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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휘청거려도 눈부시다

인도, 휘청거려도 눈부시다

: 글 쓰고 요가 하는 자야의 인도 요가 여행 에세이

이프 여성경험총서-05이동
박미숙 | 이프 | 2008년 06월 1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0 리뷰 1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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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6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570g | 153*224*30mm
ISBN13 9788990546203
ISBN10 8990546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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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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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상은 다리다. 건너되, 그 위에 집을 짓지는 말라.”
나는 지금도 비행기가 어떻게 땅에서 뜨는지, 어떻게 하늘을 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마치 고무풍선에 가득 채워진 바람이 일시에 빠질 때 풍선이 일정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처럼 앞날개에 제트엔진이 달려 있어서 비행기도 그렇게 이륙하고 비행한다는 정도를 알고 있을 뿐이다.
아마 중학교 때였던가, 비행기 동체는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하여 ‘듀랄루민’이라는 가볍고 단단한 합금으로 만든다고 배웠는데, 삼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설사 그렇다 해도, 아무리 날개에 성능 좋은 제트엔진을 달고 듀랄루민으로 가벼워진 몸이라는 것을 안다 해도, 막상 활주로에 몸을 뉘인 그 큰 덩치를 보면, 탑승구 앞에서 기다리는 그 많은 사람들과 이미 실었을 그 무거운 짐들을 생각하면, 비행기가 땅을 박차고 하늘을 난다는 사실은 여전히 나에게 불가사의다. 그 큰 덩치의 이륙과 비행은 나에게 다만 기적으로 다가올 뿐이다.
무거워진 몸을 느낄 때, 시시각각으로 내리누르는 시간의 무게를 느낄 때, 나는 가끔 활주로 위에 맥없이 누운 비행기를 생각한다. 도무지 뜰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그 큰 덩치가 땅을 박차고 하늘을 나는 것처럼, 도무지 뜰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나의 현존이지만, 그래도 언젠가 문득 이 무거운 중력을 떨치고 이륙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생각해 보면, 비행기는 그냥 뜨지 않는다. 도무지 그 큰 덩치를 지탱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작은 바퀴 세 개, 노심초사 까치발로 활주로까지 기어가서, 온몸을 떨며 땅을 박찬다. 비행기라고 왜 두렵지 않겠는가? 그러나 땅을 버리지 않는 한 하늘을 얻을 수 없다. 누구든 무엇이든, 일정한 방향과 목표를 지니는 한 온몸을 떨며 휘청거리지 않을 수 없다. 노력하는 한 방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괘도를 상실하지 않은 휘청거림, 그 서투른 몸부림의 궤적은 차라리 아름답다. 휘청거려도 눈부시다.
여기 이 책에서 나는 한 구도자의 아름다운 몸부림을 본다. ‘길 위의 삶’을 본다. 살아있는 자만이 그을 수 있는 신선한 궤적이다.
--- 이거룡 <이끄는 글> 중에서

2. 훗날 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교문 밖 세상으로 나갔을 때, 그리고 그로부터 1년 2개월간 생선가시처럼 갈라진 숱한 길 위를 서성일 때 내게 힘과 위로가 되어준 건 소함꾸띠와 스와미지 꾸띠에서 보낸 시간들이었음을, 그 둘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뿌린 웃음과 눈물들이었음을 고백한다. 까이월려담에서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는 길을 나서지 못했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생의 무수한 접면들을 채 펼쳐보지도 않고 묻어 두었으리라. 그러니 그 시절에, 그 때 거기 있어준 모든 것들에 감사할 밖에. 이마와 젖가슴과 배와 무릎을 땅에 대고 온몸으로 입맞춤해도 모자랄 만큼.
--- 프롤로그 <비와 꽃과 향과 불의 기억> 중에서

