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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쿠를 걷는 여자

시코쿠를 걷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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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140*200*30mm
ISBN13 9788967820466
ISBN10 8967820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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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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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다카하시상이 다시 앞질러 갔고, 나는 점점 처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팡이에 몸을 기대어 패잔병처럼 겨우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저녁 6시 15분이 되어서야 22번 절 뵤도지에 도착했다. 날은 어두워지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힘겨운 걸음 끝에 쓸쓸한 풍경을 마주해서일까. 눈물이 복받쳐 올랐다.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다카하시상이었다.

목욕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오니 방바닥에 검은 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봉지 안을 들여다보니 김치 사발면, 연어와 명란 삼각김밥이 하나씩 있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일부러 김치 사발면까지 사다 주신 것이었다. 잘 공간을 내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손수 이것저것 챙겨주시다니. 닭똥 같은 눈물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어느 때보다 힘든 날이었는데 할아버지의 자상함에 모든 시름을 잊어버렸다.

아침부터 어깨가 축 처진 상태로 걷고 있는데, 지나가던 차 한 대가 멈춰 서더니 여성 운전자가 밖으로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오헨로상~ 이거 드시고 힘내서 가세요!” 피로회복제였다. 좁은 일차선 도로에 차를 일부러 세워놓고, 빈 병은 자신이 들고 가서 버려주겠다며 내가 다 마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병을 다시 받아갔다.

아침에 “악!”, “윽!” 소리 내었던 나는 이제 “와!”를 외치게 되었다. 시코쿠 순례길은 이렇듯 항상 예측불허였다. 길은 절대 한 단면만 보여주지 않았다. 나는 어느덧 변화무쌍한 길 위에서 슬픔과 기쁨을 함께 품고 끌어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며 꽤 쌀쌀했다. 나 혼자만 숙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가 않았다. 슈상은 정말 괜찮을까? 방에 있는 모포라도 가져다줄까? 순간 고민했지만 여행의 방식은 각자가 선택한 길이고, 스스로가 헤쳐 나가는 일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섣부르게 손길을 내밀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최상이 나를 위한다는 행동들이 정작 당사자인 나에게는 얼마나 괴로운 일이었는지, 돌이켜보면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숨을 모두 소진한 후에 다시 생명의 호흡이 시작되는 소리. 그때 숨비소리를 들으면서 숨을 멈춰야만 살 수 있는 해녀의 삶에 대해 경외감을 넘어서 뭉클함이 느껴졌었다. 한편 제각각 힘겨운 사연을 안고 에너지가 소진될 때까지 걷고 있는 순례자들의 삶도 해녀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마지막 오셋다이야. 희상은 한국 사람이라 김치를 먹어야 힘이 난다고 했지? 내가 없더라도 이거 먹고 힘내서 걷길 바라.” 다카하시상은 나 몰래 사두었던 미니 김치 두 개를 선물로 주었다.

뒤늦게 양치질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허걱, 이게 뭐야?’ 젠콘야도 뒤편으로 보이는 것은 공동묘지였다. 내가 공동묘지 바로 앞에서 잠을 잔 것이다. 그래서 주인아저씨가 커튼을 쳐놓은 것이었구나. 어쩐지 밤새도록 누군가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더라니….

시코쿠를 순례하면서 처음에는 무사히 절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걸으면서 차츰 걷고 있는 길 위에서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감을 무렵, 슈상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랑 노숙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불안하지는 않았어? 처음부터 날 믿었어?” “그럼요! 믿지 않았다면 어떻게 같이 노숙을 하겠어요?” 나의 대답에 슈상이 웃었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산길을 조심조심 걷고 있는데, 낙엽들 사이로 나보다 더 조심조심 걷고 있는 작은 생명체를 발견했다. 게였다. 느리게 걸으니 주위의 작은 움직임들도 잘 보였다. 빨리 걸었다면 자칫 밟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다행이었다. 하천 사이로 활짝 피어있는 벚꽃들은 거센 폭우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내게 손짓하고 있었다. 비바람에도 살아남은 것들의 끈질긴 생명력이 느껴졌다.

그는 머리까지 깎고 몸무게가 10kg이나 빠질 정도로 수행에 집중하며 허 화백을 응원하기 위해 시코쿠 순례길을 돌았다고 한다. 죽은 여동생을 위해 걷는 아가타상, 편찮으신 아버지를 위해 걷는 아키코상처럼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하며 걷는 걸음은 더 깊고 뭉클하다.

