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피었으므로 진다

피었으므로 진다

리뷰 총점9.5 리뷰 4건 | 판매지수 66
정가
15,000
판매가
13,5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24g | 152*225*20mm
ISBN13 9788965703433
ISBN10 896570343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미황사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동백숲을 향해 내려갔다. 금강스님이 곱게 꺾어가라고 허락한 한 송이 동백꽃이 눈에 아른거렸다. 2010년 3월 10일 법정스님 입적 전날, 금강스님은 가수 노영심을 통해 눈 맞은 미황사 동백꽃과 매화를 병원 중환자실에서 폐암으로 투병 중인 법정스님에게 전했다. 자신의 고향인 먼 해남에서 온 붉은 동백꽃을 보며 법정스님이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못 가니 그대가 왔구나. 멀리서 오느라 고생 많았다.”
누운 채 물끄러미 보던 법정스님의 눈시울이 조금씩 젖어갔다. 어쩌면 평생 좇고 좇아온 화두 한 송이가 죽기 전날에야 비로소 무심한 듯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무심하도록 서러운 화두 56년이라면, 차라리 꽃을 꺾는 대신 산을 옮기거나, 다리를 건너는 대신 강을 옮기는 게 더 불이(不二)다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 p.25

불일암은 부사와 형용사가 없는 절이다.
내 고교 시절인 1970년대 후반의 송광사 불일암은 점 이전의 물방울 혹은 눈부처 같은 절이었다. 보통 한 절의 주지스님이 유명해질수록 절의 살림살이도 점, 선, 면으로 세속의 영역을 확장해가기 마련이다. 선은 소유의 경계선을 긋는 토대이고 면은 성채를 지어 군림하는 토대이다. 다행히 법정스님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고 스님이 입적한 이후까지도 불일암은 동백꽃이 떨어지는 순간처럼 간명하고 간결하다. 단지 열반 이후 부쩍 늘어난 추모객들의 편의를 위해 대숲 오솔길을 조금 단장해 ‘무소유길’로 이름 붙인 것만 달라졌을 뿐이다. 난 그 ‘무소유길’을 소유욕으로 걷지는 않는지 거듭 스스로에게 물었다.
--- p.53

그림이 완성되자 법당은 구경하던 스님들의 탄성으로 가득 찼다. 곧 티베트 승려들이 함께 기도를 했다. 모래알 같은 번뇌와 잡념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워졌던 순간들을 잠시 떠올리는지도 몰랐다. 기도가 끝나자 승려들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원탁 옆에 도열했다. 승려들 가운데 하나가 ‘금강저’라고 하는 50센티미터 정도의 나무막대기를 들고 나와 그림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감탄을 연발하던 스님들이 모두 다시 숨을 죽였다.
그런데 티베트 승려가 잠시 합장하더니 나무막대기로 ‘모래 만다라’를 빗자루처럼 천천히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법당이 숨넘어가는 소리로 가득 찼다. 나도 깜짝 놀라 입이 딱 벌어지며 숨이 멎을 듯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티베트 승려는 계속 쓸었다. 원탁 아래로 색모래들이 흩어졌다. 얼마 후 아름다운 원탁은 처음처럼 하얀 캔버스로 돌아갔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충격을 불교에서는 ‘무상(無常)’이라 부를 것이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사라지므로 모든 아름다움 또한 덧없이 사라진다. 우리는 우주의 가랑잎 위에 잠시 모였다가 흩어지는 모래알들일 뿐이다. 때로는 햇빛을 받아 잠깐 반짝이기도 하고, 때로는 같은 모래끼리 부딪쳐 생채기가 나기도 한다. 그러다가 모래 만다라처럼 한순간에 사라진다.
--- p.99-100

안쏠림으로 세워진 무량수전 토방의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멀리 소백산 자락으로 자욱이 물들어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라. 그리고 고개를 돌려 법고소리를 들으며 무량수전에 고여 있는 빛깔을 한번 보라. 그것은 사람의 것이 아닌, 결코 사람이 가질 수 없는 빛깔이다. 그 빛깔은 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더욱 간절히 바란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그런 빛깔이 아니다. 그 빛깔은 무량수전과 석양이 부석의 돌틈처럼 서로 슬픔의 공명을 이룰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p.129

진관사는 오래전 내가 현상금과 2계급 특진이 걸린 긴급수배자였을 때 가끔 찾은 절이다. 25~28살의 청년, 그때 도망자로서의 내 은신처는 주로 은평구 일대였다.
살얼음 위를 걷는 긴장의 나날들. 어둠도 복면을 하고 있었던 삼엄한 시절.
심신도 지치고 앞날도 아득해 문득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 홀로 이 절간을 찾아 배회하며 물끄러미 지는 해를 바라보곤 했다. 임종의 숨결 같은 뻐꾸기 울음소리도 들었고, 배고픈 아이들이 밥그릇 바닥을 긁는 것 같은 소쩍새 울음소리도 들었다. 모든 게 서럽고 아득했다. 저녁노을에 물들어가는 대웅전 기왓장의 이끼는 차라리 허공에 목을 맨 능소화 붉은 꽃잎인 양 더욱 서러웠다. 오늘 다시 히크메트의 시를 별에게 들려주며 아직도 내 먼 여행은 시작되지 않았는지를 물을 것이다. 더불어 내 진정한 여행이 언제 시작되는지를 묻고 또 물을 것이다.
--- p.131-132