3. "수, 너는 왜 요가를 배우러 인도까지 왔니?"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서…."
"그래, 요가를 하니 뭔가 좀 달라지든?"
"아직은 잘 모르겠어. 다만 나도 너처럼 바닷가 마을에서 길 잃은 고양이 한 마리 데려다 키우면서 살고 싶어. 감기 걸린 이에게 생강차도 타주면서."
나름 재미있게 말한다고 한 것인데 어쩐지 내 귀엔 궁색하게 들릴 뿐이어서 조금 속이 상했다. 혹시 나는 그에게 뭔가 좀더 멋진 대답을 들려주고 싶었던 걸까. 그런데 곧 이어진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궁색함을 넘어서 알 수 없는 부끄러움마저 느끼고 말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어디서 사느냐가 뭐 그리 중요하겠어. 미국 대도시에서 살건 인도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살건, 아니면 한국의 산골에서 살건 결국 우린 다 같은 세상에서 살도록 되어 있는걸."
내가 비록 많은 공부를 하고 수련을 통해 대단한 것을 깨우친 사람은 아니지만 그가 던진 말의 핵심이 '어디 사나 마찬가지'라는 건 아니라는 것쯤 알 수 있었다. 오히려 내 귀엔 분명히 이렇게 들렸다. 몸이 어디에 거하든 존재는 한 곳에 뿌리박고 있다고. 그러니 몸이 어디 있는지와 상관없이 존재가 뿌리박고 있는 곳을 놓치지 않으면 된다고. 몸과 몸이 거하는 곳은 제한적인 물질세계일 수밖에 없지만 존재는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의 세계를 살지 않느냐고….
코치를 나온 후에도 나는 한동안 사나타나를 잊지 못했다. 단지 추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가 만들고 싶고 거하고 싶은 일종의 공간모델로 삼으며 열망했다. 크지 않아도 좋고 수강생이 많지 않아도 좋았다. 작은 정원이 딸리고 파도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등 기댈 거처가 필요한 고양이와 개와 또 몇몇 사람들에게 곁을 내주고 때론 내가 그들에게 의지하며 살 수만 있다면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도 아브의 말이 떠오르면 금세 도튼 얼굴을 하고는 '그래 한갓진 바닷가든 산골이든 도시든 내가 조건에 얽매여 사는 이상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 하고 중얼거리기도 여러 번이었지만 말이다.
--- <바닷가 영원의 집, 사나타나> 중에서

4. 예수와 붓다뿐 아니라 수많은 이름 없는 성인들이 이 지구별을 다녀갔다. 또한 지금도 어디에선가 그들은 평범한 가정의 아들딸로 자라나고 있거나 혹은 막 태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 삶의 배경과 족적은 모두 다를 것이나, 나는 그들이 육신이라는 옷을 걸치고 존재하는 이유는 사랑을 가르치고 전파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어린왕자와 다른 게 있다면 자신도 모르게 불시착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이 지구별을 선택해서 왔다는 바로 그 점일 것이다.
플라잉 스와미 비슈누데바난다는 요가를 고통스런 세상에 대한 진지하고도 무거운 질문으로, 혹은 고독한 수련을 통해서만 다다를 수 있는 지고한 단계로만 여기던 내게 요가란 다름 아닌 사랑임을 가르쳐 주었다. 사랑이 없으면 소용이 없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닐> 중에서

5. 뚜시따에 있을 때 잠시잠깐 명상을 안내한 그 선생과 이야기할 기회를 가졌다. 내 안의 슬픔, 눈물에 대해 얘기하며 그 이유가 뭘까 궁금해 하는 내게 그녀는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모든 현상엔 이유가 있겠지요. 하지만 그걸 아는 게 뭐 그리 중요하겠어요? 그 슬픔을 넘어 나아가지 못한다면 말이지요.”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푸른 눈에 따뜻한 연민이 담겨 있던 걸 기억한다. 흔들림 없는 단단한 심지도 엿보였다. 슬픔을 넘어선 자의 아우라란 저런 것일까 싶어 부러운 한편,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처럼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눈빛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몰래 품기도 했다. 익숙한 슬픔의 정서가 좀 과하게 밀려온다 싶을 때, 그리하여 덤덤하게 지켜보는 게 힘에 부칠 때마다 내가 그녀의 눈빛을 떠올리는 데는 이처럼 이유가 있다.
나는 또한 종종 베놀림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내 모습도 회상하곤 하는데, 그러면 바닷물이 완전히 빠진 모래 위에서만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듯이 슬픔으로 질척대지 않는 마음밭이어야 힘차게 페달을 밟아 그 너머로 갈 수 있다는 진실을 기억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 <슬픔이여, 이제 안녕> 중에서