“왜, 무슨 일이야? 불이라도 났어?” “저기… 나 화장실 가고 싶어. 그런데 무서워서 혼자 못 가겠어.” “아, 알았어. 같이 가자.” 손전등을 들고 나와 슈상을 대사당 마당에 앉아 기다리게 했다. “어디 가지 말고 거기서 꼭 기다려야 해. 알겠지? 어디 가면 절대 안 돼!”

산속에서 길을 잃어버리면 어쩌지? 혹시 이상한 사람을 만난다면? 갑자기 멧돼지라도 튀어나오면?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겁이 나기 시작했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오헨로상을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스스로를 믿고 전진하는 수밖에. 그러다가 점점 생각이 바뀌어갔다. 안개가 짙어서 그렇지, 이곳 산길은 어쩌면 걷기에 최고의 산책로일지도 몰라.

산길은 부드러운 흙길이라 발에 전혀 부담이 가지 않았고, 사람이 없어 자연 속에 온전히 몸을 맡길 수 있었다. 산속에 있는 휴게소는 그 어느 곳보다 운치 있고 아늑했다. 오헨로상으로 지낸 지 28일째 되는 날, 나는 비로소 낯선 길도 바라보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나 자신을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낙심하고 지냈었는데, 이곳에서는 오헨로상들 사이에서 '마돈나'라고 불린다니, 큰 변화가 아닌가. 잃어버린 자신감도 되찾고, 마음은 더없이 여유로워졌다. 상처받은 마음들이 이 길 위에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치유되고 있었던 것이다.

슈상의 제안에 모두들 재료비를 나누어 내고 요리는 슈상이 했다. 새우, 소고기, 숙주, 피망 등 재료들이 듬뿍 들어간 슈상표 야끼소바는 지금까지 먹어본 야끼소바 중에 최고로 맛있었다. 밖에는 폭우가 내리치는데, 비 걱정하지 않고 한 달 만에 가져보는 휴식의 시간은 아늑하고 달콤하기만 했다.

친구들과의 우정이 깊어가던 오늘밤의 만찬을 잊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코보대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가타상과 슈상의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물처럼 소중하고 귀한 나의 인연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순례자를 보면 반드시 오셋다이를 드려야 한다고 가르치셨어. 그건 이 섬의 오랜 전통이야. 그러니 기쁘게 받아줬으면 좋겠어.”

처음에 순례를 시작할 때는 헨로들이 특별하게 보였는데, 여행 막바지에 이르면서는 순례자들에게 정성껏 오셋다이를 베푸는 극진한 마음들이 더 특별하고 인상적이었다.

시코쿠에 오기 전 몇 년간 나는 어둠 속에 있었다. 친구들도 거의 만나지 않고, 체중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무언가 노력하기도 전에 포기하곤 해서 가슴이 텅 비어 있었다. 그간 잃어버렸던 빛 하나가 다시 가슴속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아가타상, 아주 아주 나중에… 아가타상이 하늘나라로 가게 된다면… 그때는 아가타상이 동생을 위해 걸었던 것처럼 내가 아가타상의 사진을 들고 돌아 줄게요. 이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이해할 수 있죠?”

1,200km, 45일, 20kg 배낭을 메고 걸었던 순례길은 걷기 좋은 산길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았다. 차가 다니는 아스팔트 포장도로, 어둠을 품은 좁은 터널, 뜨거운 태양을 고스란히 맞아야 하는 들판, 아찔한 해안가 절벽 등 다양한 길을 걸어야만 했다. 그 길은 굴곡진 내 삶과도 닮아 있었다. 때로는 노숙을 하며 배고픔과 통증, 추위에 맞서야 했지만 나는 해냈다. 나는 혼자 출발했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끝까지 걸어낼 수 있었다. 나이, 국적, 직업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런 대가 없이 서로 나누는 마음만이 길 위에 존재했다.

내가 순례를 통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긍정적인 생각과 손톱만큼의 작은 희망이라도 그것을 믿고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순례자들은 이 길을 다 걷고 결원을 한 뒤 소원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순례길에서의 경험을 통해 한 발 더 나아갈 힘을 얻게 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여행기는 내게 풍경처럼 자리 잡은 소중한 순간의 인연들을 담고 있다. 누군가에게 그 인연이 또 다시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누군가를 도우며 나누는 삶을 살고 있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죽음이 순례길을 걷도록 이끌었지만, 지금은 풍요로운 마음을 나누기 위해 이 길을 걷는다. 88개 사찰을 도는 것만이 순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시코쿠는 내 삶의 이정표가 되어 인생이라는 길에 발을 딛고 걷게 해주었다. 그리고 지금 발을 내딛고 있는 일상에서도 나의 순례는 계속되고 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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