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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 예담 | 2016년 10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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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60g | 140*200*20mm
ISBN13 9788959130665
ISBN10 8959130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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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사람들이 그러지, 하우스에 드나들면 신세 망친다. 거기서 돈 따는 놈 못 봤다. 알고 보면 다 사기다. 그런데도 꼭 그런 데 가서 돈을 쑤셔 박는 놈들이 있어. 참 이상하지? 그런 부조리한 현상에 대해서 누가 이름을 붙였는데 그걸 맨홀의 법칙이라고 그러더라고. 맨홀의 법칙, 그게 뭐냐? 맨홀 뚜껑을 열어놓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빠지게 되어 있다, 그런 거야. 그래서 애초에 맨홀 뚜껑을 열어놓으면 안 되는데, 뭐 어떻게 해? 벌써 빠진걸. 쏙!
--- p.21

그는 자신이 더는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고 느꼈다. 그동안 참한 마누라도 얻었고 연수동에 제법 유명한 고깃집도 가지고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기분이 우울했다. 한 마디로 사는 재미가 사라진 것이다. 그즈음 그가 관심을 돌린 건 좋은 차와 멋진 슈트였다. 값비싼 이태리제 양복으로 잘 차려입고 나서면 잠시 기분이 근사해지곤 했다. 그래도 가끔은 경마장에서 마권 다발을 들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시절이 그리웠다. 남자의 인생이란 대개 그런 거였다.
--- p.126

지니는 자신의 지난 삶이 언제나 항성의 주위를 도는 작은 행성 같다고 생각했다. 어린 나이부터 유흥업소를 전전하며 손에 잡을 수도 없는 행복을 꿈꾸었지만 정작 그녀는 그 행복이 무엇인지, 어떤 느낌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래서 아무리 마셔도 늘 목이 마른 삶이었다. 언제나 항성을 그리워하며 떠돌았지만 끝내 그 중심으로 다가갈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항성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성간을 오갈 수도 없는 신세였다. 그리고 드디어 항성의 중심에 다가가나 싶었는데 그곳은 그녀가 견디기에 너무 뜨거운 곳이었다. 다 녹아버릴 신세였다.
--- p.269

양 사장은 문득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그가 세상살이에 대해 배운 건 모두 그의 아버지가 가르쳐준 거였다. 미끼를 어떻게 꿰는지, 어떤 물살에 낚시를 던져야 고기가 올라오는지, 어디를 때려야 상대가 한 방에 쓰러지는지……. 살아 있는 동안 그는 아버지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증오했지만 그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양 사장은 자신을 너무 사랑했고 그의 아버지는 평생 자신을 너무 증오했다는 거였다. 그런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해를 받을 아버지는 이미 오래전에 죽고 없어 세상엔 그 혼자뿐이었다. 양 사장은 아버지가 죽었을 때의 나이보다 자신이 더 오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사는 건 내남없이 모두가 외로운 일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멀리 희붐하게 서해가 눈에 들어왔다. 한동안 막막한 눈으로 창밖을 내다보던 양 사장은 문득 어깨를 떨며 울기 시작했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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