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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의 사진미학

한장의 사진미학

: 진동선의 사진 천천히 읽기

[ 양장 ]
진동선 | 예담 | 2008년 01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0 리뷰 1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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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top100 1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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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574g | 145*225*20mm
ISBN13 9788959132720
ISBN10 895913272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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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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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은 모든 것이 다 드러나지 않을 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성은 최소한의 감춤과 베일이 있어야 고귀해진다.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성은 쾌락적이거나 오로지 눈요기일 뿐 아름다움으로서의 에로티시즘은 아니다. 또한 단지 벗었다거나 전라全裸를 보여 준다고 해서 예술로서의 누드사진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예술로서의 누드사진은 벗고 벗기는 육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정신으로 벗고 벗기는 상상력에 있기 때문이다.
--- p.31

한 편의 시가, 한 장의 사진이 아우라를 갖는다는 것은 보는 자가 그것에 친근감을 느끼고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아우라를 가진 이미지가 보는 자에게 감정의 울림을 주고, 그를 회상의 숲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아우라를 ‘회상의 회로’라고 정의했던 벤야민의 말처럼, 아우라는 작가와 관객이 감정을 공유하는 접점이며, 기억의 문을 여는 교감회로이다. - p 79

누군가 사진은 역사를 동결하는 기술이라고 했다. 또 사진은 영원히 시들지 않는 낙엽이 되어 낡은 서재에 쌓이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렇듯 사진은 항상 ‘거기 있음’에 대한 기표記標이며, 궁극적으로는 ‘지금 없음’에 대한 기의記意이다. 때문에 오래된 인물사진을 본다는 것은 부재하지만 정지된 시간 속에 존재하는 주체의 ‘거기 있음’을 보는 것이고, ‘지금 없음’의 신화를 들어주는 일이다. 이처럼 사진은 존재한 대상을 한순간에 멈추게 하는 시간의 죽음이기에 존재증명과 부재증명의 신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
--- p.92

‘사진은 죽음’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죽음의 의미는 물리적 죽음뿐만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 죽음까지 아우른다. 사진은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지시한다. 근원적인 죽음을 보게 하고 영속적인 죽음을 보게 한다. 사진은 존재의 사라짐을 막는다. 기억을 대신하기 때문에 기억 재생 장치 혹은 망각 방지 장치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진은 망각을 막는 것이 아니라 사라짐을 막는 것이다. 사진에서 죽음은 ‘사라짐’이다. 소멸, 잊힌다는 것은 죽음의 차원이다. 이것이 사진의 중요한 존재론적 근간이다. 메멘토 모리는 사라짐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 p.163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사물의 질서를 볼 줄 아는 사람이다. ‘보여야 비로소 볼까말까 한다’는 말이 있다. 사진이 그런 경우이다. 사진도 볼 수 있는 눈이 있을 때 제대로 찍을 수 있다. 보인다고 찍히는 게 아닌 것이다. 볼 수 있는 눈은 사물의 관계를 안다. 사물은 저마다 존재감이 있다. 그러나 쉬이 드러나지 않는다. 자국만 있는 존재감을 롤랑 바르트는 ‘상처’라고 했다. 자국을 본다는 것은 존재했음을 보는 것이다. 존재들이 남긴 상처를 보는 것이다. 그것이 사진이 상처인 이유이다. 누군가의, 무언가의 자국이기 때문이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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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중에서
《한 장의 사진미학》은 사진 속의 표현과 의미의 연주를 말한 책이다. 표현은 연주를 통해서 전달된다. 사진에는 저마다 표현이 있고 저마다 연주가 있다. 그 속에서 감각, 성격들이 배어난다. 이 책의 사진들은 그렇게 선택되었다. 그 가운데는 잘 알려진 유명 작가의 작품도 있고, 신진 작가의 역동적인 작품도 있고, 아마추어 작가의 신선한 작품도 있다. 하지만 모두 진중하고 사색적이고 사려 깊다. 이 책은 이것들에 미학의 시선을 던진다. 미학의 창에 비친 미학의 다가섬이다.
미학의 핵심은 아름다움을 넘어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다. 한 장의 사진에 내재한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사진미학의 존재 이유다. 겉에 보이는 감각적이고 화려한 아름다움보다는 드러나지 않지만 삶의 정황과 한 지점을 관류했던 의미들을 보게 하는 것이 사진미학의 본질이다. 사진을 마주한다는 것은 세상을 향해 이해의 지평을 여는 것이다. 사진은 나의 눈이면서 동시에 타인의 눈이 될 수 있다. 정말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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