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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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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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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87쪽 | 470g | 145*210*20mm
ISBN13 9788992877008
ISBN10 899287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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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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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개와 함께 잠을 자고 있다. 한 새벽 두 시, 아니 세 시쯤 되었을 것이다. 잠에서 깨어보니 눈앞 서너 뼘 거리에 녀석의 길쭉한 얼굴이 나를 빤히 들여다본다. 조용한 응시! 녀석의 행동이 대개 그렇듯이 여기에도 분명한 의도가 있다. 만약 바라보기 작전이 실패하면, 그러니까 내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으면, 녀석은 작전을 바꿔 내 손과 얼굴을 핥는다. 이 행동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나도 이불 속으로 들어갈래.'이다. 개와 함께 하는 생활이 흔히 그렇듯이 이것도 어느새 의례적인 일과가 되었고, 이런 일과는 녀석과 나 둘에게 깊은 즐거움을 준다. 내가 "알았어."라고 말하고 나서 이불자락을 젖혔다. 녀석은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와서 내 곁에 몸을 찰싹 붙이고 눕는다. 녀석의 코가 내 무릎에 닿았다. 우리는 함께 깊은숨을 쉬었다. 개와 한 이불 속에서 체온을 나누는 이런 순간이 정말 편안해서, 나는 때로 잠시 잠들기를 거부하고 한동안 그 느낌을 빨아들인다. '친밀감'이라는 느낌을. 나는 내 개를 사랑한다. 이 일은 거의 우연처럼 일어나서,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상황이 이렇게 된 것만 같다. '서른여덟 살의 독신인 내가 세상에서 가장 열렬히 사랑하는 대상이 바로 이 개였어!' 하지만 사랑을 깨닫는 방식은 사람마다 제 각각 다르고, 내 방식은 이렇게 체중 20킬로그램의 두 살배기 셰퍼드 잡종 '루실'을 통해서 왔다.
--- p.9

만약 우리가 권위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통제력에 문제를 겪는다면, 녀석들은 첫날부터 우리의 뒤통수를 후려칠 것이다. 내가 볼 때 개는 고귀하고 온화하고 현명하며, 엄청난 치유력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그래도 개는 생물학적 충동과 행동법칙에 지배되는 동물일 뿐이다. 이를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포장하는 것은 개에게도 또 개와 우리의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 『문학 속의 개』의 저자 진 신토는 "개의 본성을 부정하는 것은 그들에게 커다란 위협을 가하는 일이다."라고 썼다.
--- p.15

고작 생후 8주밖에 되지 않았고, 몸무게도 5킬로그램에 지나지 않았던 녀석은 처음부터 나를 무작정 믿었다. 보호소 직원이 녀석에게 빨간 목줄을 걸어서 건네주자, 나는 녀석을 데리고 건물 밖으로 나가서 차를 향해 걸어갔다. 녀석은 햇빛에 눈을 깜박이고 거리 이곳저곳을 킁킁거리면서 내 뒤를 따라왔다. 전혀 모르는 사람을 이렇게 거리낌 없이 따라온다는 사실이 내게는 몹시 놀라웠다.
--- p.45

개의 한 가지 뛰어난 장점, 그러니까 사람들이 오랜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토록 개를 사랑하는 이유 한 가지는 녀석들이 사랑받은 만큼 분명하게 사랑으로 보답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나라는 사실만으로도 가치 있는 존재임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무조건 상대에게 수용되는 경험은 내게는 기적과도 같았다. 개는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내 직업은 무엇인지 내가 녀석과 만나기 전 얼마나 실패로 얼룩진 인생이었는지, 하루하루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녀석은 그냥 나와 함께 있고 싶었고, 그런 사실은 내게 비길 데 없는 기쁨이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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