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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시간의 깊이

말과 시간의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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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79쪽 | 66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2013534
ISBN10 893201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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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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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향에 관해 말한다면, 나는 순결한 언어들을 좋아했다. 내가 순결하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과 부합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혼신의 힘을 모둔 결단의 말들과 함께 오랫동안 신중하게 주저하는 말들을 좋아했다. 나는 비명과 탄성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들이 배어나오는 말들이나 그것들을 힘주어 누르고 있는 말들을 좋아했다. 나는 말이 거칠다고 해서 비난하지 않았다. 한 정신이 비범한 평정 상태에 이르러 그 지경을 모방하여 얻어낸 유려한 말들에 나는 종종 귀를 기울였지만, 그보다는 그 상태를 증명해주는 다급한 말들의 신질을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장난치는 말들, 판을 깨는 말들도 좋아했다. 하던 일을 진중하게 계속하는 사람은 늘 찬양을 받아야 하지만 때로는 손에 쥔 것을 털어버리고 일어나 기약 없는 땅에 한 걸음을 내딛는 것도 용기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땀내가 나는 말들을 가장 좋아했다. 그 말들은 어김없이 순결하다.

나는 개인에 대한 관심과 역사에 대한 관심 사이에서 내내 망설였다. 자신을 깊이 성찰하여 마침내 다른 것이 되는 인간들에게 나는 늘 매혹되곤 했지만 그들이 제 안에서 발견한 다른 것은 벌써 세계에 대한 연대의 표현이었다. 그들의 다른 것은 우리 개인들이 각자 주체의 얼굴로 분열되기 이전의 거대한 자아일 뿐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세상이 역사적 위기를 겪으며 그 질을 바꿀 때 찬란한 문학적 광휘를 목격할 수 있었지만, 그 빛은 고독한 의식의 자기 변화라는 형식에서 그 첨단을 얻어내는 것이 또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망설임이 결단의 유보라기보다는 오히려 결단 그 자체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나는 분석하기를 좋아하였지만, 심리 비평이나 기호학 같은 '과학적' 방법을 크게 신뢰하지 않았다. 이런 방법들은 모든 것을 분류하고 분류된 것에 단일한 얼굴을 부여한다. 그 밑에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고, 게다가 은폐되어 있다. 진정한 분석은 분석되지 않는 것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거기에 한 정신의 고통이 있고 미래의 희망을 위한 원기가 있다. 분석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그 원기를 사랑하였다. 그러고보면 나의 분석은 내가 말을 걸고 싶은 작가들에 대한 내 존경과 사랑의 표현이었던 것 같다. 내 글이 비록 부족하지만, 이 존경과 사랑은 아주 늦게라도 전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 책 머리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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