6. 명상을 접하고 요가수련을 하게 되면서, 그리고 인도까지 와서 요가와 관련한 여러 분야의 이론을 공부하면서 나도 모르게 무아니 해탈이니 하는 개념들을 습관적으로 사용해 왔는데, 그것이 말 그대로 얼마나 ‘개념 없는’ 짓이었는지가 아프게 자각되었던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이론과 방법일지언정 나 자신의 치열한 수련을 통해 걸러지고 검증되지 않은 한 그것은 저잣거리에 나뒹구는, 한 번 쓰고 버릴 싸구려 물건이 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그것이 자칫 과도하게 포장되거나 선전되기라도 할 때는 대중의 눈을 멀게 하는 사기가 될 수도 있다. 수련은 그래서 자기수련自己修練인 것이다. 자기 자신을 먼저 갈고 닦지 않는 한, 거기서 얻은 것이 아닌 한, 제아무리 그럴 듯해 보이고 이미 남들에 의해 검증된 것일지언정 그건 어떤 의미로도 남지 못한다.
오로빌의 반얀나무 아래에 있을 때 가장 많이 머릿속을 오가고 가장 빈번하게 가슴을 울린 낱말은 바로 그 ‘무화’였다. 무가 되어가는, 다 내어주고 사라지는, 아니 전체가 되어가는 과정…. 그러는 사이 나는 몸을 완전히 회복했고, 그 이상으로 정신 또한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미련 없이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행장을 꾸릴 수 있었던 건 그 때문이다.
--- <반얀나무 아래서> 중에서

7. 나는 이 모든 것들로부터 탈출하고 싶었다. 행복이 무어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어도, 최소한 불행하다는 생각과 느낌에 나를 묶어두고 싶지 않다는 심정만은 절박했던 것이다. 당시 몸담고 있던 직장이 영적, 정신적인 분야를 다루는 책과 잡지를 펴내는 곳이어서, 내겐 명상이니 수련이니 하는 말들이 낯설지 않은 터였다. 삶을 내걸고 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도 많이 만나보고 인터뷰를 빌미로 귀동냥도 적잖게 했다. 그러나 남의 경험을 듣고 단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내 아픈 몸과 마음을 보살피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직업병인지 아니면 천성적으로 의심이 많은 탓인지 확 끌리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뭔가 직접적인 실천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걸 나는 느꼈고, 그 간절함의 불꽃이 나도 모를 어떤 인연의 끈을 잡고 타들어가는 그 끝에서 요가를 만났다.
내 삶에 대한, 몸 상태와 마음자리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혹은 점검이 필요하다는 갈급함이 나를 움직였으나, 그렇다고 “요가를 하면 삶이 순식간에 변화할 것”이라거나 “요가를 통해 깨달음을 얻겠다”는 과도한 기대 따윈 없었다. 그렇게 순진한 인간이 못 되는 나는, 지금도 요가를 만병통치약쯤으로 선전하는 이른바 요가전도사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요가를 통해 내 삶이 조금은 가벼워지고 또 그만큼 겸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위빠싸나 수련을 통해 사람들이 발견한 게 일상과 동떨어진 기적이 아닌 오히려 일상이 자리한 ‘지금 여기’이듯, 내게는 요가가 그런 도구 역할을 했다. 느린 동작과 호흡의 미세한 변화, 그에 따른 몸과 마음의 반작용을 끊임없이 알아차리려는 노력.

나는 요가를 통해 이미 지나간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머물고 집중하고 알아차리는 법을 배웠고, 그것은 내가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불행의 원천이 외적인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 대한 특정한 반응, 즉 집착과 혐오감에 매여 있는 나 자신에 있음을 알게 했다. 다시 말해 나는 무언가를 얻고자 하고 움켜쥐고자 하고 또 달아나고자 발버둥치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힌 수인이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마르지 않는 평화와 행복이라는 탈출구를 찾아 헤매었으니, 비디오테이프에서 본 수감자들과 나는 결국 같은 병을 앓고 있던 셈이 아닌가.
---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눈물> 중에서

