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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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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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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2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722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2735653
ISBN10 898273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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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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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박계수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밤베르크 대학을 수학했으며, 현재 이화여대, 총신대, 서울장신대에서 가르치고 있다. 이 책 <악마의 묘약>으로 한독번역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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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독자여! 당신이 이제 막 성자의 그림과 수도원, 수도사들을 보았기 때문에 내가 당신을 안내한 곳이 바로 B도시에 있는 카프친파 수도원의 훌륭한 정원이었다는 사실을 덧붙일 필요는 없을 것이오.

언젠가 내가 이 수도원에서 며칠 간 머물렀을 때, 수도원의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던, 메다르두스 수사가 유고로 남긴 원고를 수도원 원장이 특기할 만한 것이라면 내게 보여주었소. 그때 원고를 전해주는 원장의 배려가 내게는 몹시 부담스러웠소. 원장은 원래그 원고들은 태워버려져야 했다고 말했지요. 당신도 아마 원장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오만, 나는 두려운 마음을 지닌 채 친애하는 독자인 당신의 손에 그 원고로 이루어진 책을 넘겨 주겠소.

그러나 당신이 메다르두스의 충실한 동반자가 되어 어두운 수도원의 회랑과 수도실 그리고 다양한 세계를 그와 함께 경험하기로 결정했다면,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기이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한 그의 인생을 그와 함께 참아내기로 결정했다면 당신은 당신 앞에 펼쳐져 있는 카메라 옵스큐라의 다앙한 영상들에 열광하게 될 것이오. 그 영상은 외견상 아무 형상도 지니지 못한 듯 보이지만 당신이 좀더 예리하게 주시하면 곧 정확하고 또렷하게 자신을 드러내지요. 당신은 그것에 숨겨진 싹을 인식할수 있을 것이오. 어두운 운명이 배태한 그 싹은 무성하게 자라나 수많은 덩굴로 번성해 나가지만, 열매를 맺을 정도로 성숙해지는 어떤 전성기에 이르면 생명의 진액이 모두 빠져나가 결국은 그 싹 자체도 죽어버리고 만다오.

메다르두스 성자가 아주 작고, 읽기 힘든 수도사의 필체로 적었기 때문에 그 책을 끝까지 다 읽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소. 그렇지만 나는 수도사 메다르두스의 원고를 아주 열심히 읽었소. 그러고 나니 우리가 보통 꿈과 상상이라고 부르는 것이 비밀스러운 끈에 대한 상징적인 인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소. 그 끈을 억지로 끊어버리고, 우리를 지배하는 어두운 힘과 대적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믿는 사람이 자신이 파멸했음을 알았을 때, 그는 그 끈이 어떤 조건하에서도 우리의 삶을 확고하게 연결시키며 우리의 삶을 관통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오.
나는 침상에서 일어났다. 수도원 복도의 마리아 상에서 등불을 들고 유령처럼 살며시 교회를 통해 성유물실로 숨어들었다. 어른거리는 등불 때문에 교회의 성스러운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그들의 동정에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내려다 보았으며, 깨진 창문을 통해 성가대석으로 들어오는 쏴아하는 둔탁한 바람 소리에서 비탄에 찬 경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어머니가 멀리서 나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아들 메다르두스야,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위험한 모험을 제발 그만두어라!"

내가 성유물실로 들어섰을 때 주위는 고요하고 잠잠했다. 나는 장롱을 열었다. 상자에서 곧 그 병을 꺼내 힘차게 들이켰다. 뜨거운 열정이 온 혈관을 타고 흘러가면서 형언할 수 없는 환희가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나는 다시 한번 그 술을 들이켰다. 그러자 찬란한 새 삶에 대한 갈망이 되살아났다! 나는 빈 상자를 장에 집어넣고, 술병을 들고 서둘러 내 방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그것을 내 서랍 속에 집어넣었다.

그때 작은 열쇠 하나가 내 손에 떨어졌다. 그것은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가 열쇠꾸러미에서 따로 빼놓았던 열쇠였다. 그러면 외지인들이 방문했었을 때 그리고 지금 방근 내가 이 열쇠 없이 장 문을 열었던 말인가? 열쇠꾸러미를 살펴보니 못 보던 열쇠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바로 그 열쇠를 가지고 장 문을 열었던 것이다. 나는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열쇠꾸러미의 열쇠들 사이에서 그 열쇠를 발견하고 사용했던 것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몸서리쳤다. (...)
--- pp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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