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대 라디오가 처음 출발했을 때 그 미래는 불확실했다. 라디오가 텔레비전과 경쟁하리라는 생각은 아무도 못했다. 거점에서 거점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인 전신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일부 사람들은 항공 산업의 미래로 생각했다. 라디오는 비행기의 신호를 제공하는 수단이 되었다. 이처럼 매 시기마다 등장하는 새로운 미디어의 궁극적인 활용을 예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전신이 새로 고안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세계 질서에 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했다. 세계의 각 나라가 전신으로 연결되어 오해가 사라지고, 편견이 사라지고, 평화가 지배하리라고 예측하였다. 전신은 전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고안하였을 때는 한 가정의 여러 방을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이용되리라고 생각했다. 즉, 집과 사무실 사이처럼 특별한 두 지점을 연결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또 다른 사람들은 전화가 유선화 라디오의 일종으로 서비스할 것으로 믿었다. 라디오가 처음 출발하였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화 또는 전화 커뮤니케이션에 적용될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라디오의 발상 뒤에는 방송의 발전이 도사리고 있었다. 인터넷의 궁극적 미래를 우리는 얼마나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뉜다. 1부는 개별 미디어를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미디어 변천사에 곁들여 신문, 방송, 뉴미디어를 사회와의 관계 안에서 살피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2부는 정치, 소통의 정치 경제학, 알권리, 지역 분권, 공공성을 사회와 연계하여 살폈다. 3부는 미디어 문화 콘텐츠 비평을 주안점으로 삼았다. 1장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진화’는 인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전을 살폈다.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이 언어, 쓰기, 회화, 전신과 전화, 사진과 활동사진, 라디오와 텔레비전, 컴퓨터로 전개되는 과정을 설명하였다. 또한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은 다양한 미디어 출현의 특수사에 담긴 깊은 의미를 보충하였다. 언어는 기원전 20만 년에서 10만 년에 출현하였다. 쓰기는 기원전 3500년, 회화는 기원전 1500년, 사진과 활동사진, 전화와 전신은 1800년, 라디오와 텔레비전은 1900년, 그리고 그 후 컴퓨터가 등장한다.
2장 ‘신문과 사회’는 인류가 쓰기(writing)를 고안한 후,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고안한 인쇄술의 영향으로 근대적 신문이 등장한 이후 지구상에는 단위 국가들이 다양한 신문을 보유하는 과정을 살폈다. 수많은 신문이 진화 발전하는 과정은 변화무쌍하다. 신문은 무엇을 위해, 그 존재 목적은, 작동 논리는 무엇인지를 살폈다. 신문 발전을 E-P-S모델을 원용하여 설명하고 사회적 기능도 함께 설명하였다. 3장 ‘광고와 사회’에서는 일상적으로 광고에 노출되는 소비자를 들여다본다. 텔레비전, 신문, 인터넷이나 길거리의 입간판 등 소비자는 수없이 많은 광고에 노출된다. 전자제품, 비누, 의류 등 유형의 재화나 금융, 의료 등 무형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알린다. 광고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알리는 데도 이용된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다양하게 이용되는 광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광고의 종류를 살피고, 상업 광고를 중심으로 순기능과 역기능, 마케팅, 경제 문화적 측면을 살폈다. 특히 인터넷이 등장하여 새롭게 변화하는 광고 환경을 살폈다.
4장 ‘뉴미디어와 사회’는 디지털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보급되어 유무선 통합이 이뤄지는 현상을 살폈다. 디지털 융합 시대에 출현하는 다양한 뉴미디어에 채울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 생산이 절실하다. UCC는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살폈다. 5장 ‘정치와 미디어’는 현대 정치에 미디어가 차지하는 중요성과 영향력을 살폈다. 매스 미디어는 유권자 또는 개인에게 중요한 정치 정보원이며 영향을 미치는 원천이다. 정당 및 기타 정치 제도 조직 내부의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대행자이기도 하다. 불안전한 정치 제도의 수정자이며 보완자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권력은 텔레비전에서 나온다고 할 만큼 오늘날의 선거는 텔레비전 선거라고 하여도 틀리지 않는다. 이 장은 정치와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살폈다. 텔레비전을 정치 수단, 이미지 정치와 연계하여 살피고 한국 언론의 선거 보도 경향을 짚었다. 한국 선거 보도 문제점을 10개 항목을 나누어 보고 그 개선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였다. 6장 ‘소통의 정치 경제학’은 한국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부재 현상을 깊이 따졌다. 선거 민주주의가 피할 수 없는 민주 제도인 점을 고려한다면 소통의 귀결인 타협과 화합은 정치 경제학적 이해 조정이 가능할 때 달성할 수 있다. 이 장은 현대 한국 사회의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을 승자 독식주의, 연고주의, 초강력 중앙 집권주의, 서열주의, 지도자 추종주의, 극단주의, 이념의 사유화, 각개 약진, 압축 성장, 고도의 대외 의존이라고 진단하였다.