8. 요가를, 평생 해야 할 수련이라 여기면서도 가끔은 포기하고 싶은 이유도 바로 ‘고통을 직면해야 하는 그 고통’ 때문인 것을 나는 안다. 나를, 세상을, 삶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아마도 진실을 대면하는 작업은 얼마간은 늘 무겁고 힘겨울 것이다. 그러나 쉽게 그만둘 수조차 없다.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좀 잘난 체 하는 것이고, 실은 요가와 명상을 통해 경험한 ‘작고 사소하지만 또한 우주만큼 광대한’ 그 무엇을 놓을 만큼 배포가 크지 못한 탓이다. 최소한 내가 조금씩 인생이라는 농담을 즐기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썩 괜찮기 때문이다. 아니, 다 떠나서 소심한 사람은 시작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그만두는 것도 쉽지 않은 법이다. 그래서 나는 요가를 계속한다. 타고난 나의 소심함에 감사하면서.
---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눈물> 중에서

9. 간혹 사람들이 너는 요가씩이나 한다면서 왜 그렇게 성치 않은 데가 많으냐고 물을 때면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바로 그 시원찮은 몸 때문에 요가를 하는 거라고. 마찬가지로 나는 명상도 ‘살기’ 위해서 할 뿐 그게 좋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굳이 명상이라는 방편 없이도 평정심과 초연함을 유지하며 살 수 있다면 매일 명상을 하려고 ‘애’를 쓰거나 일 년에 한번은 열흘 코스에 참여한다는 따위의 ‘결심’은 안 할 것 같다. 매번 겪는 일이지만, 가장 최근에 참여한 명상 코스 중에도 나는 몇 번이고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다녀오고 나서는 또 한동안 노숙자처럼 모든 게 허허롭기만 하여 속앓이를 좀 했다. 이 또한 마음의 장난임을 알면서도, 늘 그렇듯 바라봄을 통해 저절로 사라지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나는, 어쩌면 남보다 더 불안정한 에고ego를 갖고 태어났을지 모를 이런 나를 사랑한다. 더 뜨겁게 사랑하기 위해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한 생, 또 한 생을 제대로 건너보고 싶은 것이다.
--- <불완전한 것을 향한 사랑> 중에서

10. 먼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댄다. 마음이 낮아지는 시간. 고맙습니다, 하고 가만히 속삭여본다. 그 다음 허리와 등을 펴고 발을 들어 올리며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주는 희열을 뼛속까지 느껴본다. 짜릿하다. 그러나 그 어떤 느낌도 마지막으로 두 다리를 하늘로 쭉 뻗을 때만큼은 못 된다. 내가 태어난 자궁 속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신비감, 언제든 다시 내려올 수 있다는 자신감, 그 사이에서 호흡을 고르고 의식을 집중하며 몸으로 알아가는 균형과 절제미. 눈을 뜨면 맑고 청신한 새벽이 나를 향해 걸어오는 게 보인다. 눈을 감으면 뚜벅뚜벅 발자국 소리만 들린다. 그를 따라 나도 내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아직은 절름발이라 해도, 휘청거리다 넘어진다 해도, 그 순간 나는 내가 참 많이 눈부시다.
--- <휘청거려도 눈부시다> 중에서

11. “까르마란 복잡하거나 철학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너의 몸, 입(말), 그리고 마음을 보는 것이다.”
멋 부림 없이 그저 하얀 바탕에 까만 먹물로 휘갈겨 쓴 글자들처럼, 내용 또한 참으로 소박하여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눈으로 한 글자씩 더듬으며 몇 걸음 옮기니 또 이런 구절이 눈에 뜨여 두 배로 흐뭇했던 기억도.
“윤회를 믿지 않는 사람도 친절함과 자비에는 감사하기 마련이다.”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확실히 알겠다. 마음을 갈고 고르는 길을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부정적인 까르마를 씻어내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고 단순하며, 무엇보다도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기도 깃발로 뒤덮인 오색찬란한 하늘 아래서, 오늘도 어떤 이는 마니차를 돌리고 또 어떤 이는 오체투지를 하며 남걀 사원 주변을 돌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그들의 그림자를 좇을 수 없는 나는, 나 자신과 사람들을 향해 친절하게 웃어주는 것으로 코라를 대신하려 한다. 한 번 웃을 때 한 생의 업이 녹고, 한 번의 친절에 또 한 생의 업이 씻긴다. 이런 믿음이 나의 착각이라 해도 그 순간 행복을 느낀다면 족하지 않을까. 내가 그토록 닮고 싶어한 티베트 할머니들의 순하고 다정한 눈빛을 덤으로 얻게 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테고.
--- <내 생의 ‘코라’를 찾아서> 중에서

