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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느림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많은 느림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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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6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22쪽 | 470g | 148*215*30mm
ISBN13 9788990024824
ISBN10 89900248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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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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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세계의 폭력에 대한 지구의 보상이라면, 여름 숲이 울울창창하게 이룬 저 풍성한 녹색의 관능은 이 땅에 벼락같이 떨어진 축복이다.” --- p.25

“며칠 새 햇빛이 두터워진 듯하더니 젖 굶은 아이같이 누렇고 까칠하던 땅과 하늘에 아연 화색이 돈다. 눈 녹아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청량하고, 빈 감나무 가지에 와서 우는 뱁새 소리가 명랑하다. 목월은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암사슴이 발을 씻는다고 했다. 겨우내 얼었던 금광호수가 풀리고 바람에서는 싱그러운 미나리향이 난다. 먼 데 눈을 두니 땅에서 아지랑이가 올라온다. 지금 땅속에서 누군가 보일러를 돌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 누군가 보일러를 세게 돌려 저 땅의 이마가 뜨거워지지 않고서야 저렇게 김이 모락모락 올라올 리가 없다. 안 그러면 작년의 초록 뱀이 앗, 뜨거워라 놀라서 구멍에서 뛰쳐나오고 산수유나무마다 노란 열꽃이 필 리가 없다. 꽃샘추위가 아니더라도 초봄 해질 무렵 서편 하늘에 마른 노을 번지고 등덜미와 무릎이 시리다. 뜨끈한 아랫목에 발을 묻고 갓 쪄낸 고구마를 호호 불며 먹고 싶어진다.” --- p.28

“나는 무無라는 태초의 있음에서 나와 출가出家한 사람이다. 가끔 하늘을 보면 까닭 없이 눈물이 맺히는 것은 그 너머 어딘가에 떠나온 집이 있기 때문이다. 무는 나의 원적原籍이다. 출가한 수행승들의 본분은 가는 봄과 오는 봄 사이에서 방랑하는 일이다. 숨을 잘 쉬는 것, 그리고 방랑하는 일, 이것이 이 생에서 배워야 할 진실의 전부다.” --- p.30

“무無의 구렁에서 나온 모든 꽃과 짐승들은 다시 무의 구렁으로 돌아간다. 무의 구렁과 구렁 사이에서 찰나의 빛이 섬광으로 지나가는 것이다. 그게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그 무엇이다.”--- p.32

“오래된 것들은 마음의 금琴을 울린다. 이를테면 거문고, 달항아리, 고서古書, 종묘제례악, 육자배기, 황혼, 늙은 매화나무, 반닫이, 벼루, 연적, 다듬이돌……들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성북동을 향해 뻗치는 내 사랑은 각별하다, 성북동은 새벽이슬로 씻은 말간 민낯으로 개벽開闢하는 아름다운 동네다. (중략) 인후咽喉에 걸린 돼지비계와 같이 근심은 많고 평화는 탕약처럼 졸아붙어 마음이 메마르고 사는 것은 여의치 않다고 느낄 때 한나절을 쪼개 훌훌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성북동이다. (중략) 이 성북동은 도심의 적요에 감싸인 별서別墅와 같은 곳이요, 숨어 사는 서늘한 미인 같은 동네다.” --- pp.41~44

“푸른 대추 열매들은 땡볕을 먹고 익어갈 것이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대추를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린 몇 밤, 저 안에 땡볕 한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이 들어서서 대추를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 p.99쪽

“불굴의 취향인 듯 고독은 뼛속까지 파고든다. 장엄한 삶의 고뇌도 아니요, 용렬한 비애도 아니다. 무심의 고독이다. 나는 빈 배처럼 그 무심의 물결에 나를 맡기고 있다. (중략) 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고독뿐이다. 저기 가시연꽃 피어 있는 넓은 연못과 같이 패인 저 오래된 고독 쪽으로 내 마음이 크게 휘어진다.” --- p.113

“고독이여, 나는 그대를 겨울 물고기라고 부른다. 꽃 같은 세상에 와서 물가에 집 짓고 살며 천분天分인 듯 고독을 그대로 호칭하며 말을 건넨다. 산수유나무보다 먼저 노란 꽃을 피운다면 고독이여, 나는 그대의 하늘을 헤엄치는 겨울 물고기가 되겠다. 그대여, 부디 하늘을 봐라, 물가의 히피족들인 버드나무들 위 하늘에 헤엄치는 물고기가 보이지 않는가? 얼음의 시를 쓰는 겨울 물고기는 어느 땅에나 있다. 나는 얼어붙지 않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시를 썼다. 그대에게로 가는 길은 늘 현재로의 여행이다. 나는 고독의 원소, 고독의 관목 아래에서 웃고 우는 미생未生의 한 소년이다.” --- pp.114~115

“오후 네 시는 오후 세 시와 오후 다섯 시 사이에 있지 않다. 오후 네 시는 삶과 꿈, 희망과 절망, 시작과 끝 사이의 어긋남 속에 있다. 오후 네 시, 권리는 줄고 의무는 점점 많아지는 이 세속의 시각. 아, 돌연 삶도 꿈도 희망도 절망도 시작도 끝도 다 부질없어진다. 오후 네 시는 무언가를 계획하고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다. 오후 네 시는 싹이 트는 것들조차 시들어버리는 시각이다. 오후 네 시에는 누구라도 삭막하고 우울하고 불행해진다. 오후 네 시에는 누구나 젊음의 고갈, 기쁨의 고갈, 영성의 고갈 속에서 가슴이 막막해지고 숨은 헐떡인다. 나는 어느덧 오후 네 시에 와 있다.” --- p.127

“하늘에는 식어버린 고깃국에 엉긴 기름덩이 같은 구름이 떠 있었다. 물집 잡힌 마음이 저 혼자 쓰라렸다. 몇 장 읽다 팽개쳐둔 책들이 흐트러진 방은 여전하리라. 낡은 돛배 같은 육신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미 생의 반을 살아버린 듯싶었다. 그 시간들은 이미 떠나버린 협궤열차와 같이 지나갔다. 고집스럽게 구두 뒤축에 달라붙는 기억들을 끌어안고 남은 반생은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그때 겨우 열일곱이었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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