7장 ‘알권리와 정보 공개 제도’는 저널리즘의 자유 보장을 정보 제공권, 정보 수집권, 정보 수령권, 정보 공개 청구권에 기초하여 살폈다. 이런 권리의 바탕에는 알권리가 도사린다. 알권리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위한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또한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할 권리를 추구하는 대전제이다. 여론 형성에 기여함은 물론 국민 주권을 실질적이게 하는 임무를 띤다. 정보 공개 제도는 미국, 프랑스, 일본, 스웨덴의 사례를 분석한 바탕 위에 우리나라 제도의 역사와 내용을 살폈다. 8장 ‘지역 분권과 지역 신문’은 1980년대 중반 이후 국가 권력의 지역 분산 요구의 해결책은 끝이 안 보이는 핵심 과제이다. 국가 균형 발전, 지방 분권은 서울로 대표되는 중앙 집중적인 한국 사회의 기형적인 발전을 교정하려는 요구이다. 지역 분권화와 지역 언론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지역 분권화가 이루어지면 지역 언론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이 장은 지역 신문이 당면한 문제를 국가 사회의 구조적 요인 못지않게 지역 신문 스스로 안고 있는 고질에서 찾는다. 지역 신문이 처해 있는 현실을 품질의 위기, 유통의 위기, 신뢰의 위기로 요약하였다.
9장 ‘지역 미디어와 공공성’은 공공성의 이념과 가치를 검토하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미디어의 공공성 개념이 적용 가능한 여지를 논의하였다. 아울러 지역 미디어의 공공성 확장을 위해 지역성이라는 개념이 그 지평을 어떻게 열어야 할지를 살폈다. 사회의 공개장 구실을 하는 미디어는 그런 측면에서 공적 영역이다. 시장이 확대되어 미디어는 공공성 못지않게 생존을 위해 시장성을 도외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디어는 공공성과 시장성 또는 기업성을 조화롭게 구현해야 하는 이중 구조를 지닌다. 10장 ‘미디어 산업의 구조 연구’는 새로운 자본,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한국의 미디어 산업을 점검하였다. 통신 산업 자본, 재벌 자본, 외국계 자본이 미디어 시장에서 서로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형편이다. 승부는 누가 수용자의 신뢰와 이용 습관을 선점하느냐에 판가름날 것이다. 이 장은 수용자의 선택이 미디어 시장에서 돈, 영향력, 언론 권력의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수용자의 미디어 선택은 유권자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선택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갖는다. 어떤 후보가 정직하고 유능한가를 유권자가 판단하듯 어떤 자본의 미디어가 정확성, 정의감을 앞세워 정보를 공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 선택하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11장 ‘미디어 수용자와 질적 연구’는 실증주의적 계량적 연구가 미디어 텍스트 또는 미디어 생산자 및 수용자 연구로 이행하는 경향을 짚었다. 민속지학적 접근을 통해 수용자를 질적으로 챙겨보는 장이다. 미디어 연구의질적 접근이 수용자와 미디어 텍스트 관계를 논의하는 데 비해, 이 장은 민속지학적 수용자 연구를 이해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우리나라 민속지학적 수용자 연구는 텍스트 해독, 미디어 소비, 하위 문화 연구로 구분된다. 방법론상의 문제는 전통적 실증주의적 관점에서 제기된 문제, 인류학 민속 지학적 관점에서 제기된 문제를 주로 논의하였다.
12장 ‘TV 드라마와 여성 문화’는 TV 드라마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비판적으로 살폈다. 드라마 수용자의 특성, 수용하는 방법, 드라마 편성 비중의 확장 원인, 드라마 속의 성 역할 묘사 방법,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의 재생산 방법을 고찰하였다. 시청자들은 일반적으로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여성 비하와 왜곡된 여성상을 비판 없이 수용한다. 이런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미디어 교육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성 차별적 드라마를 교정하는 데 앞서야 한다. 이 장은 오랫동안 TV 드라마가 전통적이고 비현실적인 여성상을 재현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보수적인 수용 행태 사이에 형성된 일정한 상호 관계를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13장 ‘미디어 폭력과 청소년’은 부적절한 영상물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청소년을 보호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유해 영상물의 홍수 속에 빠져 있는 청소년을 보호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 장은 폭력 영상물이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정책적 방안을 모색하고 긍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청소년들은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TV 시청과 컴퓨터 게임 또는 온라인 게임으로 소비한다. 그만큼 폭력 영상물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현상은 폭력적 행위와 저속하고 위협적인 언어에 익숙해져 실생활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였다.
14장 ‘대중문화와 광고의 활용’은 광고의 활용 방안을 살핀다. 광고는 더 이상 광고가 아니다. 광고가 아니면 무엇인가. 광고는 교육, 스토리, 창의력이라고 주장한다. 광고를 이용한 학교 수업 방법을 소개하여 실생활에서 광고를 적극적으로 학습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미디어 문화와 사회』의 필자들은 각기 커뮤니케이션학의 관심 분야가 서로 다르다. 각자 눈보라 속에서 눈을 못 보듯 또는 그 반대로 숲 속에서 숲을 못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들은 커뮤니케이션학이라는 커다란 눈보라와 숲 속에 깃을 치고 있다. 소통은 인간의 원초적 욕구이다. 그 욕구 충족을 위해 인류는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발전시켰다. 그 족적을 살피고 현상을 이해하고 실사회에 적용하기 좋은 간단하고 쉬운 책을 의도했으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개정판이 나올 때는 내용을 좀 더 쉽게, 좀 더 풍부하게 다듬을 것을 약속하며, 정성을 다해 만든 이 책이 모쪼록 독자 여러분에게 유익한 지적 자양분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에 이 책을 출간해 주신 일진사와 이 책을 출간하는 데 지원해 주신 전주 MBC, JTV 전주 방송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09년 1월
필자 일동
--- '책 머리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