운주사는 쉽게 들어갈 수는 있어도 쉽게 나올 수는 없는 절이다. (…) 내가 본 수많은 절 중에서 나를 가장 슬프게 한 절이다. 전남 화순의 운주사는 지리산 일대를 돌아 해남 땅끝마을로 가다 우연히 도둑처럼 슬쩍 스며든 절이다. 마치 넓은 계곡의 야외 조각전시장에라도 온 듯한 느낌이다. 잔설이 깔린 입구의 풀숲에서부터 평지와 비탈을 가리지 않고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듯한 석탑과 돌부처 들이 절 뒷산까지 가득하다.
어찌 보면 한때 단란했던 대가족이 산야로 뿔뿔이 흩어져 초근목피로 근근이 연명하다가 마침내 함께 지쳐 쓰러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무엇엔가 기갈 들린 사람들이 큰 뜻을 도모하려다 포기한 채 다음 생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해 자꾸만 가슴이 저며온다. 헐벗은 숲속 응달마다 아직 녹지 않은 잔설도 잔설이지만 산야를 힘겹게 물들이는 늦은 오후의 겨울 햇살이 옹기종기 모여 서로 기대고 있는 돌부처들의 그 애잔한 눈빛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게 한다.
--- p.202-203

지옹스님의 선방에 있는 것은 구석에 단정하게 개어놓은 얇은 이불과 조그마한 베개 하나, 그리고 벽에 걸린 승복과 몇 가지 다기, 반들반들하게 닳은 염주와 때묻은 몇 권의 책이 전부였다. 태어난 생에 가깝도록 70 평생 줄이고 줄여놓은, 그러고도 앞으로 저기서 더 줄어들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특히 오르고 오르려 하여도 언제 녹아 사라질지 모르는 저 구름 같은 이불과 평생 주인의 외로움을 받치고 있었을 저 빗방울 같은 베개를 보고 있으면, 차라리 미어진 가슴이 더 빠져나올 물기마저 없는 사막인 양 편안해져와서 좋다.
--- p.231

“스님은 와 까만 고무신은 안 신고 하얀 백구두만 신는교?”
“남이싸 뭘 신든 니가 무신 상관이고? 그리구 이놈아, 이게 부처의 해골바가지란 것도 모리나? 하하하!”
“해, 해골바가지 좋아하시네, 이거 순 땡초 아이가…….”
(…)
내 심한 비아냥도 곧잘 받아주던 소탈한 스님이었다. 무슨 사연인지 술만 마시면 넋 나간 사람처럼 하루 종일 먼 산만 하염없이 보며 울다가 웃다가……. 하여튼 그 시절 머리가 약간 돈 것 같은 이 ‘땡초’하고 난 참 많이도 같이 돌아다녔다. 배가 출출하면 스님의 바랑에서 생쌀을 한 줌씩 꺼내 오물오물 씹는 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 한때 철학에 미쳐 있었다는 이 스님과 어떻게 헤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낙산사에 와서 그의 부음을 들을 줄이야……. 가슴에 화상이라도 입은 것처럼 마음이 미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 p.264-265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산하 시인의 이 산문집은 여느 절 여행기와는 달리, 불교에서 최고의 성지로 꼽히는 ‘5대 적멸보궁’과 ‘3보사찰’ 그리고 ‘3대 관음성지’ 등을 골라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쓴 고감도 명상적 여행 에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 시인의 산사기행문이지만, 안으로 들여다보면 한 탐미적 허무주의 시인의 현란한 감성과 정제된 지적 사유가 돋보이는 섬세한 자기 내면 기록이다. 시인의 눈에 비친 산사의 뜨락은 떨어지는 벚꽃처럼 적막하고, 그리고 서럽도록 눈부시다.
- 정호승 (시인)

이산하 시인의 발걸음을 따라 절집으로 들어서면 보이지 않던 것들도 환하게 보이고, 들리지 않던 소리들도 아련히 귓바퀴를 적셔온다. 섬세한 문장과 문장 사이에 놓인 촘촘한 직관의 그물은 바람의 형체를 건져내 보여주는가 하면, 눈부신 고요가 빚어내는 꿈결 같은 소리들도 우리한테 들려준다. 지혜로운 독자라면 이 유려한 산문집의 도처에 고여 있는 수백 편, 아니 수천 편의 시도 덤으로 읽게 되리라.
- 안도현 (시인)

이산하 시인의 모든 글은 행간까지도 캄캄한 고뇌가 있어 고결하다. 바람과 바람 사이에 길을 놓아 고요에 이르는 시인. 북소리 따라 나를 치고 또 쳐 결국 인간의 존엄성에 이르는 시인. 그 시인의 발자국에 깊이 새겨진 적멸의 문장에 감사한다.

김주대 (시인)

회원리뷰 (4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3,5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