12. 리시께쉬를 떠나기 전날, 나는 시바난다줄라 근처의 크고 유명한 어느 아쉬람에서 행하는 아라띠Arati에 참여했다. 아라띠는 작은 램프에 불을 붙여 강에 띄우는 의식으로, 참자아 혹은 신에 대한 사랑으로 모든 불순한 것을 정화함을 의미한다. 수백 개의 램프가 강을 따라 흘러가는 것을 보며 무엇을 기도했는지는 이미 잊었다. 다만 그 순간 잠시나마 내 안에 출렁이는 더 큰 나를 느꼈을 뿐이다. 착각이어도 좋았다. 나는 그 느낌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필사적으로 그 출렁임, 진동, 무늬들을 아주 세밀한 것까지 다 받아들이려고 애썼다.
요즘도 아주 가끔이지만 그럴 때가 있다. 내 안에 흐르는 강물에 나의 에고가 씻기고, 어디론가 흘러가 사라지는 것 같은. 그 순간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리시께쉬에 가던 날 벌인 해프닝과 떠나기 전날의 아라띠를 떠올린다. 매일 새벽 강가에서 홀로 토해낸 나의 비밀스런 숨결과, 푸른 물에 몸을 담그고 떡밥을 던지던 이들의 간절한 마음도. 심지어는 학교 수돗가에 일렬로 서서 눈물과 콧물과 소금물로 범벅이 된 채 수디 크리야를 수련하던 친구들의 앳되고 촌스런 얼굴까지. 그 기억만으로도 나는 이미 조금은, 맑고 투명하다.
--- <내 안에 흐르는 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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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의 모든 의무를 다 마친 뒤 무소유의 가벼운 몸으로 세상을 유랑하는 산야신이 되는 것은, 종교적인 삶을 추구하는 인도인들에겐 이상적인 삶이다. 그러나 인도인들만 그럴까. 우리 모두에게 그런 소망이 있다. 가족원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의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세상을 주유하면서 명상의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 말이다.
여성의 몸으로 인도 곳곳의 요가와 명상 수행처를 찾아다닌 그녀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나는 잠시 질투심을 느끼기도 했던가. 그러나 어느 새 알아차렸다. 그녀가 쓴 순례의 기록을 읽음으로써 나의 까르마도 해소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의 글을 읽노라면 마치 내가 그곳에 가본 것처럼, 그리고 그녀의 깨달음이 내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우리를 대신해 일찌감치 산야신이 되어준 그녀에게 감사한다.
박미라 (감정치유에세이 『천만번 괜찮아』의 저자)
“1998년 그이가 처음 하비람 살림마을에 수련하러 왔을 때 스스로 지은 별칭은 ‘겨울’이었습니다. 춥고 외로웠나 봅니다. 아프고 쓸쓸했나 봅니다. 그런데 요가와 연애를 시작하더니, 그에 푹 빠져 다니던 직장과 일까지 그만두고 인도에 가더니 ‘자야’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자야’의 의미는 승리자, 성취자라 합니다. 그이는 아마도 인도에서 머문 2년간 요가 이상의 것을 만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는 그런 그이가 참으로 예쁩니다. 자야는 요가수행가 글쓰기와 시골생활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인도에서 돌아온 후 살림마을이 있는 이곳 금산 논골재에 들어와 원하는 대로 살았습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개를 키웠고, 틈틈이 요가를 가르쳤고, 이렇게 글을 써서 책도 냈습니다. 그의 책에는 인도가 있고 요가와 명상이 있습니다. 또 그가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게 그의 삶입니다. 겨울을 다 녹여내고 자야가 된 바로 그 삶의 향기가 이 책에 가득합니다.
아침햇살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입니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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