에게 한 방 먹여줄 수 있으리라는 속셈으로…….
--- p.495, 종장 발견된 ‘동자’중에서

고기토, 고기토, 자아, 눈을 떠요! 자신은 이미 늙은이라고, 당신은 몇 번이나 말했지만 눈을 뜨고 이쪽으로 돌아온다면 나는 ‘새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당신이 곧잘 인용하던 블레이크를 생각해요! 눈을 감고 있어도 소리를 내지 못해도, 당신 같은 사람에게는 활자의 형태로 말이 떠오를 거예요. 영혼의 소리를 맞추어가며 나와 함께 그것을 읽읍시다!
Rouse up ‘O’ young men of the New age!
고기토, 고기토, 당신은 그것을 “새로운 이여, 눈을 떠라!”라고 번역했죠?
--- p.504, 종장 발견된‘동자’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돈키호테』와 함께 숲으로 돌아가다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유지를 받아들인 고기토는 아들 아카리와 고향 시코쿠로 돌아온다. 여기에 고기토의 소설을 연구하는 미국 여성 로즈가 동행하고, 50년 만에 돌아온 고향 마을에서 세 사람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도착한 로즈의 짐 속에는 구스타브 도레의 삽화가 들어 있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영역본이 들어 있는데, 이후 일어나는 사건, 사고 속에서 로즈는 고기토를 돈키호테에 비유하며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숲 속의 ‘동자’
고기토가 고향 시코쿠로 돌아온 이유는 ‘동자’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였다. 시코쿠의 숲에는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동자’ 전승이 있는데, 위기의 순간마다 나타나 마을을 구원하는 ‘동자’는 고기토가 가는 곳마다 다양한 흔적으로 남아 그를 맞이한다.

잔혹함과 속임수
50년 만에 돌아온 고향 마을은 그러나, 고기토 일행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고향 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고기토는 온갖 사건, 사고 속에서 발목뼈가 부러지고 한쪽 귀가 찢어지는 갖은 고초 끝에 결국에는 머리마저 크게 부딪쳐 의식불명에 빠지고 만다. 이러한 과정은 소설 속 돈키호테가 고향 마을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과 그대로 겹쳐지며, 늙은 고기토 자신의 노화, 무력감, 불안, 분노와 체념, 그리고 고독과 공포를 시각적으로 재현한다.

‘그것’의 재현
고기토의 고향 친구 구로노를 주축으로 ‘늙은 일본 모임’이 결성되는데, 이들은 60, 70년대 안보투쟁 시위를 재현하기로 한다. 데모대 분장과 기동대원의 출동복까지 조달해 과거의 기억을 현재로 불러와 완벽하게 다시 체험하고자 한 것. 퍼포먼스의 절정에서 고기토는 소년 시절 고로와 고기토에게 일어났던 ‘그것’이 재현되는 환영을 보게 되고, 제어할 수 없는 분노와 함께 붙잡힌 몸을 뿌리치는 순간 공중을 날아 머리를 크게 부딪쳐 의식불명에 빠지게 된다.

새로운 이여, 눈을 떠라!
베를린으로 떠났던 지카시가 고기토의 곁을 지키기 위해 돌아오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의 질문에 지카시는 “남편이 자살하는 것만은 허락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단호한 대답을 남긴다. 의식화한 죽음 속에서 고기토는 오지 않는 구원을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자신을 구해내기로 마음먹는다. 로즈는 “새로운 이여, 눈을 떠라!”라는 예이츠의 시구로 빈사 상태의 고기토에게 생의 영역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하고, 결국 고기토는 자신을 포함하는 가엾은 인간 존재를 끌어안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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