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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越牆 - 담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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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6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360g | 130*189*19mm
ISBN13 9791131945612
ISBN10 113194561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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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사영
출간작으로『운명』, 『연리지』, 『운라무곡』, 『왈가닥 납치소동』, 『언약- 붉은 낙인을 새기다』, 『빠져들다』, 『희설』, 『그대의 유혹』, 『너를 꿈꾸다』, 『상사화』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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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안군과의 대화는 그 후로도 반 시진이 조금 넘게 이어졌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설 때까지 그들은 아무것도 결론 내지 못한 채였다.
언쟁이 끝난 뒤에도 여진은 끝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기방에서 나와 걸음을 옮기는 강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의 등에는 정신을 잃은 여진이 업혀 있었다.
“많이 큰 줄 알았더니 아직도 이리 가볍구나.”
강은 근심이 가득한 음성으로 나직하게 속삭였다. 등 뒤로 느껴지는 체온이 눈물겨울 만큼 따듯하고 좋았다.
그는 한숨을 토해내며 중얼거렸다.
“어찌하면 좋겠느냐? 대감이 널 담보로 날 위협하시는구나. 내 마음이 그리 쉽게 보였던 건가?”
명안군의 심중에 여진이 있음을 확인한 순간 그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다. 그것이 그를 두렵게 만들려는 명안군의 의도임을 알았지만 다 알면서도 자동적으로 얼어붙는 몸은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냥 이대로 그분의 손을 잡을까? 그리고 억지로라도 널 가질까? 그리 널 가지면 과연 너와 난 행복해질까?”
여진을 향해 묻고 있었지만 그것은 사실 독백에 가까웠다.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고민에 흔들리던 강은 다시 한 번 긴 한숨을 내쉬고 걸음을 재촉했다.
여진의 집 앞에 다다른 그는 잠시 망설였다. 원래는 쪽문을 두드리면 기다리고 있던 하인이 나오기로 했었다. 하지만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그녀를 하인에게 맡기는 건 어쩐지 내키지가 않았다.
망설이던 그는 하인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쪽문 앞 나무 아래 여진을 두고 담을 넘었다. 쪽문을 열고 다시 여진을 업은 그는 곧바로 그녀의 처소로 향했다.
옥이 잠시 안채로 간 틈을 타 방문을 열고 들어간 그는 이불을 펴고 여진을 뉘었다. 어둠 속에서 홀린 듯 그녀를 바라보던 강이 낮게 속삭였다.
“어찌 자는 모습까지 이리도 어여쁜 것이냐? 날 흔들지 말거라. 잘못하면 네 마음과 상관없이 널 욕심내게 될지도 모른다. 그 욕심이 너무 커져 버리면 나도 내가 어찌 변할지 장담할 수가 없구나!”
손끝으로 여진의 뺨을 쓸어내리던 강은 어느 순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술기운으로 붉어진 여진의 입술을 단숨에 삼켰다.
꿀처럼 달았다. 도저히 입술을 뗄 수 없었다. 잠시 낙원을 맛본 입술은 자꾸만 욕심을 냈다. 그는 조심스레 그녀의 입술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삼켰다.
탐욕스럽게 그녀의 입 안을 휘저은 혀는 더 깊은 곳을 갈구하며 여진의 입술을 마지막 하나까지 맛보았다. 입맞춤이 이어질수록 그녀의 어깨를 움켜쥔 손은 점차 방향을 잃고 가녀린 등을 거침없이 쓸어내렸다.
“헉!”
방황하던 손이 가슴에 닿은 순간,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달은 그는 황급히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그는 거칠게 숨을 쉬며 그녀를 바라보다가 서둘러 방을 나섰다. 하지만 걸음을 옮기는 그 순간에도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맛보아 버리고 만 그녀의 다디단 입술이 또렷하게 남아 좀처럼 지워지지가 않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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